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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08년 5월 31일 02시 25분 등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 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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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5.31 06:25:45 *.221.78.72
직접 말씀 안 하셔도 아다마다요.
국수 먹고 맺힌 마음 풀기, 비온 뒤 구름 사이로 언듯 내미는 햇살같군요.
저도 따라서 해볼래요.

우리 말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백석의 시,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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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린
2008.06.01 04:45:47 *.118.175.246
드디어 저에게도 한희주님의 따뜻한 댓글이 달리는 행운이 찾아 왔네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국수를 한 그릇 먹고난 것처럼 마음이 데워집니다.
지난 번에 한희주님의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려다 실패했었어요. 한번도 뵙지도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넘쳐서, 다음에... 하면서 포기하고 말았었지요.

백석의 시는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더 마음에 다가오는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국수 한 그릇 앞에 두고 애기 나누고 싶지만,
국수보다 눈물이 먼저 흘러내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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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2008.06.04 12:26:48 *.251.117.5
' 국수' 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었는데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
친구에게 백석 시인의 시집을 선물 받아놓고
2년이 지났는데 다 읽지 못했어요.

방금 시집을 꺼내서 보니, '국수' 시가 있네요.
'고담하고 소박한 것' 에서 '고담'이란 말이 이뻐서
사전 찾아보니까 '속되지 아니한...' 그런 뜻이네요.
고담하다!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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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6.07 02:46:01 *.36.210.11
우리 엄니는 국수를 좋아하시어요. 위장이 약해 밀가루 음식을 별로 즐기지 않지만 국수만은 참으로 좋아하시어 저도 따라서 잘 먹지요. 엄니는 다시를 낸 물국수를 그리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감자랑 호박을 넣어 끓이는 칼국수를 주로 즐기시지요.

시집이란 걸 가서 산 동안에는 새로운 국수말이를 배우기도 했어요. 한겨울에 살얼음이 얼은 김장김치를 독에서 꺼내다가 다시금 갖은 양념하여 그 시뻘건 김장김치 국물에 말아서 먹는 것이었지요. 추운 날씨와 어울려 맛이 아주 그만이야요.

언젠가 청량리역에서 춘천가는 기차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예순 넘어 칠순 가량 되보이는 어르신께서 엿부러 국수를 먹기 위해 다녀오신다고 하는 역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가물가물 하네요. 강촌 어딘가에 오래된 국수집이 하나 있는데 맛이 그만이라고요. 그래서 그 어르신께서는 한 주일에 한 번은 꼭 그곳에 다녀오신다고 했는데 말예요. 하여튼 나이 먹으면 따로 할 일도 별로 없고 놀이 삼아 이렇게 먹는 것 찾아 다니며 산다고 하시는 분이었는데 나름 즐겁고 재미나 보였으며 아주 건강하고 여유롭게 밝아보이셨던 기억이 나요.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고 또 나이들면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꼭 알아두려고 했는데 그만 아쉽게도 그곳이 어딘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ㅠㅠ

위의 시를 몇 번 째 읽어요. 오늘은 유난히 더 입맛이 다셔지네요.
아, 저렇게 맛있는 국수 정말 먹고 싶다. 시의 운치와 낭만도 아주 그만이네요. 옛 고어가 더 다감하구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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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린
2008.06.07 03:54:53 *.154.31.108
김보희님~~~
반가워요^^*
님이 좋은 시를 올려 주셔서 저도 시축제 시작 때 부터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이 시를 올렸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이런 조그만 일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거든요. 님이 올리신 시에 백석의 이 시가 합쳐지면 "인생 위로 국수 시 2종 세트" 가 탄생하겠더라구요..ㅎㅎ
저도 아직 백석전집 다 읽지 못하고 있어요. 근데 백석 시는 두고두고 읽으면 더 좋은 것 같더라구요..특별히 외로운 밤이면 저도 모르게 백석 시집을 꺼내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백석 시집은 남은 부분이 많을 수록 덜 외로운 사람이라고 해야할까나...ㅎㅎ


써니님~~~드디어 써니님이 오셨네요. 사실은 써니님이 댓글 안달아주셔서 살짝 삐질 뻔 했다는...ㅎㅎ..아직 직접 뵌 적도 없으면서 불평부터 늘어놓게 되네요.죄송해요..써니님 글을 많이 읽다보니 저혼자 친한 척 착각하고 있다는..이해하시죠?
저도 국수를 참 좋아해요. 저는 고향이 남쪽이라 어릴 적 엄마가 끊여주던 멸치국물 국수를 좋아해요. 멸치국물 우동도 좋아하구요..멸치랑 양파 다시마 넣어서 국물 우려내고 고명은 채썬 달걀지단과 오이채에 고춧가루랑 참기름 살짝 뿌린게 전부예요. 아참 거기다 양념간장 조금
저는 이렇게 담백한 엄마표 국수가 제일 맛있더라구요 이제는 나이 들어서 제가 해드려야 하는데 사는게 바쁘단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저 별로 효녀도 아닌데 이렇게 엄마 생각이 나는 거 보면 이게 바로 "시의 힘"이겠죠..이렇게 써니님과 친해지는 계기도 되고....
다음에 여기 등장 하시는 분들 모두 모여서 국수나 한 그릇 먹게 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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