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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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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2일 13시 49분 등록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 하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만은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는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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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충청남도 당진의 작은 시골 초등학교..
그 곳 5학년 2반에서는 이상하고 유치한 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처럼 남학생과 여학생의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각 조직 안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서열대로 계급이 매겨졌습니다. 단 조직의 가입은
자유였으나 대부분 다 참여했습니다.
싸움의 기술로 순위가 정해졌다면 엄청 억울했을 나에게
이 방법은 정말 현명하고도 공평한 제도였다고 여겨집니다.

제겐 복종해야 할 전교 1등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 성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그가 수업시간에 발표하려고 손을 들때의 절도있는 각도도 멋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선택하는 단어들은 아찔한 향기를 품고있어
내 뇌리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발표하고자 하는 의의는~~~~" 여기서 "의의"라는 단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저에겐 혁명과도 같은 단어였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라고 피식
웃을 수 있지만 그때의 저는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독립투사라도
된 마냥 복종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날 위해 복종하는
사람들이 있어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한용운님의 <복종>이란 시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선택한 복종'은 아름답다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면서
복종의 대상을 찾으려 무던히도 애썼지만 불행히도
제겐 복종의 대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역사속 인물들 중 적당한 한분을 골라 복종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분들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 분들입니다.
제겐 만질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손을 잡을 수 있고 포옹할 수 있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지혜를 들려주실 수 있는 그런 분을 말입니다.

잊고 살았던 마음속의 울부짖음을 이번 꿈벗 16기 속초 여행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스런 꿈벗들입니다.

선택한 복종의 기쁨이 저를 행복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IP *.234.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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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류경민
2008.04.22 15:20:26 *.111.241.162
하하하.....
속초에서 방바닥을 뒹굴며
귀에 걸려 내려오지않는 근육을 쓰러내리도록 웃게 하더니....
역시 범용이다.

5학년때 그 시골에서 '의의'는
정말! 놀라운 단어였으리라 생각된다.ㅋㅋ
그어린시절에 현란한 단어를 날리던 그친구.
김성수는 지금 어떤사람으로 살아간대니?

속초모임에서 시낭독의 시간을 갖을 거라고 할때
가장 뜨아한 표정으로 난색을 짖더니
그래도 멋진 시와 재미있는 너의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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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2 15:46:45 *.36.210.11
나도 이 시 좋아해요. 정말 복종하고 싶어질 때 찾게 되는 시죠.
그건 아마도
자신을 열고 눈물 뚝뚝 한껏 흐드러지게 죽고 싶은 열정과도 같을 거에요.

우리 모두에게는 진실로 오롯한 정념으로 누군가 혹은 어떤 의미 있는 일에 절대적인 사랑을 흠뻑 실천해 보고픈 뜨거운 마음이 있는 까닭이겠죠.

달콤한 희생 기꺼운 헌신 같은 눈물 펑펑 쏟아지는 못내 그리운 사랑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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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4.22 15:56:09 *.117.241.251
몽용아.(애칭을 몽용으로 이참에 바꾸는 것은 어떨까?)

너의 시를 적어온 일기장이 너무 멋있었어?

모두들 너의 일기장을 구경하고 싶어했지. 흐흐..

나는 국민학교 오학년의 정신세계 치고는 너무나 어렵고 아름답구나..

나는 국민학교 오학년 시절에 무엇을 했을까?

무엇보다도 몽용아..

몽용이는 누구에게 복종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몽용이 자체가 아주 소중한 그리고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내가 강의에 대해 물었을 때 딱 필요한 유머에 대해서 알려주는 그 쎈스만 해도 몽용이는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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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용
2008.04.23 02:42:46 *.234.78.45
경민 누나..성수가 어디서 무얼하는지 잘 모르겠어..그래서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하게 되면 꼭 찾아보려고..ㅎㅎ

써니님..써니님도 이 시를 좋아한다니 저도 기쁜데요..!! 복종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희생과 헌신, 즉 사랑이란 생각이 듭니다.

호식이형..몽용이라고 확 바꿔볼까?ㅎㅎ 특별한 사람이란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고마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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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8.04.26 15:05:25 *.41.96.47
학교 다니던 시절,
국어책에 자주 나오던 시인들 그리고 그들의 시들
한용운 님은 그 대표주자격이셨죠.

하지만
그 시 자체를 두고 하는 감상보다는
한 음절 한 단어 한 문구를
마치 개구리 해부하듯
조목 조목 따지고 분류하다 보면
시의 향기는 어디가고
내가 보기에는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픈 연인사이 님의 심정인데
그걸 조국이라고 하니
참..난감했습니다.
조국이라면 조국인가 보다
이 시인이 말하는 건 애국심인가 보다.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에는 한용운 님이
시인이라기보다는
승려, 그리고 애국지사 같은 느낌이 더 들었습니다.
하기야 훌륭한 독립운동가이심은 분명하고도 중요한 사실이지만요.
그래서 1945년 우리나라 독립을 못 보고 돌아가신것이 너무 안타깝다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거나 저는 다른 그 어떤 문학 쟝르보다도 시는 그저 느낌과 감상으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해석한다..전 별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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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08.04.29 15:04:46 *.75.127.219
이시는 저역시 좋아하는 시로 올릴려고 더듬거리고 있엇는데
게으른 저에게 멋진 한방을 먹인 것입니다.
선수를 치신 이범용씨에게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시를 어느 분이 625때 총을 맞고 처참하게 죽은 어린
인민군을 수색하던중 그의 수첩에서 발견하고 치열한
전쟁터에서도 이런 순정이 있어 가슴을 메이게 만들어
한순간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글을 읽은 것이
제법 지난 일인데도 저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시는 고집센 독립투사의 시에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예사스런
일이 아닙니다만 사회가 복잡하여지고
고도의 문명사회가 될수록
복종과 자유가 같이 얘기되어야 한다는 있는 듯해서
저의 마음에 떠나지 않는 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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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2 02:28:26 *.39.173.162
몽룡아.....
복종하자..
멀리서 너에 글을 보니 더욱더 보고 싶구나.
그날 몇마디 나누지도 못해 못내 아쉽다.
귀국하면 너를 부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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