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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2일 10시 21분 등록
정호승님의 시를 좋아합니다. 그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도 좋아합니다. 작년에 새로 발간한 시집 "포옹"에 실린 시입니다.



젊은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말고

첫아기에게 첫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

어떤이의 운명앞에서는 신도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

내가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잔이 있으면 내가 마셔라

꽃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듯

바람이 나와 함께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일에 감사하는 일일뿐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엇을 이루려고 뛰어가지 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잔해라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하고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우물이 되어야 한다
IP *.21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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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2008.04.22 11:49:17 *.143.170.4
멋진 너의 목소리로 읽어주던,,,
그 음성이 귓가에 맴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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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4.22 11:49:20 *.117.241.251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인생은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우물이 되어야 한다.

=

이 세 구절이 마음을 깊이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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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류경민
2008.04.22 15:36:46 *.111.241.162
지미.
비선대에서 이 시를 들은 후
햇빛오빠와 내가 더 이 시에 취해 몇번씩 되뇌어 읽었지.
'첫아기에게 첫젖을 물린 날'이 너무나 생생하여 그때의 감정을 말해줬었지. 아무나 가질수 없는 경험이기도 하군.ㅋㅋ

요 며칠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잔해라' 가 저녁의 나의 술잔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오늘밤에도 누군가 나에게 "술이나 한잔 하죠."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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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용
2008.04.23 02:46:21 *.234.78.45
어느 글에서건 바람이란 단어를 보면 꼭 나를 연상시카는 버릇이 생겨버렸어..호식이형이 가끔 바람동생이라고 불러서 요즘 더 그런가봐..ㅎㅎ 누군가의 손을 잡기위해선 자신의 손을 비워야한다는 비움의 철학이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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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23 07:16:26 *.244.220.254
힘겨운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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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8.04.26 13:16:40 *.41.96.47
'술'하니까~ 하고 싶은 말.
대학 다닐 때 우리과는 소위 '막걸리과'였어요..^^
그리고 방송부 선후배, 동기들도 술고래였구요.
거름지고 장에 가면서
저도 덩달아 주량을 늘려갔지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소위 줌마가 되어
제 때 할 일 해 가면서..
소위 금주 기간이 본의 아니게 생겼고
직장생활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는
그냥 펑퍼짐하게 마음을 펼쳐 놓을 자리는 아니더군요.

얼마전 영남권 변경연 모임에서 정말 간만에 거나하게 취했드랬습니다. 영남권 모임 분들 뿐 아니라 책에서만, 언론매체에서만 뵙던 존경하는 구본형 선생님을 비롯하여 초아선생님, 써니님, 한숙님, 여행자님, 아름다운 놈님(? ^^), 도명수님. 건천 JC 사부님 강연에 동반해 오신 분들이었는데..아구야~ 막걸리과, 방송반 선배님 대하는 마냥 마음이 그냥 탁~~풀려버렸었습니다.
그!래!도!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뜬금없지만 '오늘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엇을 이루려고 뛰어가지 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잔해라
산 을 바 라 보 기 위 해 서 는
반 드 시 산 을 내 려 와 야 하 고
사 막 을 바 라 보 기 위 해 서 는
먼 저 깊 은 우 물 이 되 어 야 한 다'는
시 구절에서 문득 떠오른 [나 얼마 전의 풍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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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7 22:47:43 *.36.210.11
게가 아니고 개로군요.

개새끼보다 나은 오래된 개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는 사람 이야기를 나눈 날입니다.

게는 개새끼 짓거리나 하고 개는 게가 되어 사람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개와 게 사이에서 게는 개가 되고 개는 사람보다 나는 개의 자리를 지킵니다.

개만도 못한 게의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 채 그저 손만 꼭 잡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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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3 02:25:42 *.39.173.162
지척에 두고 미카엘라의 낭랑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구나
아쉽다.
그래도 너에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멀리 있지만 그 목소리가 들린다.
몇번을 읽고 또 읽는다....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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