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숙(소은)
- 조회 수 211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1년 어느 날
바쁜 직장 생활로 정신이 없던 어느 날 저녁, 느닷없이 내 눈에 들어온 잡지 하나. 그날 낮에 방문했던 누군가가 내 책상 위에 던져놓고 간 것이다. 그 잡지를 읽어나가던 나는 어느 코너에서 얼어버렸다. 그곳에는 구본형이라는 작가와 그의 신간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 라는 책이 소개되고 있었다. ‘직장인은 죽었다. 당신 안의 조직인간적 속성을 제거하라. 스스로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마치 사자의 포효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그의 발언은 1인 기업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그 당시, 내 머리를 묘하게 흔들어 놓았다. 순간 구본형이란 자의 이미지는,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르는 혁명가의 이미지로 내 안에 각인되었다.
2002년 어느 날
어는 책방에선가 우연히 만난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다시 구본형과 재회를 했다. 책을 사들고 당장 전철 안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혁명가였으며 불꽃이 일렁이는 혁명의 언어로 평범한 내 일상에 파문을 일으켰다. 30대를 마감하며 삶에 조금씩 조급함이 밀려들던 그 때, 그로 인해 내 안에 갇혀있던 변화에의 갈망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일 수가 없었다. 슬펐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자신이. 아팠다. 아직 아무 것도 준비된 게 없는 현실 때문에. ‘지금 준비하지 못하면 ‘그 때’도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그대로 비수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어떻게 결별할 수 있을까. 실행은 여전히 나에게 미지수였다.
2003년 8월
40이란 나이가 현실이 되었다. 인생 후반전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었다. 변화는 이제 생존의 요구로 다가왔다. 그 때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이 그였다. 내게 그는 자신을 모델로 이미 40대에 변화를 일구어낸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신열로 들뜬 어느 날 밤 그에게 절실한 편지를 썼고, 결국 그를 만났다. ‘내가 도울 건 없어요, 그냥 들어주는 것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끝없이 쏟아놓았고, 그는 가만히 들어 주었다. 내 앞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는 투사가 아니었다. 수줍고 내성적인 한 사람이었다. 그가 1인 기업가로 집에서 일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변화경영연구소는 사무실이 아니고 바로 그였다. ‘남이 어떻게 봐주는 가’에서 초탈할 수 있다면, 이미 멋진 인생일 것이다. 그가 많이 부러웠다.
그를 만나고 이틀 후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를 들고 찾아간 지리산 단식원, 그가 인생의 변곡점에서 힘차게 U턴을 결정했을 때, 먹지 않음으로 오히려 채웠던 곳이다. 진주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진주에서 덕산까지 택시를 타고, 다시 또 차를 타고…정말 어렵게 찾아갔다. 그런데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간이다. 그곳에서 나는 낯선 얼굴들을 익히기도 전에, 레몬즙을 마시다 무작정 상경해야 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운명은 아직 내 편이 아니었다. 나는 그곳에서의 보름 단식 후 유럽으로 갈 계획이었다. 인생에는 단지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자신에게 설득해보이려고. 나 때문에 고통 받으신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고통을 외면해야 했던 나의 절박함.. 보따리를 집에 내려놓는 순간, 모든 것들이 허공에서 울고 있었다. 언제 운명은 내 손을 잡아줄 것인가.
2003년 12월
그가 꿈벗 1차 모집 공고를 냈다. 내 일정 상 무리란 걸 알면서 일단 신청을 했다. 그러나 결국 참석할 수 없었다. ‘내 꿈의 첫 페이지’는 그렇게 열리지 못하고 다시 골방의 먼지 속으로 들어갔다. 가끔 연구소에서 날라오는 공동메일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었다. 현실이 될 가망이 없는 불투명한 꿈을 꾸는 가운데 시간은 모질게도 잘 흘러갔다.
2007년 7월
때가 되었다. 단지 꿈만 꾸는 고통에서 벗어나기로 마음 먹고 결단 하나를 내렸다. 행동하지 않는 한 난 언제나 시달릴 것이다. 내 마음이 진정 원하는 걸 일생 단 한 번은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줄 거면 더 늦기 전에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떨치고 일어났고, 나는 꿈벗 13기가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깨달음이 아니라, 행동 한 스텝,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한 것은 이전 삶과 단절하는 2박 3일의 자궁 체험이었다. 그는 훌륭한 안내자였고, 인생에 대한 나의 모호함은 사라졌다.
