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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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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8일 14시 46분 등록


:: 충만한 힘 ::
_ 파블로 네루다

나는 쓴다 밝은 햇빛 속에서, 사람들 넘치는 거리에서,
만조 때, 내가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서;
제멋대로인 밤만이 나를 억누르지만,
허나 그것의 방해로 나는 공간을 되찾고,
오래가는 그늘들을 모은다

밤의 검은 작물은 자란다
내 눈이 평야를 측량하는 동안.
그리하여, 태양으로만, 나는 열쇠들을 벼린다.
불충분한 빛 속에서는 자물쇠를 찾으며
바다로 가는 부서진 문들을 열어놓는다
찬장을 거품으로 채울 때까지.

나는 가고 돌아오는 데 지치는 법이 없고,
돌 모양의 죽음은 나를 막지 못하며,
존재에도 비존재에도 싫증나지 않는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내 모든 광물성의 의무를 어디에서 물려받았을까ㅡ
아버지나 어머니일가 아니면 산들일까,

생명줄들이 불타는 바다로부터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계속 가니까 나는 가고 또 간다는 것
도 내가 노래를 하고 도 하니까 나는 노래한다는 걸.

두 개의 수로 사이에서 그러듯
내가 눈을 감고 비틀거릴 때
일어난 일을 설명할 길이 없다ㅡ
한쪽은 죽음으로 향하는 그 지맥 속에서 나를 들어올리고
다른 쪽은 내가 노래하게 하기 위해 노래한다.

그리하여 나는 비존재로부터 만들어지고,
바다가 짜고 흰 물마루의 파도로
암초를 연타하고
썰물 때 돌들을 다시 끌고 가듯이
나를 둘러싼 죽음으로 된 것이
내 속에서 삶을 향한 창을 열며,
그리고, 존재의 경련 속에서, 나는 잠든다.
낮의 환한 빛 속에서, 나는 그늘 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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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읽어온 시보다 지난 한주간 이 게시판에서 읽은 시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어제 EBS 세계테마기행 " 성석제의 칠레기행"에서 파블로 네루다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게 봤습니다. 내친 김에 오늘 국회도서관에서 그의 자서전을 30P 쯤 읽다가 왔습니다. 칠레의 숲과 자연, 아우라카(원주민)족의 독특한 음절의 지명, 인명.. 아름다운 표현이 많이 나오더군요. 두꺼운 자서전 뒷쪽을 슬쩍 들쳐보니 나중에 공산당원이 되는 것 같던데 이 사람의 인생 스토리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제겐 충만한 힘이 필요한 4월 마지막주 월요일. 시가 힘이 된다는 걸
처음 느껴봅니다.
IP *.110.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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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4.29 08:09:51 *.231.57.27
그렇지요?
길지 않은 몇 단락 문자의 조합에 힘이 실린다는 사실이 참 기특하지요?
파블로 네루다의 시는 시축제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국회 도서관의 이층 열람실 벽에 걸린 '장미' 그림이 생각납니다.
색감이 강렬한데다 물감을 수 없이 덧칠하는 기법의 그림이라 멀리서 보아도 장미의 화려함이 돋보이데요.

'나는 가고 돌아오는 데 지치는 법이 없고,
돌 모양의 죽음은 나를 막지 못하며,
존재에도 비존재에도 실증나지 않는다.'
이 대목, 좋군요.
'충만한 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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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4.29 09:18:44 *.248.16.2
아...파블로 네루다의 시는 얼마나 멋진지요!! 사무엘님,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파블로 피카소도 생각나면서 파블로라는 이름이 너무 좋아지네요^^ 어제 회식으로 몽롱한 아침에 읽었는데, 충만한 힘 받아 잠을 화~악 달아내려구요 ㅋㅋ 사무엘님도 힘내세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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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discount
2010.10.22 10:13:20 *.55.77.245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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