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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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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1일 06시 50분 등록


산책길에 어느 집 뜰에서 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앙에 할미꽃이 보이시지요? 할미꽃은 허리가 굽어서 젊어서부터 할미 소리를 듣는데요, 정작 나이가 들어 머리가 하얘지면 고개를 빳빳이 세운다고 하네요. 그래서 '백두옹'이라고도 하구요. 말로만 듣던 백두옹을 직접 보니까 너무 신기했습니다. 정말 빳빳하게 서서 하얀 불꽃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제가 찍은 사진을 재동씨가 이렇게 잘라주었습니다. 훨씬 돋보이지요?

영국 남부 케임브리지셔주 위치포드에 사는 John Lowe 옹은 79세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88세에 처음으로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지방지에 실린 이후 전 세계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는 전직 미술선생님답게,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Dancing, painting, sculpture is all the same thing really - it's about an awareness of colour and shape.”

Dancing, painting, sculpture 뒤에 writing 까지 끼워 넣고,
colour and shape 대신 life를 넣어보면 어떨까요? 모든 예술은 자기표현이고, 표현의 주제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삶의 기미를 아는 세대가 더 깊고, 더 능숙하게 표현해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John Lowe옹의 행보가 세계적인 뉴스가 되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 자신도 알게모르게 '연령차별주의'에 갇혀 있습니다. 칠순의 어머니께서 얼굴의 점을 뺀 것을 보고, 속으로 흉보는 식이지요. 좀 더 본격적으로 '연령주의'의 사회문화적 뿌리를 캐서 던져버리고 싶어지는군요. ^^

당신은 할미꽃으로 살아가시렵니까, 아니면 백두옹으로 살아가시겠습니까?
IP *.251.1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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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5.11 07:46:05 *.221.78.72
초등학교 4학년 국어 시간에 배운 '할미꽃의 전설'이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할미꽃

봄이 오면 무덤 가에
할미꼿 핀다
할미꽃 피면 그립다
할머니 생각..

그 다음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겠고요.
이 시의 다음에는 할미꽃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용은 세 딸을 둔 꼬부랑 할머니가 딸네 집을 전전하며 구박을 받다가 마지막 착한 막내 딸 집으로 찾아 듭니다.
한데 그 날 따라 눈보라가 마구 퍼붓는 사나운 날씨였습니다.
할머니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사력을 다해 막내딸을 불러봅니다.

"아가~"
먼 발치 막내 딸의 동네에선 저녁을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녁을 짓던 그리운 딸이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어머니~"
부르며 막 달려나올 것만 같습니다.
허나 노인은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고 딸네의 집이 아스라이 보이는 마을 어귀에 쓰러져 동사하고 맙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딸은 슬피 울며 어머니의 시신을 마을 뒷산 양지바른 곳에 장사 지냅니다.
다음 해 이른 봄날 어머니의 무덤에서 예쁜 할미꽃이 피어납니다.

명석님, 저 할미꽃 참 좋아합니다.
이청준 선생의 생가가 있는 장흥 회진 마을의 장천재라는 산등성이에 할미꽃 군락지가 있다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올려주신 사진과 글, 좋습니다.
할미꽃or 백두옹
재미 있는 상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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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5.11 08:38:50 *.251.184.67
할미꽃... 좋지요.
벨벳처럼 보드랍고 품위있는 꽃잎에
보송보송 솜털의 안쓰러움...

이제 할미꽃이 내 안에서 백두옹으로 거듭납니다.

희주님, 제 블로그에 놀러오세요.
길어진 인생을 내가 원하는 인생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함께 궁리해 보았으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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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政
2008.05.13 09:38:16 *.196.165.238
어릴적 가끔 보았던 할미꽃...
보송보송 솜털에 고개 숙인... 할미꽃만 알고 있었는데..
얼마전 어느 산사에서 백두옹을 보았지요...
하얀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있는...
그래서 할미꽃이라 한다고 남편이 말하더군요...
하도 신기해 사진 몇컷을 찌어 왔지요.
백두옹과 함께 이 하루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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