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현
- 조회 수 3038
- 댓글 수 7
- 추천 수 0
수묵정원9-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이 시를 읽을 때면 화선지에 먹물 한 방울 떨어져 화선지의 결을 따라 번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저 흰 색의 바탕에 검은 먹색...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고요한 느낌의 번짐...
그래서 그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내 마음의 번짐이 꼭 그와 같아서...
불 같이 열정적이지 않다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것 같아
이쁜 엽서 한 장 골라서 또박또박 천천히 써내려갔던 시...
내 마음은 천천히 당신에게 번져가고 있다고 말이지요.
지금 그 사람은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네요.
IP *.239.140.223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이 시를 읽을 때면 화선지에 먹물 한 방울 떨어져 화선지의 결을 따라 번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저 흰 색의 바탕에 검은 먹색...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고요한 느낌의 번짐...
그래서 그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내 마음의 번짐이 꼭 그와 같아서...
불 같이 열정적이지 않다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것 같아
이쁜 엽서 한 장 골라서 또박또박 천천히 써내려갔던 시...
내 마음은 천천히 당신에게 번져가고 있다고 말이지요.
지금 그 사람은 곁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네요.
댓글
7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69 | (*) 이야기를 나눌 시간 - 프로스트 [3] | 옹박 | 2008.04.22 | 3087 |
1968 | 귀천 - 천상병 [4] | 형산 | 2008.04.22 | 3518 |
1967 | 행 복 -유치환 [5] | 춘희 류경민 | 2008.04.22 | 2919 |
1966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6] | 햇빛처럼 | 2008.04.22 | 5506 |
1965 | 시 - 파블로 네루다 [10] | 구본형 | 2008.04.22 | 3954 |
1964 | 성 공 - 랄프 왈도 에머슨 - [4] | 예종희 | 2008.04.22 | 3289 |
1963 | (정호승)개에게 인생을 이야기 하다 [8] | 미카엘라 | 2008.04.22 | 4164 |
1962 | 아프리카 사람들은 만두를 좋아해. [6] | 한정화 | 2008.04.22 | 12036 |
1961 | 내게로 온 첫번 째 시 - 참꽃 [6] | 한명석 | 2008.04.22 | 3848 |
1960 | <복종> - 한용운 [7] | 이 범용 | 2008.04.22 | 4946 |
1959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 | 김지현 | 2008.04.22 | 3095 |
1958 | Guitar 를 잡을 때마다 [4] | 최우성 | 2008.04.22 | 2777 |
1957 | 幸 福 [4] | Pooh | 2008.04.22 | 3347 |
» | 번짐. [7] | 광현 | 2008.04.22 | 3038 |
1955 | 중세기 회교도의 충고 [4] | 오현정 | 2008.04.23 | 3350 |
1954 | [내 삶의 이 시 한편]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6] | 홍승완 | 2008.04.23 | 4208 |
1953 | 나의 자존심 선언 / 버지니어 새티어 [3] | 香仁 이은남 | 2008.04.23 | 3688 |
1952 | 참 좋은 당신 [3] | 앨리스 | 2008.04.23 | 3552 |
1951 | [삶의 시]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2] | 거암 | 2008.04.24 | 4190 |
1950 |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1] | lover | 2008.04.24 | 3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