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써니
  • 조회 수 2302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8년 4월 15일 10시 57분 등록
내가 이곳의 맨 처음 변.경.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그의 남편 신재동은 10기의 조용한 조교가 되어 나와 같이 참여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할 때야 비로소
이곳에 이미 ‘선이’라는 이름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성은 달랐지만 그 이름의 한자까지도 똑같아 우연한 반가움이 일었다.

나보다 먼저 이곳을 찾은 이들에 대해 무조건적 존경하는 마음과
그 모색이 절로 아름답게 느껴질 때라 더욱
나는 순간적으로 내 이름을 양보해서라도 혼선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에 친구들이 불러주던 이름을 근 30년 만에 떠올렸다.
그리고 써니라고 다시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가끔씩 떠올려 볼 때가 더러 있다.

한동안 내 이름은 아픔 속에서 나와 함께 한쪽 구석에 처박혀서 울고 지냈다.
예전의 낭랑한 이름을 찾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쓸 수 없었다.

나보다 먼저 참신하게 터를 닦아가고 있는 이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때로 내 이름 석 자를 다 쓰기보다
편하기도 했고 아주 가끔은 공연히 심통이 나기도 했다.
내가 그녀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더 나이 먹은 것이 이름도 못 찾아 쓰나 해서

하지만 나도 모르게 호의적인 느낌이 들고는 했다.
아니 친해지고 싶었을지 모른다. 무조건 나와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남편 재동은 성격이 은근하고 무던하여 나와는 비교적 편히 지내게 되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한사람은 안 선이 한 사람은 바깥 선이라고까지 불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의 아내가 공연히 짜증이 일 수 있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더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녀는 출산으로 아이를 양육하며 직장에 다니는 이중의 고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참여보다는 남편의 참여를 먼저 돕고는 하였다. 사내들이란 아내 쪽에서 먼저 배려해 주면 그 점을 깊이 헤아리기보다 깜박 잊어버리기 일쑤이니 설혹 가끔은 서운한 면이 없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 역시 남자이기는 해도 균형 잡기를 모색할 줄 아는 이여서 그들은 서로의 의미를 잘 조율시켜 나가고 있다.

엊그제 3기 연구원 pre- book fair 상반기 마지막 날에는 아이와 함께 세 식구가 봄나들이 겸 즐겁고 화사한 모습으로 ‘가족 참여’를 해왔다.

항상 은연중 연구원 최초의 바람직한 모습을 꾸준히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서 봄 향기 그윽한 풋풋한 싱그러움을 듬뿍 느낀 하루다.


각자 1기 연구원으로 만나 급기야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언약한 이들 부부는 언제나 변.경.연과 함께 살아있는 신화를 조용하고 꾸준히 창조해나간다. 우리 모두의 사랑과 염원이 담긴 꿈섭(신윤섭)이를 낳았고, 우리와 함께 하며 따로 또 같이 성장하여 나가고 있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살뜰하고 고운지 모르겠다.

나는 그날 이번 발표자도 아니면서 참관하느라 그녀와 넉넉히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지 했는데 어린 꿈섭이와 다음날 출근 때문인지 식사를 마치자마자 그들 내외는 조금 일찍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래서 서운한 마음을 글로 대신하여 본다.

아마도 꿈섭엄마 선이가 조금 피곤했으리라. 산들산들 봄바람 같은 푸른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은 그녀의 자태는 매우 아름다웠으나 구두를 신고 종일 한창 나부대며 걸음마를 해대는 어린 아가인 생후 15개월가량 된 꿈섭이를 따라다니기란 무척이나 고단했을 것이다.

더 오래 같이 하고픈 마음으로 이들 부부의 이른 귀가에 못내 아쉬움이 일기도 했지만 한 폭의 그림 같은 이들 전 가족의 참여 모습만으로도 흐뭇한 광경을 일구어내는 것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2기 연구원 조교를 했던 정경빈님 내외와 이제 6개월 남짓 된 아가 혜린과 함께하는 가족 동반 참여도 여간 반갑지 않았다. 출판 관계자들과 내외 귀빈들과 함께하며 제법 빡빡하게 진행되는 행사 가운데에서도 두 가족의 참여는 매우 신선하였으며 그야말로 최상의 즐거운 모임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날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이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나와는 달리 비교적 내향적인 성격인 그녀의 글은 선이 굵고 대장부 같은 기질이 스며있다.

매우 여성적인 섬세함과 감수성으로 시를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 늘 그녀의 글에서 청운의 푸른 꿈을 품은 여성이라고 하기보다는 약간 남성적 웅장함과 대범함을 엿보게 되고는 하여 더욱 그렇다.

그녀의 행동이나 처신도 글과 일맥상통하여 일상의 잔잔한 풍경들을 담백한 필체로 소담스레 담아내는 듯 진득한 맛이 느껴지고는 한다.

덮어놓고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심사숙고해서 결단을 내리기도 하는 그녀의 늠름한 기상을 대할 때면 씩씩하며 크고 굵은 선의 그녀의 기품이 느껴지곤 하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부부가 함께 상의하고 서로를 존중하려 최대한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 부부는 아직 꽃샘추위가 멈추지 않은 지난 초봄의 어느 날엔가는 자신들의 저녁식사에 각자 한 사람씩 마음에 걸리는 사람을 초대하여 따뜻한 밥상을 나누고 싶은 벗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이벤트를 벌이기도 하였다.

