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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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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9일 13시 33분 등록
어제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했습니다.

그저께에 이어 이틀째입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답답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도 하고.....

저녁 때에 멀리 광주에서 서울까지 교육 때문에 출장온 동기와 동기와 같이 교육 받고있는 분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에 퇴근을 하니 10시였습니다.

집에 창문 창틀에 핸드폰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무지 많이 찍혀있었습니다.

혹시 아버지께서 서울 오셨다가 날 만나보려고 전화했는데 내가 전화를 못 받은 것인가? 사촌오빠 번호도 있고, 문자메시지도 와 있고 해서 아버지께서 오셨나 하다가, 하도 부재중 전화가 많아서 혹시, 부모님 중 한분이 크게 다치신 것은 아닌지 불안했습니다. 아버지께 전화 했는데, 안받으셔서 걱정했습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께서 받으시는데, 낮에 왜 전화가 안되냐고, 걱정 많이 했다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하루동안에 폭싹 늙어버리셨다고 하시더군요. 휴대폰을 두고 출근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집주인보고 집에 가보라고 했더니 집이 잠겨있지도 않고..... 기상청에 전화를 해도 그런 사람 모르고.... 어느 부서인지 몰라 못 찾아낸다고 하고.... 왜 전화를 두고 출근하냐고 뭐라하시고. 아버지께서는 별 말씀 없나 했더니 전화 통화 됐으니 됐다고 하셔서 별 말 없이 끊었습니다.

집에 회사 전화번호를 남겨두지 않아서 이런 일이 있구나 해서 다시 전화해서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려드렸습니다.

사촌오빠의 문자 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나무라기부터 합니다. 전화를 왜 안받냐고.

휴대폰을 두고 출근했다 했더니, 왜 걱정시키냐고 뭐라고 하시고.

어버이 날인데, 낮에 사무실에서라도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일할 때는 집에 퇴근해서 해야지 했다가, 퇴근할 때는 식사시간이 길어져 버리고, 하여간 생각날 때 하지 않고 미뤄서 여러사람 걱정 시켰습니다.

잠을 자는데, 전화가 울렸습니다. 새벽에 누가 전화를 할까 아예 안받아 버릴까 했는데, 새벽에 전화하는 것은 급한 거니까 하겠지 하고 받았는데, 집주인 아주머니셨습니다. 아주머니 일하다가 퇴근하셔서 새벽 2시에.

집에 전화 안하고, 전화 안받고 해서 나 찾을라고 경찰이 2번이나 왔다갔다고 하셨습니다.

사촌오빠가 경찰이라서 아버지께서 무척 걱정하시다가 찾으라고 부탁을 하셨나 봅니다. 사촌오빠가 화낸 것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난 연휴에 집에 다녀오면서 5일에 밤늦게 기차를 타고 올라왔는데,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새벽 1시 넘어서 집에 돌아와서 주무실 것 같아서, 그 이후로 계속 전화를 집에 두고 출근하면서 집에 들어간 시각은 11시, 11시, 10시니, 밤 늦은 시각이라고 또 전화하지 않고.
게다가 5월 8일은 특별한 날이라서 제가 전화를 할 것으로 예상하셨는데, 아무 말도 없고 해서 아버지께서는 제가 뭔 일이 난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신것이었습니다.

새벽에 주인집 아주머니 말을 듣고 서야, 낮에 있었을 일이 상상이 되었고 제가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 속이 상하고 화가나는지 계속 뒤척이다가 한참이 지난뒤에야 겨우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출근길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집나가서 혼자 자취하는 딸 늘 걱정이 된다고 하시네요.
내가 아무리 조금해도, 혹시나 해서 나쁜 사람만나서 다칠 수도 있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자주 전화하지도 않고, 한번도 자취방에 찾아 오지 않으셔서 집에서는 날 믿으시나 보다 했는데, 아니었네요.

늘 걱정이 많으셨을텐데, 그 기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오늘 아침 마음이 착찹하여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아,
여기 홈페이지에서 시로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그중에 시 하나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박경리 님이 얼마전 쓰신 '어머니'라는 시입니다.

****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후 삼십여 년
꿈 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루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그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 지 마치 생살이
IP *.247.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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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촌
2008.05.09 15:07:30 *.235.8.34

어제 전라도 광주에 계시는 엄마에게 갔다가 오늘 왔어요.



" 네 처에게 잘해줘라. 건강해라. 아이들에게 엄하게 하지 말고

살살 말해줘라."

"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 오래 살라는 이야기는 하지 마라. 이제 가고 싶다."



어머니 몸을 이 곳 저 곳 만져드렸어요.

" 사람은 아프다가 죽는 거란다."



(어머니 저도 항상 아픈 사람 마음으로 살께요.

큰 소리 치지 않고 숨쉬는 것에 감사하고,

물 먹는 것에 감사하고,

밥 한 술 뜨는 것에 감사하고

가끔씩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인생 그까이거



밥만 있으면 모두 행복입니다.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그럼



오늘은 안녕..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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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5.09 15:17:23 *.46.147.2
잘 못 했구만...


계실 때 잘 해야 된 거시여~

뭔가에 몰입하면 다른 생각 잊어버리는 거 알지만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을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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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08.05.09 16:15:22 *.117.214.189
저는 집에 말도 안 하고 훌쩍 여행 떠나 버리고 그래요.
그래서 맨날 혼나고 그러는데 잘 안 고쳐져요.
집에 오면 조금 죄송한 맘이 들다가도,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나도 모르게... ㅋㅋ
언니는 그래도 저보다 착한 딸이예요.
암튼 힘내시길~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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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5.09 19:11:17 *.41.62.236

정화선배. 반성하는 의미로 부모님께 안부전화 내리거세요.
아직 결혼 안해 모를 거에요. 속타는 심정.
인생 선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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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5.10 08:11:42 *.72.153.57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핑계대며 그냥그냥 살았는데,
그건 전쟁때나 쓰는 것인데....

모 통신회사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문자메시지 50통이 모두 바닥이 날 때쯤이면, 또 부모님께는 사랑한다는 메시지 한번 안보내고 한달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노안이라 문자 못 읽는다는 것도 역시 핑계고,

아버지께서 제 걱정에 휴대폰 위치추적을 시키셨다는데, 그래서 경찰이 집에 왔다간 거지만........
그래도 휴대폰의 용도는 '커넥팅 피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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