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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정진규
한반에 홀로 연필을 깍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 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없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 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
깊고 고요한 밤, 책이 가득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
하루를 마치는 의식을 하는 듯,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시 읽어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내 맘을 알아주는 이를 만난 듯,
가슴이 벅차 발걸음이 멈추어집니다.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
다음 날, 서점에 들려 정진규 시인의 시집을 사서, 속닥속닥 낭독을 해봅니다.
그리고, 책상서랍구석에 있던 연필을 찾아내 칼로 연필심을 날카롭게 깍아내
어 아끼는 수첩에 시를 옮겨 적어봅니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시집을 사고, 필사를 한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여러 시
를 만나보았지만, 그런 울림은 없었거든요, 변화를 갈망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자 모색하던 순간이라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몇 년 뒤, 2008년 그 수첩을 다시 꺼내봅니다.
연필로 적은 시는 그대로인데,
그 시를 다시 읽어보는 이는 예전의 그가 아닙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제가 원하는 꿈을 찾고 키우지 않았음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읽어버린 꿈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자합니다...
IP *.109.249.31
한반에 홀로 연필을 깍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 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없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 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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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고요한 밤, 책이 가득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
하루를 마치는 의식을 하는 듯,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시 읽어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내 맘을 알아주는 이를 만난 듯,
가슴이 벅차 발걸음이 멈추어집니다.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
다음 날, 서점에 들려 정진규 시인의 시집을 사서, 속닥속닥 낭독을 해봅니다.
그리고, 책상서랍구석에 있던 연필을 찾아내 칼로 연필심을 날카롭게 깍아내
어 아끼는 수첩에 시를 옮겨 적어봅니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시집을 사고, 필사를 한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여러 시
를 만나보았지만, 그런 울림은 없었거든요, 변화를 갈망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자 모색하던 순간이라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몇 년 뒤, 2008년 그 수첩을 다시 꺼내봅니다.
연필로 적은 시는 그대로인데,
그 시를 다시 읽어보는 이는 예전의 그가 아닙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제가 원하는 꿈을 찾고 키우지 않았음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읽어버린 꿈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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