집 떠나 멀리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정화와 길 잃은 양처럼 헤매는 내가 각각 그들 부부로부터 저녁식사에 초대되어 재동이 손수 뽐내며 만들어 내오는 버섯찌게 요리를 함께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고 돌아오기도 했다.

잘 차려진 상의 음식보다도 마음이 너무 예쁘게 느껴지고, 저마다 한 사람씩 전화를 거는 이들 부부의 장면이 절로 그려지기도 해, 그 따스한 정이 묻어나는 훈훈한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이미 한가득 거하게 배가 터지도록 불렀다. 낄낄 깔깔 호호호 꿈섭의 재롱과 함께 웃고 떠들어가며.


이들 부부는 아직 세상이 말하는 그리 여유 있는 부자는 아니다. 성북동의 조그만 빌라에 비싸지 않은 전세를 살고 있고, 아내 선이가 버는 수입의 상당부분은 낯 동안의 아이 양육비로 나가기도 하며, 아빠 재동은 일이 끊겼다 이어지고는 하는 약간은 마음이 늘 불편하기도한 힘겨운 가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려 무던히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 지극히 아름답고 성실한 부부다.

그녀 선이는 그의 남편 재동의 예술성을 익히 알고 잠재적 계발을 아낌없이 도와가며 큰마음 씀씀이로 지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 무척이나 대범한 여장부 그 자체요, 변.경.연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뛰어난 원군의 면모를 갖춘 큰 그릇의 여인이다.


3기 연구원들의 상반기 2차 pre- book fair 날 재동은 그동안 꾸준히 연마해 오고 있는 플륫 실력을 행사의 오프닝으로 서슴없이 장식하며 배움의 과정이 담긴 기염을 토하는 연주를 발표하여 여러 참석자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따금씩 그의 어제보다 조금씩 진화해 가는 연주 과정들을 귀를 의심하며 느끼곤 한다. 그리고 그는 연구원들이 책을 낼 때 사진을 찍어주고는 하는 작업을 돕기도 하는데, 그 일을 더욱 잘 돕기 위해 다소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격적인 사진에 대한 수강을 해가며 꿋꿋이 자신의 재능을 육성시켜 가는 가운데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은 좁은 길의 일상들을 모아모아 한걸음씩 묵묵히 개척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사진하면 언제 어디서나 그 이름 신재동을 떠올린다. 우리의 커뮤니티의 든든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곳 네트웍을 연결하는 사이트에 작동이 잘 안 되거나 어쩌다 이상한 글이 올라와도 무턱대고 재동부터 찾기도 한다. 믿거니 해서 나오는 행동들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대는 통에 가끔씩은 말하지 않는 그의 신욕이 다소 고될지도 모르겠다. 그의 고충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결사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 그도 곧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 주고는 하면서도 아마도 몹시 신경이 쓰이기는 할 것이다. 앞으로는 의당 신세만 질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이들 부부의 참신한 참여와 같은 동급의 신선한 배려로 응답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 동명 2인 과도 같은 그녀에게 나보다 앞서 변.경.연을 찾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양보하는 마음이었던 내게 요즘에는 그녀에게서 같은 이름이기 때문에 그녀가 지닌 덕을 나누어 갖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 과장된 마음이겠는가. 지금은 그녀가 나와 같은 이름이라서 더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느낌이다. 나보다 어린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대인의 풍모에 간접적인 배움도 자못 크다 하겠다.

가끔씩 만날 때마다 더한층 성숙하고 아름다워져 가는 여인의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그녀를 대할 때마다 마치 나의 진화를 목전에서 확인하는 듯 공연히 우쭐해지는 마음까지 생겨나곤 한다.

지난 토요일 우리와 함께한 그녀의 오랜 만의 봄나들이는 멋졌다. 요즘 한창 제법 잘 걸어 다니고 있는 꿈섭이의 무럭무럭 쑥쑥 커가는 성장만큼이나 그들 가족의 단란함과 행복도 오래오래 우리 변.경.연과 함께 크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을 가득히 실어 이들 가족에게 전해보는 바다. 언제나 쨍! 하고 해 뜨는 꿈섭이네 가족을 기원하며. 달리자 꿈!
IP *.36.210.80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4.15 12:59:33 *.36.210.80
사진을 올릴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ㅠㅠ
프로필 이미지
한희주
2008.04.15 15:14:31 *.205.163.94
참 맑고 그윽한 향기를 지니신 재동님, 선이님, 윤섭님!
그 가정에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박안나
2008.04.15 23:49:10 *.92.140.235
저도 토요일날 선이님 처음 뵈었는데 파란 색 원피스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꿈섭(^^)이도 너무 이뻤구요. 써니 언니의 글을 읽고 나니 그 날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지희
2008.04.16 00:26:16 *.41.62.236

언니 대신해서 제가 올렸어요. 재동씨 귀찮게 하면서, 얼른 배워서
잘 올려야 할텐데. ㅎㅎㅎ

세사람, 저도 무척이나 분위기가 좋았어요.
제가 식사하면서 선이님께 결혼해서 어떠냐고 물어 봤어요.

'네, 정말 행복해요. 재동씨가 아주 자상합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선이님에 대한 선이님의 단상, 잘 읽고 가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