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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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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3일 14시 16분 등록
깃발 ….이수익

깃발을 보면
깃발처럼 마구 심장이 펄럭이던

때가 있었다. 바람에
깃발이 펄럭펄럭 구겨지듯
나의 심장 또한 구겨져서

푸르고 싱싱한 모습으로 휘날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먼 길을 떠나는 젊은 강이었다.

오늘도 파아란 높다란 장대 끝에서는
전신을 몸부림치듯
깃발이 펄럭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양탄자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조용한 심장을 지녔을 뿐이다.

내 눈빛 속에 깃발은
분명 힘차게 요동치지만
예전처럼 나의 심장은 숨가쁘게 휘날리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저무는 바닷가에 닿았거니와
오랜 세월 깃발은
자주 나를 속여왔으므로.

시몬 드 보바르의 <노년>을 읽다가 문득 문득 이수익의 깃발이란 시가 떠올랐다.
나는 어려서부터 바람에 날리는 깃발을 참 좋아했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둥둥둥 북소리가 들려오는듯 하고 그 북소리에 맞춰 나의 심장은 쿵쿵쿵 거리며 답을 보낸다.
바람이 강할수록 더욱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 그 펄럭임 끝에 가리키는 저 어딘가에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은 그 순수.
그것은 꿈이며, 열정이며, 지향이며, 살아있음이다.

어쩌면 펄럭이지 않는 깃발은 더 이상 깃발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도 두근거리지 않는 심장은 이미 살아있는 심장이 아닐지도 모르듯이..
무언가를 향한 뜨거운 펌프질이 끝난 상태 더 이상 요동치지도 범람치도 않는 상태, 아니 그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해야하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에서 둥둥둥 거리는 북소리도 들을 수 없고, 그 끝에 행복이 있을 것이란 치기어린 열정도 없으며, 심장도 그 깃발의 나부낌에 맞추어 펄떡거리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그저 응시할 뿐

시몬 드 보부아르는 늙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늙는다는 것보다 더 자명하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예상외인 것도 없다. 그런데 이 노인은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인간 조건의 영역밖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노년은 누구에게나 오는 운명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이 불시에 들이닥쳐 우리를 당황케 한다.
가을날…바람에 한 잎 두 잎 집착을 버리듯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저렇게 살다가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 낙엽이란 수분을 비롯한 일조량, 기온등의 영양분이 부족하여 스스로 잎을 떨구는 자구책이며 구조조정인 셈이다. 결국 떠나야 살 수 있고 떠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는다.
우리의 삶은 떠나는 삶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므로 생은 주어지고 세상으로부터 떠남으로 마감되는 것이다.
항상 그대로인 것은 없다.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역시 그 진리중의 하나인 것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떤 특정한 곳에 정지된 장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 장면 사이의 미묘한 변화와 변화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앞컷과 뒷컷의 사이에 참다운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늙어갈 것을 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므로.
그렇다면 좀 더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 아닐까?
삶을 즐기며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가장 잘 사는 것은 삶을 철저하게 즐기며 사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살 한살 나이를 먹는일에 자신이 없어지고 물질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내 안에 가득하고, 사람과 명예에 대한 욕망과 집착에 나를 온전히 빼앗길때가 있다.
이러한 집착들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 보자.
그러면 이 거리만큼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 한 발짝의 거리만큼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집착과 욕망들이 내 안에 가득하여 내 심장을 화석화 시킬 때 한 발짝 물러나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싶다.

바람아 불어라
깃발이여 펄럭여라
나의 심장아 다시 한번 요동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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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나같이 너무도 힘든 주제였고, 오랫동안 온전히 내 자신이 되어버린 게으름은 발목을 잡고 놓지 않았지요

그러나 생활의 패턴이 조금은 바뀌었고, 내가 원하는 패턴으로 재창조 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이 끊임없는 긴장과 도전이 균형잡힌 삶으로 나를 이끌것이며, 그러므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훌륭한 시간 이었지요.

노년에서도 나오듯이 이 습관이란 놈이 아주 무서워서, 지금 부터라도 잘 잡아주지 않으면, 지금이야 그럭저럭 살아지겠지만 ,,나이들어 갈 수록 삶이 무서워질까 걱정되었었거든요.

이렇게 삶의 습관을 잘 조율하고 균형잡다보면 ...괜찮은 노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모두들 고생 많으셨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레이스를 마치는 이 즈음에 촉촉한 봄비가 오니 참 좋군요.

그치요^^
IP *.128.30.50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3.23 15:13:32 *.36.210.80
짝짝짝.
장시간의 레이스가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리는 군요. 그대 흘린 수고의 땀방울 만큼이나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크게 요동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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