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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현
  • 조회 수 2790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08년 4월 22일 22시 42분 등록
수묵정원9-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이 시를 읽을 때면 화선지에 먹물 한 방울 떨어져 화선지의 결을 따라 번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저 흰 색의 바탕에 검은 먹색...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고요한 느낌의 번짐...
그래서 그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내 마음의 번짐이 꼭 그와 같아서...
불 같이 열정적이지 않다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것 같아
이쁜 엽서 한 장 골라서 또박또박 천천히 써내려갔던 시...
내 마음은 천천히 당신에게 번져가고 있다고 말이지요.
지금 그 사람은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네요.


IP *.239.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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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4.22 22:59:42 *.235.31.78
아...

이 시 너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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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04.23 01:14:27 *.209.38.102
그 사람이 곁에 없어도, 그 시가 옆에 있는 한,
번지는 마음을 갖고 있는 한
누군가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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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2008.04.23 17:55:00 *.110.57.16
아,, 저도 조선일보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시리즈를 스크랩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이 시가 참 좋았지요. 번져야 살고, 번져야 사랑이 되고.. 번짐, 번져야.. 라는 말의 어감이 어찌 이렇게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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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류경민
2008.04.24 01:14:05 *.111.241.162
예쁘게 적어서 책상에 붙였습니다.

번짐....속에
하얀 여백의 미도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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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4.25 13:00:52 *.218.204.156
연미님 마음이 번져오네요. 시란 참 좋은 것이군요.
한명석님의 댓글이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주시네요.
한숙이누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오버랩되네요.
아주 먼데서 누군가 아주 천천히 그대를 향해 번져오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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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
2008.04.25 14:06:20 *.77.167.119
허걱...전 줄 어찌 아시고...*^^* 꿈벗님들의 마음이 모아져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네요...봄이 깊어가고 있네요. 나뭇잎들이 짙어지네요. 행복한 봄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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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6 02:09:43 *.36.210.11
연미가 흠뻑 연애에 빠졌나? 아, 아니라고?

이 시가 말이지 처음에는 노래 가사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같은.
그런데 신세대 시라는 느낌이 드네. 젊은 시어가 재밌다고나 할까.

그렇게 번지면 좋겠다. 네 사랑 내 사랑 우리 모두의 사랑, 배움, 정, 혁명, 일, 모임, 깨달음 그리고 또 우리들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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