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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08년 5월 4일 10시 03분 등록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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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고향이 내가 살던 고향의 옆마을입니다. 그 마을에 살았던 국민학교 동기는 그를 모델로 삶아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있지요. 지금은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서도...

어릴적 날씨가 쌀쌀해지면 연탄 300장 부엌에 쌓아놓는 것으로 겨우살이 준비를 마무리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시인이 "~몰랐었네, 나는" 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그렇게 연탄을 가까이 하면서 살았으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지난 날을 돌아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살아진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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