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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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정원9-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이 시를 읽을 때면 화선지에 먹물 한 방울 떨어져 화선지의 결을 따라 번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저 흰 색의 바탕에 검은 먹색...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고요한 느낌의 번짐...
그래서 그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내 마음의 번짐이 꼭 그와 같아서...
불 같이 열정적이지 않다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것 같아
이쁜 엽서 한 장 골라서 또박또박 천천히 써내려갔던 시...
내 마음은 천천히 당신에게 번져가고 있다고 말이지요.
지금 그 사람은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네요.
IP *.239.140.223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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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을 때면 화선지에 먹물 한 방울 떨어져 화선지의 결을 따라 번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저 흰 색의 바탕에 검은 먹색...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고요한 느낌의 번짐...
그래서 그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내 마음의 번짐이 꼭 그와 같아서...
불 같이 열정적이지 않다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것 같아
이쁜 엽서 한 장 골라서 또박또박 천천히 써내려갔던 시...
내 마음은 천천히 당신에게 번져가고 있다고 말이지요.
지금 그 사람은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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