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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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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1일 09시 15분 등록
이웃집 소녀가

아직 국민학교도 안들어 갔을 무렵

하루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는 유명하다면서?

그러길래

----유명이 무엇인데?

하였더니

----몰라!

란다. 그래 나는

----그거 안좋은 거야!

하고 말해 주었다.



올해 그 애는 여중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배우게 됐는데

자기가 그 작자를 잘 안다고 그랬단다.

----그래서 뭐라고 그랬니?

하고 물었더니

----그저 보통 할아버진데, 어찌보면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

라고 했단다.

나는 그 대답이 너무 흐뭇해서

----잘 했어! 고마워!

라고 칭찬을 해 주고는

그날 종일이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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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시절 그 각박했던 때
국어 담당 선생님은 강의실에 들어서시자마자 이 시를 낭독하셨지요.

소녀와 구상 시인의 흐뭇한 정경이 자꾸자꾸 그려지고
혼자 종일이 유쾌했을 시인에 나도 종일이 유쾌했더랬습니다.

결국
야간자율학습 배신하고
서점엘 갔고,
재수생은 시집들고 집으로 갑니다.

몇달 후
'유치찬란'하게 삼수생으로 향합니다.- 시집 이름이 <유치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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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5.21 09:44:46 *.221.78.72
그림같이 예쁜 시군요.

저도 이문화 님처럼 마음밭이 단 번에 유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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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화
2008.05.21 20:52:36 *.16.147.138
한희주 님, 감사합니다.
예쁜 시라 하시니
제 몫이 아닌 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제 이름까지 불러 주셔서
마치 마주 앉은 듯
정이 느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인연도 참 멋스러운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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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5.22 06:37:13 *.41.62.236

시인 구상님의 따님이 구자명씨, 소설가인데 집안이 다 예술가 인듯 그분의 남편은 또 화가이고 그분의 좋은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문화가 올린 글을 여기서 보니 좋네.
꿈벗 며칠 안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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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화
2008.05.22 15:14:30 *.229.202.87
언니를 댓글로도 만나니 새롭고 재밌습니다.^^

저를 위해 참 많이도 마음 써주시는 언니께
댓글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울 언니~
사랑합니다. 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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