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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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隣)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대학 1학년 때 나는 처절한 주변인이었다. 깊이를 모를(?) 내향적 성격에 작은 목소리, 자신없는 표정과 작은 체구까지. 주변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여러 필요 조건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고로 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고 대학 1학년 때 친구조차 몇 명 사귀지 못하였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취미가 되어준 것이 바로 ‘작곡’이었다. 잘 못치는 기타실력이지만 그 기타를 가지고 콩나물 대가리를 만드는 작업은 나에게 큰 흥미와 창조적 작업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까지 안겨 주었다. 평소 시를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유치환의 이 시는 읽으면서 바로 ‘곡’으로 만들어보고픈 욕심이 일게 하였다. 그래, 나는 현실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아마도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며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시의 내용이 당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내 과 친구녀석 중에 한 녀석이 이 ‘곡’을 상당히 좋아했었다. 그리 부르기 좋은 멜로디도, 듣기 좋은 화음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녀석은 이 ‘곡’을 자기에게 달라고까지 하였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당시 힘들었던 상황과 대학교 때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어렴풋한 멜로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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