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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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레몬나무는 흔들리고
바닷가 마지막 집
나는 그대가 바닷가 마지막 집에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곳에 활짝 핀 레몬 나무들의
검은 우듬지가
향기로운 바람에 무겁게 흔들리지요.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곳엔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요.
어스름만이 소곤소곤
한 시절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원제 : 그대의 축제에 Dir zur Feier
루 살로메에게 바친 릴케의 사랑 시집
제 2 부 다시 찾은 사랑의 시편들중에서
[바람에 레몬나무는 흔들리고]책세상 p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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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새벽이 다가버렸네요. 그런데 기분 좋네요.
1시경 재디랑 현수님께서 주신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어요.
우리만의 성찬식이었지요.
저는 시를 읽어주겠다고 하고 이 시집을 들고 나왔어요.
남동생한테 여자친구에게 주라고 귀뜸해 주었던 바로 그 책.
남동생은 시가 너무 어렵다며 돌려 주었죠.
이 시집에서 재디에게 읽어준 시는 그런데 이 표제의 시가 아니에요.
재디에게 읽어준 시는
그대를 따르겠어요
나는 그대를 따르겠어요, 밝은 곳에서 부르는
재스민 향기이 환한 손짓에 따라, 병에서 채
낫지 않은 사람이 침침한 방에서 걸어나오듯 가겠어요.
한번의 숨결이 그를 문지방 너머로 옮겨 주면
그는 더듬거리며 앞으로 가지요. 크게 기지개를
켠 봄의 물결이 그이 머리 위로 넘실댑니다.
그대를 믿는 깊은 마음으로 그대를 따르겠어요.
나는 내밀은 나의 두 손 앞에서 그대의 모습이
이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음을 압니다.
펄펄 끊는 열의 공포에 놀란 아이들이 그들을
감싸주며 두려움을 이해해 주는 환한 여인들에게
달려가듯이, 나도 그렇게 그대를 따르겠어요.
나는 그대를 따르겠어요. 그대의 마음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묻지 않겠어요. 나는 그대를 따라가며
길가의 모든 꽃들처럼 그대의 옷자락을 느끼겠어요..... .
마지막 문까지도 지나, 나는 그대를 따르겠어요.
마지막 꿈에서도 나와, 나는 그대를 따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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