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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9일 09시 54분 등록

아내가 있는 집

 
김용택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 길을
걸어 집에 갑니다 강물이 나를 따라오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을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강물과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오래
된 길에 나를 알아보는 잔 돌멩이들이 눈을 뜨고 박혀 있습니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어듭니다 깊은
강물 같은 붓꽃, 내 입술에 가만히 닿아 나를 세상으로 불러내던
첫 입술같이 서늘한 꽃, 붓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큼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붓꽃을
받아듭니다
나, 그리고 당신
 

~~~~~~~~~~~~~~

 
"시" 를 한편씩 모아 봄축제를 열자는 구본형 선생님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 사이트에 남긴 주소로 몇년 전부터 우표없는 편지, 감사한 편지들을 받고 있습니다
때론 뭉클하게 강하게
따뜻하고 차갑게 오늘을, 그 살고 있는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편지들입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분이 글을 보내주시구요
그래서 답장은 못해도 시 축제는 참가해야지 하고 왔습니다

어떤 시를 한편 고를까?
갑자기 아침이 분주해졌습니다
책꽂이를 서성이고..
그래 오랫동안 읽어왔던 섬진강 김용택 시인을 모셔야지
어떤 시를 선택할까?
눈을 감고 내 마음에 물어보니
아 ... 물 묻은 손으로 꽃을 받아든다는 ...
아내에게 꽃을 주는 시가 있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 나고
그래서 한참을 찾았습니다

섬진강 흐르는 어느 퇴근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꽃과 아내와 집을 연결하며 사랑을 노래한
그래서 읽으면 환하게 마음을 지퍼주는 시입니다

요즘 온천천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돌멩이와 꽃과 사랑이 박혀있는 지
오늘 저녁 가서 물어보지요


산그늘이 내리는 강이 있는지
그 강물과 나란히 걷는지..
꽃같이 웃으며 꽃을 받아드는 이 있는 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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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8.04.29 11:04:41 *.128.229.163

시도 예뻐 뭉클하지만
이 시를 찾기 위해 책장 앞을 서성이며 섬진강 시인의 시집을
빼어든 그대의 모습이 또한 곱습니다.

책상에 앉아
치마에 물묻은 손을 닦으며 꽃을 받아 든 아내의
꽃 웃음같은 시를 찾기 위해 시집을 뒤적이는
그대의 모습이 또한 예쁩니다.

이 좋은 시를 찾아 다른 이들에게 얼른 알려 줘야지.
이 고운 마음이 시 같은 마음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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