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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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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8일 06시 32분 등록
2. 자신에게 선물하기


평소에 갖고 싶었던 비싸지는 않지만 성큼 다가가서 사지 못하던 것을 멋진 기분전환과 앞으로는 나를 조금 더 위해주고 사랑하겠노라는 선언의 의미로 삼을 요량으로 선물 하나를 골랐다. 별것도 아니다. 달랑 손수건 두 장. 그러나 그 돈이면 바겐세일 하는 백화점이나 양품점에 가서 겉옷으로 입을 만한 T 한 장을 너끈히 살 수 있기도 한 가격대이다. 그러고 보니 손수건을 사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직도 내 아이를 키우며 충분하게 준비해 두었던 거즈 손수건을 버리지 못해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거나 하면서 바겐세일 때에나 유명상표를 붙여가며 두 장에 만원 하던 것을 오천 원에 사면서 좋아 했던 기억이 날뿐이다. 어쩌다 아주 예쁜 손수건 한 장을 보다가도 만 원대가 되면 주춤거리기 일쑤다. 평소에 꽤 비싼 옷들도 사는 편이긴 하지만 어쩐지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는 좀 저렴하게 싼 것으로 대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그 보다 더 솔직하게는 맵시가 나는 사회생활이나 데이트 따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여성스럽고 예쁜 손수건 따위의 물품들에 대해 신경을 끊고 살아왔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낭비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옷도 바지 하나에 상의를 여러 벌 구입하는 식이다. 진짜 멋쟁이들은 속옷을 잘 갖춰 입고 소품까지 신경을 쓴다지만 그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을 경계하며 양으로 질을 무색하게 커버하고 마는 것이다. 빠듯한 살림 경영은 대게가 그렇다. 말이 났으니까 말인데 나도 주제넘게 눈은 꽤나 높은 편에 속하는 고질병을 갖고 있기는 하다. 웬만한 것은 별로 성에 차지 않아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고가이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눈 딱 감고 처지에 맞게 욕심을 확 줄여가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별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오늘은 특별한 날로 삼고 싶어 하며 기꺼이 의미부여라도 하듯 내게 기분 좋게 선물을 하였다. 그것을 핸드백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가끔씩 펴볼 생각만 해도 즐겁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며 호호 웃음이 나온다. 참 못난 위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면서도 멋지게 비싼 커피 한 잔 빼들지 못하고 자판기로 가서 고작 300원 짜리 밀크커피 한 잔을 빼어들고 근사한 빈자리를 살피는 폼이라니 어쩔 수 없는 천하의 쫌팽이가 아니겠는가.

얼마 전에는 우연히 왁자지껄 요란한 가판이 널려있는 명동 길을 걷다가 오랜 만의 외출이고 해서 본 김에 산다고 리어카에서 목걸이 하나를 사둔 것이 있었다. 그것에 맞는 귀걸이를 무엇으로 할까 적당한 것이 없다가 내친김에 귀걸이도 한 쌍 같이 샀다. 그러니 딴엔 공연 한편 보고 싼 귀걸이 한 쌍에 비싼 손수건을 두 장이나 산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동안 나는 속으로 어느 큼직한 나만의 공간 하나를 꿈꾸며 마음에 드는 소파도 가져다 진열해 보고, 거실에 걸어놓으면 어울릴 법한 멋진 액자도 하나 걸고, 장식용 장도 하나 드려다 놓고, 살랑 살랑 늘어지며 작은 화분도 가볍게 걸어 둘 수 있는 장식용으로 뭐라고 해야 하는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거시기도 하나 사고, 제법 비싸기는 하지만 까짓 나무로 짜놓아 고풍스러운 멋까지 풍기는 키보드도 하나 장만해 가면서 글을 쓰는데 이 정도 쯤은 과감히 투자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낭만적 욕심을 부려보기도 했다. 지인들이 찾아오면 내놓고 싶은 접시와 찻잔도 몇 개 바구니에 넣고 방석이며 쿠션도 제법 멋스러운 것으로 골랐다. 명화를 펼치듯 우산을 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만약에 이런 것들을 잘못 골랐거나 싫증이 나게 되면 그때 가서 하나 더 장만해 보아야지 하는 여유까지 갖으면서.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다 들이지 말고 천천히 꼼꼼하게 후회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 사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의 갈등까지 철저히 잠재우면서 실컷 꿈의 공간을 누렸다.

이왕이면 수첩도 예쁘고 멋스럽고 좋은 것을 쓰며 이제 앞으로는 제발이지 구질구질한 살림들일랑은 절대 싸놓고 살지 말아야지를 얼마나 상기하며 다짐하였던가. 예전처럼 부질없어하며 그냥 튕겨져 나오지 않기 위해 오늘은 기분을 한층 업 시키기까지 하며 즐긴 것이다. 상상을 하고 꿈을 꿔가며. 아, 그리고 검은 진주와 노란 진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를 새로운 삶의 열정에 대한 출발의 의미로 장만하면 좋겠다고 그려보기도 하면서, 그러나 그건 정말 내 돈으로 사기보다 백마 탄 어떤 왕자나 나를 신뢰하는 멋진 후원자로 하여금 선물 받아볼 궁리를 잠시 열망해 보기까지 해가며 점찍어 두었다. 그게 그곳의 최고가품이기도 하거니와 평소에 제대로 된 진주 하나쯤 가지고 싶어 했던 소망을 품고서 말이다. 지난번에는 평소에 사지 않던 꽤나 중저가의 액세서리를 구입하기도 했는데 그때 그러면서 마치 마음이 동하면 금방이라도 살 수도 있는 것처럼 슬쩍 한번 걸어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오늘 또 보면서 확인하니 그때처럼 삼삼하지는 않지만 마치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물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날 내가 못내 아쉬워하며 갖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구르자 지나가던 어떤 젊은이들이 진주는 눈물이레 하며 지나쳐가는 말을 듣고서야 못사는 마음을 다소나마 그들의 말에 위안 삼으며 의지해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제 내게 눈물 따위는 더 이상 없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걸 하고도 오히려 눈물 흘리지 않으리라 하는 오기까지 발동하지 않던가. 그렇게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될 거야를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그래, 이제 더는 맥없이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나 아직 할 일 너무 많고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또 앞으로는 즐겁고 기쁘게 살아가도록 노력할 테야 라는 가슴속 함성이 물밀듯 밀려온다. 어쩐지 앞으로는 얼마든지 즐거움과 기쁨이 나를 향해 쌍수로 환영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IP *.36.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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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윤태희
2008.07.09 07:58:23 *.152.11.28
그래요, 언니
이제 더는 울지말아요.

저두 한때는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서러움의 내 눈물이 감사와 고마움, 그리고 감동의 눈물이 되어 저에게 왔어요.

그러고보니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을요.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십네요.

맥없이 눈물 흘리니 몸도 상하고 그 시간도 아깝게 느껴지곤 했지요
그럴때마다 가슴속 함성이 들렸지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겁고 기쁜일로 하루하루가 채워져 가네요.

언니의 삶은 지금도 충분히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테고요. 저는 믿어용^^

서울 나들이, 언니와의 만남이 빠질수 없는데 뵙고 오지 못해 내내 아쉽네요.

8월 뵈올 날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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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08.07.09 14:28:40 *.75.127.219
써니 언니 !
이것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입니다.
아직 그시간들이 잘 감당이 안되신것 같아요.
더 팍팍 써서 그 밑바닥에 빨리 도달이 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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