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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3일 10시 37분 등록
요즘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코리아헤럴드의 annie's mailbox라는 글을 읽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상담을 하는 글들이기에 영어공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내용(아래에 원문첨부)은 한 34살된 사람이 어릴적에 있었던 일로 겪고 있는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국민학교시절에 자신은 글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애가 상을 받고 그애의 글이 이미 어린이 영화에 나온 것을 베낀 것을 알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실을 알렸는데 오히려 질투에 관한 교육을 받고 친구들로부터 멸시를 받았으며 아버지(부모)에게 까지 거짓말쟁이로 처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영화와 원작소설을 발견했는데 그 선생님과 그때 상을 받았던 아이에게 그 자료를 보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하여 문의를 하고 있군요.
그리고 애니선생의 답변은 가해자(선생님,부모,상을 받았던 아이)에게 그것을 보내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를 되묻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많은 생각들이 일어났습니다. 황우석씨의 논문이 조작되었다고 또 누가 논문을 베꼈다고 비자금이 있다고 또는 적십자에서 공급한 혈액이 오염되었다고 했을 때 일어난 던 일들이 겹쳐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로 왜 가해자는 잊어버리는데 피해자는 오랫동안 피해당한 사실 때문에 인생에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것과 나 자신에게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을 찾게 된 것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제까지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게 되면 그것을 남을 비춰보는 거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특히 폭력에 대한 것입니다. 요즘 촛불집회에 폭력(그 원인이 시민이든 공권력이든 상관없이)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사제단 신부님들이 비폭력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의 힘이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신 상황을 매우 좋게 보고 있습니다.

폭력을 싫어하지만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전경이 여학생을 짓밟는 행위를 한 것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것은 나의 과거를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군시절을 헌병대에서 보냈습니다. 그때에 걸핏하면 구타금지 각서를 쓰고 그날 바로 구타를 하지 않고 십타나 팔타를 하면 된다는 농담을 하면서 패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패기도 하고 맞기도 했다는 사실중에도 언제나 맞은 이야기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고는 했지요. 예를들면 야간근무를 마치고 왔는데 14명분의 야식으로 라면을 끓였는데 불었다고 나이어린 고참에게 숟가락으로 머리를 맞은 이야기 같은 것이지요. 내가 그 부대라는 곳에서 행사했던 폭력에 대한 반성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없었다기 보다는 애써 외면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제가 군기 차수였을 때 한 졸병을 전출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야간근무 들어가기전에 점호를 받을 때 내가 그 애를 쳐다보면 그 애가 바르르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대장님께 말씀드려서 사고칠 것 같다고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제가 요청했었지요. 이름도 기억이 나는군요.

제대하고 난 후에 저는 사실 짧은 그 군시절을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외면하기도 했고요. 내 안에 있는 폭력성이 두렵기도 했다는 것이 더 적절할 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술을 먹고 했던 일들이 겹쳐졌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결혼후 십년이 지나도록 그것이 말하지 못하는 짐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올 해 아주 좋은 인연을 만나고 그러한 것이 나의 본성이 아님을 믿게 되고 십년을 같이 살아온 아내가 인정을 해 줌으로 나는 내안의 폭력성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내가 당했던 폭력(특히 학창시절의 일부 선생님들)들에 대한 것도 이제 정리가 됩니다. 위에 언급한 기사 뿐만 아니라 오늘 읽은 책에도 이러한 귀절이 나오더군요.
"Something, We can change but Something We cannot change."
내가 당했던 폭력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것도 이제 시작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영화 밀양이라는 것을 보지는 않았지만 요약해 놓은 글들을 보니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스스로 용서한 상황이 나오나 보더군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제가 폭력을 가했던 단지 몇일 늦게 군대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나에게 부당한 폭력을 당했던 그 친구들 특히 전출을 시켰던 그 친구가 평생의 마음의 상처가 아니기를 빕니다. 혹시 상처가 크게 남았더라도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제 욕심이지만 인연이 닿아 좋은 기회를 만나 빨리 상처가 치유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잘못을 저질렀던 나는 이렇게 그것으로 부터 자유를 찾을 수 있었는데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친구들은 그 짐(상처)를 아직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왜 어쨌든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했는데도 인생의 문제가 안되고, 피해자는 당했는데도 오랜 기간 그 사실이 짐이 될 수 밖에 없을까요?

Dear Annie: When I was in elementary school in the 1980s, there was a contest in which students were to write and illustrate books. I thought I did a good job, but on the day of the judging, another girl won. I was not a sore loser. My problem was this:
Several weeks before the contest, the exact plot of this girl's story, down to the names of the characters, had been broadcast as an hour-long children's movie. I mentioned this to the teacher in front of the entire class. The other girl claimed innocence, and I received a long lecture on jealousy and a note was sent home. My abusive father beat me for being a liar, and I was terribly picked on at school by the winner and her friends.
I never forgot these things. I recently did some searching and found the original book for sale online. I have also found links to the movie along with lesson plans for teachers based on the film. I always knew I wasn't a liar and now feel fully vindicated.
I'm 34 years old. Should I let this drop, or should I send copies of the book to both the teacher and the student who "wrote" it? -- Amber
Dear Amber: We can understand why this injustice has bothered you, but first decide what you hope to accomplish by sending the books. The girl who plagiarized the story already knows she's guilty. If you send her the book, she will also know that you've been obsessed with this for years, which may give her more satisfaction than you'd like. The teacher may not recall the incident, and even if she does, there's not much she can do about it now. The best you can hope for is an apology from each of them. If you don't get it, will you feel better or worse? When you can answer that, you will know what to do.
(출처- 코리아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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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7.03 17:12:13 *.67.52.208
살면서 부당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군 폭력 문제도 그렇구요. 문화적 심리적 원인을 생각 해봤습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질 않더군요..
저는 군대 가기전에 우리 아버지께서 " 맞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라." 제 성격을 아시는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걸어두어서 맞아도 그냥 넘길 수 있었습니다. ^^
20때에는 힘으로 해결하고픈 충동을 느끼고 조절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지금은 저도 변했는지 그냥 웃으며 넘겨 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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