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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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쯤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FM 방송을 듣는데 나레이터가 들려주던 시를 듣고는 다음날 곧바로 서점에가서 샀던 시집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염명순)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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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내 생애는 끝내
쓸쓸한 지붕 얹고 그 안에
찬바람을 듣는 두 귀만 밝아
들판에 가득한 달빛을 문풍지에 담는다
무너진 세월의 고랑사이
추억처럼 흰 눈이 내리는 날
인적 없는 마음에 불을 지피고
담담한 먹빛 풀어
유배의 방은 물들고
언뜻언뜻 끊어졌다 이어지는
시린 눈발 끝에 고개 숙인
나는 늙은 소나무
나도 한때는 저 마을의 불빛을 그리워했으리
해소기침 밭은 숨 몰아쉬며
누군들 고고 싶지 않았으랴
한 시절 꾸던 꿈과
제주 앞바다를 솟구치던 파도 잠재운 뒤
흰 화선지에 한 획씩 더해지는
젊지 않은 나이도 고마우이
나이 들어 눈 대신 밝아진 마음 하나로 심지 돋우고
밤새 난초를 치다보면
하나 둘 꽃망울로 맺히는 그리움도
이젠 아름다우니
이 마음 먼 물길을 건너
뭍을 오를 때엔 이미
환하게 꽃피어 있으리
IP *.20.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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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내 생애는 끝내
쓸쓸한 지붕 얹고 그 안에
찬바람을 듣는 두 귀만 밝아
들판에 가득한 달빛을 문풍지에 담는다
무너진 세월의 고랑사이
추억처럼 흰 눈이 내리는 날
인적 없는 마음에 불을 지피고
담담한 먹빛 풀어
유배의 방은 물들고
언뜻언뜻 끊어졌다 이어지는
시린 눈발 끝에 고개 숙인
나는 늙은 소나무
나도 한때는 저 마을의 불빛을 그리워했으리
해소기침 밭은 숨 몰아쉬며
누군들 고고 싶지 않았으랴
한 시절 꾸던 꿈과
제주 앞바다를 솟구치던 파도 잠재운 뒤
흰 화선지에 한 획씩 더해지는
젊지 않은 나이도 고마우이
나이 들어 눈 대신 밝아진 마음 하나로 심지 돋우고
밤새 난초를 치다보면
하나 둘 꽃망울로 맺히는 그리움도
이젠 아름다우니
이 마음 먼 물길을 건너
뭍을 오를 때엔 이미
환하게 꽃피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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