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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9일 21시 35분 등록
어느 동화 작가의 이야기(어른들을 위한 동화)_5



#1
옛날, 옛날, 아주 옛날.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며 거드름을 피던, 바로 그 무렵의 일입니다. 어느 마을에 한 부부가 살았습니다. 이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가끔은 다투기도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그렇게 알콩! 달콩! 하면서 말입니다.

남편이 하는 일은 동화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큰 인기는 없어서, 동화를 쓰는 일 만으로는 끼니를 해결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인과 함께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장에 내다 파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새벽처럼 일어나 2시간 정도 동화를 쓰고,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나무를 하고, 오후부터 밤까지는 장에서 나무를 팔고,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2시간 정도 동화를 쓰는 생활이 반복되었지요. 피곤하긴 했지만, 그는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무를 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던 중이었지요. 오솔길 한편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그게 무엇인지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것은 갓난 아이의 머리 크기 만한 커다란 구슬이었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렸군.”
남편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대답했습니다.
“그러게요. 그냥 저곳에 그대로 두고 가요. 그럼, 잃어버린 사람이 다시 찾아가겠죠.”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그럽시다. 꼭, 다시 찾으러 와야 할 텐데……”

이들 부부는 그대로 나무 터로 향했습니다. 오후까지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도 구슬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들은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모른 채 하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다음날, 그들은 내심 기대하며 오솔길을 올라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구슬은 어제 그 풀숲에 그대로 파묻힌 채 반짝이는 얼굴로 부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순박하기가 그지없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향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그대로 나무 터로 향했습니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구슬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부부는 여전히 반짝이는 구슬의 얼굴을 모른 채 외면하며 자신들의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요. 여느 때처럼 오솔길을 오르던 부부는 분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실망의 빛이 스쳐가긴 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금새 화색이 돌았습니다.

남편이 말했습니다.
“참 다행이야. 주인이 잃어버린 구슬을 찾은 모양이야.”
부인이 대답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부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져갔으면 어쩌죠? 그럼 안 되는데.”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흐음…… 그러게 말이오.”

그리고는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부부가 구슬의 일을 거의 잊어갈 무렵이었지요. 부부는 여느 때처럼 오솔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반가운 반짝임이 부부를 반겨주었습니다.

“여보! 저기 구슬인가봐!”
남편이 말하자, 부인이 대답했습니다.
“어머! 그때 그 구슬이에요! 어떻게 된 거죠?”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 귀한 것을 또 잃어버린 건가? 정말 안타까운 일이오.”

부부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한참 동안 구슬을 바라 보았습니다. 여유 있게 차 한잔을 마실 즈음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이 우직한 사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인이 다시 찾아가겠지. 어서 나무나 하러 갑시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부인은 남편의 뜻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는 요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구슬의 위치가 풀숲에서 나무 위로 옮겨져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오솔길 중앙에 나와 있기도 하고, 오른편 왼편으로 매일 위치가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격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사 나흘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 주 내내 안보였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의아해 하면서도 꿋꿋이 자신들의 생각을 지켰습니다.

“주인이 찾아가겠지.”

그렇게 구슬과 부부간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지요. 그날은 웬 노인이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고, 머리에는 커다란 꼬깔 모자를 쓰고, 끝이 높은음자리표처럼 휘어 말려진 근사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산신령이었습니다. 부부가 나타나자 노인은 대뜸, 호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너희들 거기 서봐! 너희들 지금 모하는 짓이야? 한번 혼 좀 나볼 테야?”
부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노인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용기를 내서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노인이 다시 호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구슬을 놔뒀으면 가져가야 할 것 아니야.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들어?”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아…… 저희는 누가 잃어버린 물건인줄 알고……”
노인이 말했습니다.
“야 이 녀석아! 구슬이 왔다 갔다 하는 거 보면 모르겠냐? 너희들 때문에 내가 몇 일을 고생 했는줄 알아? 아…… 거참. 얼른 가져가 이 녀석아.”
남편은 구슬을 받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주시는 것이니 받긴 하겠습니다만, 이 구슬은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
노인은 남편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져가보면 알아. 그럼 수고들 하라구.”
노인은 예상대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남편과 부부는 구슬과 노인의 실루엣을 번갈아 살피며,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짧게 쓰려 했는데, 길어졌네요.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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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4.30 09:12:12 *.248.16.2
직접 쓰신 건가요? 아...2편 또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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