2007. 12월
어느 날 문득 직관이 나를 강렬한 소망으로 이끌었다. 그것은 변경연 연구원 4기. 연구원은 오랫동안 소망한 일이었다. 그러나 출장이 잦은 내 직업 여건 상 연구원이 된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시작했다가 중도에 그만둔다면?’, 그 일을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선택하고 좌절하느니 선택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그날 밤 직관을 따라 온 푸른 빛 한 줄기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연구원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다. 일도 필요한 만큼 정리했다. 그 동안 나를 잡고 있던 것은 두려움이었다. '치열한 변화의 괴로움보다 불편한 안정감'을 택하려는…
그리고 지금
지금 나는 공사 중, 대상은 나, 그리고 나의 인생. 여전히 나의 모델은 그. 맨 땅에 헤딩하는 막막함을 벗고 맘껏 달려볼 수 있는 건, 그가 북극성처럼 방향 키가 되어주기 때문. 새해 첫 달, 장기전을 대비한 심적, 물적 토대 쌓기에 전념. 내 앞에 떨어진 시간들.. 나를 마주하는 절대적인 시간들 앞에서 어색하기도 행복하기도..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마음과 몸의 고탄력. 필요할 때 행동 한 스텝을 정확히 떼어주고, 행동을 제약하는 고정관념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혼란은 이제 없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숙제이고,
내게 진실하게 마주할 것을 요구한다.
IP *.51.218.156
바쁜 직장 생활로 정신이 없던 어느 날 저녁, 느닷없이 내 눈에 들어온 잡지 하나. 그날 낮에 방문했던 누군가가 내 책상 위에 던져놓고 간 것이다. 그 잡지를 읽어나가던 나는 어느 코너에서 얼어버렸다. 그곳에는 구본형이라는 작가와 그의 신간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 라는 책이 소개되고 있었다. ‘직장인은 죽었다. 당신 안의 조직인간적 속성을 제거하라. 스스로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마치 사자의 포효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그의 발언은 1인 기업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그 당시, 내 머리를 묘하게 흔들어 놓았다. 순간 구본형이란 자의 이미지는,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르는 혁명가의 이미지로 내 안에 각인되었다.
2002년 어느 날
어는 책방에선가 우연히 만난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다시 구본형과 재회를 했다. 책을 사들고 당장 전철 안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혁명가였으며 불꽃이 일렁이는 혁명의 언어로 평범한 내 일상에 파문을 일으켰다. 30대를 마감하며 삶에 조금씩 조급함이 밀려들던 그 때, 그로 인해 내 안에 갇혀있던 변화에의 갈망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일 수가 없었다. 슬펐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자신이. 아팠다. 아직 아무 것도 준비된 게 없는 현실 때문에. ‘지금 준비하지 못하면 ‘그 때’도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그대로 비수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어떻게 결별할 수 있을까. 실행은 여전히 나에게 미지수였다.
2003년 8월
40이란 나이가 현실이 되었다. 인생 후반전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었다. 변화는 이제 생존의 요구로 다가왔다. 그 때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이 그였다. 내게 그는 자신을 모델로 이미 40대에 변화를 일구어낸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신열로 들뜬 어느 날 밤 그에게 절실한 편지를 썼고, 결국 그를 만났다. ‘내가 도울 건 없어요, 그냥 들어주는 것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끝없이 쏟아놓았고, 그는 가만히 들어 주었다. 내 앞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는 투사가 아니었다. 수줍고 내성적인 한 사람이었다. 그가 1인 기업가로 집에서 일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변화경영연구소는 사무실이 아니고 바로 그였다. ‘남이 어떻게 봐주는 가’에서 초탈할 수 있다면, 이미 멋진 인생일 것이다. 그가 많이 부러웠다.
