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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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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4일 11시 33분 등록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나에게로 오는 너,
너에게 나도 오랜 세월을 다하여 가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예비된 '그 때'에 서로 만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내 마음의 다하지 못할 로망을,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이토록 아름답게 현실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의 영혼이 부럽습니다.
IP *.127.9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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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4.24 13:29:26 *.221.104.233
소은님!
아주 오랫만입니다.
그대의 반짝이는 감성과 번뜩이는 재기가 도처에서 빛나니 흐뭇할 따름입니다.

황지우님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늙어 가는 아내에게'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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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4.25 12:52:40 *.218.204.156
지금 제 마음이네요. 고마워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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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2008.04.26 11:03:09 *.102.164.122
이 시 너무 좋아해요.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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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28 14:45:50 *.244.220.254
좋은데요~ 황지우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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