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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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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3일 11시 42분 등록
옷과 구두에 어울리지 않은 색깔의 양말을 신고 나갔다. 신고 나가 보니 그렇게 옅은 색인지 몰랐다. 어차피 양말을 구입할 때가 되어 길거리에서 양말 2족을 5,000원에 샀다. 적당한 곳에서 양말을 갈아 신었다. ^^

밤이 되었다. 양말에 구멍이 났다. 발가락이 시작되는 부분의 봉제선이 1cm 가량 튿어진 것이다.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어이가 없었다. 2,500원을 주고 살 때에는 최소한 몇 개월은 유용하게 신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런데,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나 몰라라'하고 구멍이 나 버렸다. 이 놈의 양말은 나의 기대를 완전히 져 버린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함께 있던 친구와 함께 웃었다. 그런데, 문득..
과연... 나는... 나를 만드신,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분의 기대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분은 나에게 얼마만큼의 인생을 허락하실까? 나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계획하셨을까? 그 기대를 져 버리고 '나 몰라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기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나를 기대하고 신뢰해 주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은하지 않고 감사로 화답하는 하루를, 망덕하지 않고 덕을 살짝이라도 실천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이승환과 오태호의 앨범 <이오공감>에는 '나만 시작한다면'이라는 곡이 있다. 참 좋아하는 노랫말이다. 십수 년간 들어왔던 곡인데 여전히 좋다. 오늘은 나를 품고 기뻐하셨을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만 시작한다면

내가 태어날 때 부모님은 날 보며
수많은 생각과 기댈 하셨겠지
어릴 때나 지금도 변함없는 건
자랑스런 나를 보여주는 일
시간은 언제나 나를 반기고
저 파란 하늘은 이렇게 날 지켜보고
나만 시작한다면 달라질 세상
나 진정 원하는 그 일을
슬프면 슬픈대로 나를 떠 맡겨도
부서지진 않을 수 있는
커다란 인생의 무대위에서 지금부터 시작이야
그 누가 무슨 말을 내 삶에 던져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알고 늦지 않았음을 알고


2,500원짜리 양말이 준 교훈이 꽤나 묵직했던 하루였다.
IP *.166.8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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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13 12:01:21 *.36.210.80
사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사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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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4.13 12:21:10 *.180.231.15
축하합니다.
사소한 것에서도 교훈을 뽑아내는 훌륭한 감성적 강점을 지니셨습니다.
작은 일이 점차 불어나서 큰 일이 되지요.

굳이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진리지만,

게으른 사람은 그러한 미덕을 감지하지 못하더군요. 부지런한 현운님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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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4.13 14:00:50 *.72.153.35
이 착한 놈아,
양말에서 그걸 생각하다니...

네가 너의 자기계발서는 인문학을 아는... 자기의 이야기가 있는 책이 될거라고 했는데, 네 말대로... 무척 따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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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13 21:18:18 *.179.68.80
지난번 Pre-Book Fair에서 인상적인 PT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현운님의 모습에 많은 동기부여 받았습니다.
향후 다른 사람의 삶을 성장시키는 훌륭한 조력자가 되실 것을 믿습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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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4.16 00:30:10 *.41.62.236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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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08.04.16 22:04:37 *.166.82.210
여러분들이 댓글을 다셨네요. ^^ 저도 몇 마디 하고 싶네요.

써니누님. 그죠? 제가 저 사진 보고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몰라요. 괜히 울컥해지더라구요. ^^

함장님의 격려와 칭찬에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노력하여 함장님이 칭찬에 걸맞는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정화누나. 제가 그랬던가요? 그 때 수서에서 밥 먹으면서 나눴던 얘기 같네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지요. 인문학적 깊이와 금방 써 먹을 수 있는 실용성을 동시에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 말입니다. ^^

거암형님~ ^^ 형님의 웃는 모습과 유쾌한 웃음이 기억나네요. 마지막 살짝 귀엽게 조는 모습도 참 사람 좋아 보였습니다.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지희 누님의 저 눈물은 어인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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