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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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이 있다.
그 첫째는 일하기인데, 사람은 일을 해야 살아갈 수가 있고,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
일을 해야 사람다운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일하는 가운데서 깨치고 찾아낸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앎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일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사람의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 말고는 없다.
일이 즐겁고 그 일이 공부가 되려면, 그 일이 자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보다 더 큰 스승은 없었다.
사람이 자연을 배우고 자연을 따라 살면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이 제대로 된다.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아름답고 참된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연을 배반하고 거역하면 사람은 병들고 스스로 망한다.
자연이 없는 교육은 죽음의 교육이고, 자연을 떠난 삶은 그 자체가 죽음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난의 체험이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가난해야 물건을 귀하게 쓰고, 가난해야 사람다운 정을 가지게 되고,
그 정을 주고받게 된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이 넉넉해서 흥청망청 쓰기만 하면
자기밖에 모르고, 게을러지고, 창조력이고 슬기고 생겨날 수가 없다.
무엇이든지 풍족해서 편리하게 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다 죽어버린다.
가난을 어렸을 때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 가난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가난하게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리 책을 통해 읽어도
자기 스스로 굶어보지 않고는 굶주린 사람의 마음을 몸으로 알 수는 없다.
텔레비전으로 어떤 사람들의 가난을 보았다고 해도 그것은 가난을 구경한 것밖에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육에서는 일과 자연과 가난이 사라졌다.
이 세가지 가운데 그 어느 한 가지만 없어도 참된 사람 교육은 될 수 없는데,
이 세가지가 죄다 없으니 무슨 교육이 되겠는가?
지금 우리 교육은 이 세가지를 싹 쓸어 없앤 자리에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고
그 속에 아이들을 가두어놓고는 책만 읽고 쓰고 외우고
아귀다툼을 하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무슨 사람다운 교육이 되겠는가?
선생은 자연과 생명에도 큰사랑을 지니고 있다. 과천에서 아드님이 사는 충주 수월리(무너미 마을)로 거처를 옮긴 후 두어 차례 찾아 뵈었다. 무너미 마을은 장호원에서 충주로 가는 길 중간 오른쪽쯤에 자리한 산골 마을로 나는 그곳을 찾을 때마다 며느님으로부터 맛깔스러운 된장찌게를 대접받았다. 선생은 거기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 중턱 개울가에다 아담한 글방을 꾸며놓았다. 이 글방은 아드님이 아버지를 위해 손수 지었다는데 방 안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찼다. 책꽂이에는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에 대한 자료와 40~50년 전 코흘리개 제자들의 글모음을 여태 보배처럼 간직해두었다.
처음 무너미 마을로 찾아뵈었을 때는 글방 창문 앞 오이 덩굴 얘기를 하였다. 그때 들려준 말씀이<우리말.우리 얼> 제16호에 실린 글과 똑같아서 선생이 손수 그린 그림은 생략하고 글만 옮겨본다.
자연, 이 놀라운 생명
---우리가 무심히 먹고 있는 조그만 열매 하나에도......
창문 앞 오이 덩굴이 자꾸 뻗어 올라가는데, 나중에는 창틀 아주 위쪽까지 올라갔고, 거기 오이가 달렸다. 너무 높아 따지 못하고 두었더니 오이는 자꾸 굵어졌다. 그래도 오이를 감 따는 장대로 어찌어찌 해서 겨우 땄는데, 크게 놀랐다. 무거운 그 오이를 받쳐준 것이 받침대 나무의 옹이였던 것이다. 그 옹이가 있는 곳까지 가서 오이를 받쳐놓았으니, 오이 덩굴은 눈도 귀도 코도 입도 손도 발도 다 있고, 마음도 다 있는 것이 틀림없다.
중략... 외딴 산골에 묻혀 사는 진짜 애국자 이오덕 선생님! 본디 진짜는 목소리도 작고 겸손하며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2003년 8월 26일, 선생님은 한 마리 멧새가 되어 부용산 깊은 골짜기로 날아가셨다.
p139~ 141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
박도 지음
소제목 - 은사의 뒷모습중 [겨레말의 스승 이오덕 선생]
몇 번을 읽었을까 이제는 거의 외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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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그러세요?
와!
그것도 고3시절에..
저도 특별한 고 3 시절을 보냈어요.
선생님들께 진 마음의 빚을 언제나 갚을른지..
3월인지 2월인지 누군가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라는 책을 가져다 놓았어요. 그분이 사셨던 곳으로 매일 점심산책을 하는 나로서는.. 보고 또 보면 새롭게 연결되는 과거와 현재의 길이 재미있게 읽혔어요.
특히 이오덕 선생님의 이 말씀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김광진의 편지를 머리로 부르면서.. 부서원들과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애증의 더깨들을 떼어내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빈 집이 되려 합니다.
와!
그것도 고3시절에..
저도 특별한 고 3 시절을 보냈어요.
선생님들께 진 마음의 빚을 언제나 갚을른지..
3월인지 2월인지 누군가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라는 책을 가져다 놓았어요. 그분이 사셨던 곳으로 매일 점심산책을 하는 나로서는.. 보고 또 보면 새롭게 연결되는 과거와 현재의 길이 재미있게 읽혔어요.
특히 이오덕 선생님의 이 말씀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김광진의 편지를 머리로 부르면서.. 부서원들과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애증의 더깨들을 떼어내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빈 집이 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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