그를 만나고 이틀 후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를 들고 찾아간 지리산 단식원, 그가 인생의 변곡점에서 힘차게 U턴을 결정했을 때, 먹지 않음으로 오히려 채웠던 곳이다. 진주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진주에서 덕산까지 택시를 타고, 다시 또 차를 타고…정말 어렵게 찾아갔다. 그런데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간이다. 그곳에서 나는 낯선 얼굴들을 익히기도 전에, 레몬즙을 마시다 무작정 상경해야 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운명은 아직 내 편이 아니었다. 나는 그곳에서의 보름 단식 후 유럽으로 갈 계획이었다. 인생에는 단지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자신에게 설득해보이려고. 나 때문에 고통 받으신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고통을 외면해야 했던 나의 절박함.. 보따리를 집에 내려놓는 순간, 모든 것들이 허공에서 울고 있었다. 언제 운명은 내 손을 잡아줄 것인가.
2003년 12월
그가 꿈벗 1차 모집 공고를 냈다. 내 일정 상 무리란 걸 알면서 일단 신청을 했다. 그러나 결국 참석할 수 없었다. ‘내 꿈의 첫 페이지’는 그렇게 열리지 못하고 다시 골방의 먼지 속으로 들어갔다. 가끔 연구소에서 날라오는 공동메일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었다. 현실이 될 가망이 없는 불투명한 꿈을 꾸는 가운데 시간은 모질게도 잘 흘러갔다.
2007년 7월
때가 되었다. 단지 꿈만 꾸는 고통에서 벗어나기로 마음 먹고 결단 하나를 내렸다. 행동하지 않는 한 난 언제나 시달릴 것이다. 내 마음이 진정 원하는 걸 일생 단 한 번은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줄 거면 더 늦기 전에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떨치고 일어났고, 나는 꿈벗 13기가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깨달음이 아니라, 행동 한 스텝,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한 것은 이전 삶과 단절하는 2박 3일의 자궁 체험이었다. 그는 훌륭한 안내자였고, 인생에 대한 나의 모호함은 사라졌다.
2007. 12월
어느 날 문득 직관이 나를 강렬한 소망으로 이끌었다. 그것은 변경연 연구원 4기. 연구원은 오랫동안 소망한 일이었다. 그러나 출장이 잦은 내 직업 여건 상 연구원이 된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시작했다가 중도에 그만둔다면?’, 그 일을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선택하고 좌절하느니 선택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그날 밤 직관을 따라 온 푸른 빛 한 줄기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연구원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다. 일도 필요한 만큼 정리했다. 그 동안 나를 잡고 있던 것은 두려움이었다. '치열한 변화의 괴로움보다 불편한 안정감'을 택하려는…
그리고 지금
지금 나는 공사 중, 대상은 나, 그리고 나의 인생. 여전히 나의 모델은 그. 맨 땅에 헤딩하는 막막함을 벗고 맘껏 달려볼 수 있는 건, 그가 북극성처럼 방향 키가 되어주기 때문. 새해 첫 달, 장기전을 대비한 심적, 물적 토대 쌓기에 전념. 내 앞에 떨어진 시간들.. 나를 마주하는 절대적인 시간들 앞에서 어색하기도 행복하기도..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마음과 몸의 고탄력. 필요할 때 행동 한 스텝을 정확히 떼어주고, 행동을 제약하는 고정관념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혼란은 이제 없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숙제이고,
내게 진실하게 마주할 것을 요구한다.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09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621 |
4108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641 |
4107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656 |
4106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681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714 |
4104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724 |
4103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728 |
4102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737 |
4101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931 |
4100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932 |
4099 | 꿈을 향해 간다. [2] | 빈잔 | 2024.06.25 | 1070 |
4098 | 신(新) 노년과 구(舊) 노년의 다름. | 빈잔 | 2023.03.30 | 1506 |
4097 | 가장 자유로운 시간. | 빈잔 | 2023.03.30 | 1508 |
4096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1539 |
4095 | 편안함의 유혹은 게으름. | 빈잔 | 2023.04.28 | 1539 |
4094 | 원하는 것(Wants) 과 필요한 것(Needs) | 빈잔 | 2023.04.19 | 1583 |
4093 | 내 삶을 지키기 위한 배움. | 빈잔 | 2022.12.27 | 1640 |
4092 | 변화는 불편하다. | 빈잔 | 2022.10.30 | 1663 |
4091 | 1 % [2] | 백산 | 2007.08.01 | 1700 |
4090 | 정서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 빈잔 | 2023.03.08 |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