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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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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7일 07시 33분 등록
행복한 고통

지난 삼월 첫주와 둘째 주는 나에게 여러모로 힘든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신입생 숫자가 많아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것이 어렵다.
낯선 것들과 익숙해지는데 유난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입생들 여섯 명이 우리 방과후 교실에 왔다.
아이들도 새로운 여러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지만, 나도 그렇다.
나는 내색도 못하고.
기존에 있던 아이들은 새로운 아이들과 내가 적응하느라 낑낑거리는 것을
보고 샘을 내기도 한다.
예전에 하던 학습지교사시절 그때도 나는 신입회원이 생기는 게 제일 힘들고
어떤 때는 싫었다. 어떤 면에서 영업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새로운 고객이 생기는 게 싫다니 이런 모순이 있나.
물론 게중에는 내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나는 그래서 가능하면 한 번 친해진 회원은 절대로 탈락하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나는 책을 읽어도 읽은 책을 또 읽고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누구나 그런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는데, 읽고 나서 또 읽고 싶은 책은 사서 본다.
그렇게 살 만한 책을 고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읽은 책을 또 읽을 때 물론 새롭게 발견 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나만의 경전과 같은 고전 하나를 찾는 것이 내 과제다.
그것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것일 뿐이다.

물론 나는 새롭고 낯선 곳을 찾아 가는 것을 두려워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은 나에게 익숙한 곳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일뿐이다.

가끔 내가 진보적인 사람인가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정치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좌파쪽에 서 있는 정당을 지지했는데
나는 몹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보수라는 말이 내가 가진 재산이나 내가 가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삶속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않아야 하는 것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면 나는 기꺼이 보수적인 사람일 수 있겠다.
그런데 물론 꼭 지켜야 할 것,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순
행복한 고통
지난 4주간 나는 그렇게 행복하면서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지쳐 돌아온 내게,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
책을 열고, 사유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일.

아, 나는 여전히 내가 어디에서 가장 “어울리”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가장 낮설지 않고 가장 익숙한 곳을 찾아가기 위해
가장 낯설고 가장 어려운 길을 헤메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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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2008.03.17 07:42:50 *.175.132.145
나는 첫번째 과제물을 읽었을때 쓰고 싶은 칼럼이 세 개나 되었어요. 그런데 그 가운데 무엇을 올려야하나 혼자 끙끙거렸는데
두 세개를 아무런 꺼림없이 올리는 다른 분을 보고 서야
아, 그래도 되는구나 하고 알았죠.
나는 여전히 무언가에 갇혀있는 사람같아요.
나를 갇혀 둔 그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지요.
가장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도 나이고
그 변화를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방해하는 사람도 나인것을.
모순을 껴안는 힘.
그 힘의 진행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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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17 12:17:32 *.36.210.80
순수한 것은 아닐까요? 질서를 잘 지키고 싶은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나보다 배려가 더 많고 큰 것이기도 하지요. 저처럼 소극적일 수도 있구요.

<나는 몹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변화해야 한다는 자각이 있는 것이지 반드시 변화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에요. 가장 변하기 싫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해요. 그래서 간단치 않은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적어도 10년은 공들여야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나 그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지칠 수 있겠네요. 잘 조절하고 형평을 잡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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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2008.03.17 20:33:24 *.255.159.154
아니! 써니님이 소극적이면
저 같은 사람은 어쩌라구요^^

이제 바쁜 일상은 거의 끝났답니다.
처음에는 지원해 보는 것만도 큰 경험이 될거라고 시작했는데
갈수록, 점점 더 해보고 싶어지네요.

참 행복한 고통속의 3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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