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재우
- 조회 수 444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바 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隣)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대학 1학년 때 나는 처절한 주변인이었다. 깊이를 모를(?) 내향적 성격에 작은 목소리, 자신없는 표정과 작은 체구까지. 주변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여러 필요 조건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고로 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고 대학 1학년 때 친구조차 몇 명 사귀지 못하였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취미가 되어준 것이 바로 ‘작곡’이었다. 잘 못치는 기타실력이지만 그 기타를 가지고 콩나물 대가리를 만드는 작업은 나에게 큰 흥미와 창조적 작업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까지 안겨 주었다. 평소 시를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유치환의 이 시는 읽으면서 바로 ‘곡’으로 만들어보고픈 욕심이 일게 하였다. 그래, 나는 현실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아마도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며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시의 내용이 당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내 과 친구녀석 중에 한 녀석이 이 ‘곡’을 상당히 좋아했었다. 그리 부르기 좋은 멜로디도, 듣기 좋은 화음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녀석은 이 ‘곡’을 자기에게 달라고까지 하였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당시 힘들었던 상황과 대학교 때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어렴풋한 멜로디와 함께.
댓글
3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109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1092 |
| 4108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1137 |
| 4107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1140 |
| 4106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1150 |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1206 |
| 4104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1211 |
| 4103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1260 |
| 4102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1286 |
| 4101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1330 |
| 4100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1458 |
| 4099 | 꿈을 향해 간다. [2] | 빈잔 | 2024.06.25 | 1527 |
| 4098 | 신(新) 노년과 구(舊) 노년의 다름. | 빈잔 | 2023.03.30 | 1891 |
| 4097 | 가장 자유로운 시간. | 빈잔 | 2023.03.30 | 1898 |
| 4096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1933 |
| 4095 | 편안함의 유혹은 게으름. | 빈잔 | 2023.04.28 | 1942 |
| 4094 | 1 % [2] | 백산 | 2007.08.01 | 1950 |
| 4093 | 이런.. [1] | 김미영 | 2005.12.16 | 1951 |
| 4092 | 말리지 않은 책임에 대하여 [1] | 김나경 | 2007.03.24 | 1953 |
| 4091 | [71] 저절로 취해드는 불빛들 | 써니 | 2008.02.03 | 1953 |
| 4090 | 숙제 [3] | 자로 | 2006.09.08 | 19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