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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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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2일 12시 53분 등록
참꽃


약수터 가는 매봉산 입구
<산불예방 입산금지> 현수막 뒤로
저런! 산불이 나다니? 아니다
화냥년 개짐풀듯 참꽃이 핀다
꽃술에 붉은 반점 요염한 꽃
따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꽃
암소끌고 보릿고개 넘다가
수로한테 얼빠져 암소도 놓고
나이도 잊고 꺾어다 바쳤다는 꽃
흰구름 덩실 그 노인이 또 온다
아무리 남의 꽃 예쁘기로
천년을 새로 피는 참꽃만 하랴
숨겨온 귀엣말을 차마 못하고
온 산에 불지르고 달아나는 꽃이여
너와 내가 한시절 몸을 섞다 간다면
그 자리엔 무슨 꽃이 불타오를까?
눈물꽃? 아니면 꿈꽃?
--꽃방망이 줄게 이리온!
망설이는 사이에 참꽃이 진다
실없이 또 봄날만 간다

-- 임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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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00년이었을겁니다. 내 속에서 무언가 나오려고 꿈틀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꾸만 토막말이 써졌지요. 그래서 닥치는대로 시집을 사다 읽기 시작했는데, 당최 시가 어려워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다가 임영조의 '참꽃'을 접했는데,
이맘때 흐드러진 봄꽃에게 수작을 거는 시인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꽃방망이 줄게 이리온!

운영하던 학원이 불경기라 그야말로 스트레스에 쩔어있던 때였는데,
이 시를 읽고 마음풀고 밥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는 시의 난전에서 헤매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잘 골라 읽을 수 있게 되었구요.
IP *.209.3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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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2 15:54:52 *.36.210.11
워메...
꽃방망이라고라...
눈이 번쩍...
귀가 번쩍...
봄의 화냥끼가 스멀스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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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류경민
2008.04.22 20:45:07 *.111.241.162
우리 동네에선 진달래꽃을 참꽃이라 하였는데
진달래가 맞나요?
진달래꽃이 군집하여 핀 봄의 산은
정말 아름답답니다.

시인은 산불이 났다고,,,
온 산에 불지르고 달아나는 꽃이라고,,, 넘 신나는 표현이네요.

지혜많으신 시골 어르신들은
나처럼 꽃에 취해 산을 오를까봐
진달래꽃대궐속에는 호랑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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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4.23 01:11:10 *.209.38.102
써니 댓글도 한 편의 시네요.
그걸 씨앗글로 삼아 한 편 완성하지요? ^^

경민님, 정말 고혹적인 호를 받았네요.
꽃에 취해 산을 헤매는 천진난만함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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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4.23 09:49:02 *.235.31.78
화냥년 개짐풀듯
봄 기운 하나 물어
불지른다기에
오메 저꽃 오메 저꽃 했건만

일 년 만에 다시 돌아와
여그가 내 고향인갑다 하는
오메 저꽃 저 주둥이

오냐 퍼뜩 오니라
꽃방망이 이빠이 후려 칠랑께로

오봉옥 <정다방 김양2> 패러디



정다방 김양처럼 참꽃도 좀 맞아야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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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류경민
2008.04.23 13:18:08 *.243.13.160
고혹적인
:[관형사][명사] 아름다움이나 매력 따위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또는 그런 것.

제 이름에 대한
생애 최고의 찬사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본명이 춘희입니다. 춘희가 싫어 춘희를 버리려 했는데
울 그이도 춘희가 좋대고
사부님도 춘희가 좋대서
간직하려 합니다.

춘희경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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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8.04.26 14:29:28 *.41.96.47
봄날 산자락에 불지른 듯
요염한 자태 감춤 없이 흐드러짐 드러내는 진달래꽃
'진~다알래! 진~다알래! 진~달~래꽃 피었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그 진달래가 요기서는 요로코롬 교태를 부리누만요.
'꽃방망이 줄게 이리온~~'하는 시인은 시인대로
천하에 둘도 없는 난봉꾼. 시대의 카사노바? ^^
누가 우위랄 것도 없이
어찌 그리 잘도 어우러져 질펀히 노니남유.

아~ 그런 봄날이 가고 있네요.
'봄날은 간다' 노래 한번 불러봄은 또 어떠한가요?
장사익 version, 한영애 version, 백설희 version, 조용필 version, 심수봉 version..
http://blog.daum.net/daunjae/3373495 함 비교 들어보세요.
님 좋으실대로...
저는 오늘은 심수봉 version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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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고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찻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고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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