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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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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9일 19시 55분 등록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지리산시인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은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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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태어나서 한번쯤은 올라보아야 할 지리산..
그런데 나는 아직 한번도 올라보지 못했으니...크 ~~~~
이 시를 읽노라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구본형 선생님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책에서
말한 것처럼 " 이제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하고
웅장한 산맥들을 바라보고 속 시원히 외쳐보고 싶다.
야호~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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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30 01:06:27 *.36.210.11
행여 견딜만 했던 것일까요? 언제고 종주 한 번 해보려고 마음 먹었던 것이 족히 20년 세월은 훌쩍 넘었네요. 대학 때 형들 따라서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하늘 피어있는 치악산에 무박 2일 산행 갔었지요. 아니 가다가 하도 죽겠길레 땀 뻘뻘 젖은 옷 몽땅 갈아 입고 텐트 안에 들어갔을 때야 겨우 살만 했지요. 친구 하나는 기어서 겨우겨우 따라 올라갔더랬지요. 종주는 그것이 여태 처음이고 아직까지는 그나마 그곳이 마지막이 되었네요. 그래도 추억이랍시고 그때 함께 갔던 친구들 만나면 깔깔 대지요.

혼자서도 저벅저벅 걸으며 씩씩하게 산을 잘 타는 특히나 장수 같은 여인들을 보면 부럽기 한량없어요. 공주도 아닌 것이 왕비도 못 되면서 여태 지리산 종주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사는 까닭이 무엇인지. 세월은 어찌해서 잰 걸음으로 그리 빨리도 가고 나는 여태 무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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