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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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리 뒤척이다 일어나니 아침이다. 5시 30분..
꿈을 꾸었는데 무슨 꿈이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물 한잔을 마시고 배설의 쾌감을 맛보러 가면서 컴퓨터를 켜본다.
이 싸이트 저 싸이트 밤새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차례 둘러본다. 어떻게 이 망상과 공존할 수 있을까? 이리 저리 또 20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를 한다.
바깥이 어두워서 일기예보를 보았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가기로 한다.
우산하나 챙겨들고 모래주머니 차고 등산스틱 챙겨들고 책하나 챙겨든다.
일층에 내려가니 언제나 그 자리에 자전거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산 입구의 동사무소에 도착을 했다.
동사무소..CCTV로 촬영하고 있다는 문구가 보였다. 피식 웃었다..
책을 들고 갔지만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에 오르다가 "햇빛처럼"이라는 말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햇빛처럼은 구본형 사부가 준 숙제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햇빛처럼이라는 글을 받아들고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몇 달 참 좋게 잘 흘러 갔음을 하고 있다. 어쨌든 햇빛처럼이라는 말을 가지고 선승들이 잡고 있는 간화선인냥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햇빛처럼의 "처럼"은 햇빛이 아니라 햇빛을 닮으라는 말인 것이 번뜩 머리를 스쳤다.
근래에 두번이나 좋은 스승에게 지적을 받을 적이 있다.
상담을 요청한 절실한 사람에게 깊이 이해하지 않고 공감하고 뜬 구름 잡는 듯이 답을 적은 나에 대한 질책이다. 햇빛"처럼"이라는 아이디를 쓰면서 마치 자신이 햇빛이 이미 된 듯 노는 모습이 깨달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마치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 끄는 생애 마지막을 장식한 날뛰는 태양의 모습을 닮았으리라. 정말 조심할 일이라 생각한다.
"~처럼"은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와 똑같이"가 아니라 "~처럼"은 그래서 좋다. 햇빛과 똑같이가 아니라 햇빛처럼이 더 좋은 것이다.
하늘의 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여러가지 형태의 햇빛을 우리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비추어 주고 있다. "~처럼"은 닮겠다는 이야기인데 그 다양한 모습의 햇빛 가운데 어떤 모습을 닮아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생겨난다. 그래 나는 햇빛처럼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어떤 햇빛을 닮아야 할까?
내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려서 과거의 일에서 느낌을 꺼내 보았더니 햇빛에 대하여 이런 느낌들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요즘은 겨울도 별로 춥지 않지만 어린시절의 겨울은 참 추웠던 것 같다. 한강이 얼어붙는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 추운 겨울에 아침에 나가 놀다가 해가 비치는 담벼락을 뒤로하고 햇빛을 쬐었는데 그때의 따스한 느낌이 참 좋았다고 기억된다.
둘째, 또 다른 햇빛에 대한 느낌은 상실 혹은 안타까움과 연관된 그런 느낌이다. 병으로 집에 계신 아버지가 친구들이 찾아왔다가 돌아가거나 어쩌다가 부르시면 동무생각이 겹쳐지는 그런 저녁무렵의 석양의 햇빛이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벌써 그 노래를 부른 당신도 홀로 외롭게 돌아가신지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과 완벽한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도 아직 가슴이 미어져 오는 것을 보니 멀긴 멀었나 보다. 어쨌거나 저녁의 석양을 볼 적이면 그런 아려한 슬픔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셋째, 여름에 강렬한 태양이 없다면 곡식이 여물지 못하겠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내가 살던 고향의 내성천이 말라버렸던 기억이 몇 번 있다. 스스로 안에서 타오르는 뜨거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이 밖으로 흘러나와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그런 태양의 느낌이 있다. 아스팔트의 뜨거움을 연상시키는 여름철 머리위에서 내려쬐는 햇빛 그것 또한 햇빛의 한 모습일 것 같다.
=
그 겨울날의 아침햇빛처럼 내리 쬐는 것이 아니라 낮게 옆에서 그리고 멀리 떨어져서 비추어주는 햇빛이 되고 싶다. 갑자기 아이가 지금 커가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따뜻하게 비추되 너무 가까이 가서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절제할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책을 통해서 혹은 글을 통해서 우연히 같은 문구를 만났을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오늘 또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어보고자 다시 집어들었는데 초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 즐거움이란...
"아침햇빛" 이나 "샘터찬물" 같은 넉 자로 된 것도 있었고....
아마도 신영복 선생님이 감옥에서 아침햇빛이라는 말을 쓰셨을 때 느끼셨던 것의 일부를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오늘 하루의 시작이 즐겁다.
책의 울림이라..좋은 하루다.
IP *.169.188.175
꿈을 꾸었는데 무슨 꿈이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물 한잔을 마시고 배설의 쾌감을 맛보러 가면서 컴퓨터를 켜본다.
이 싸이트 저 싸이트 밤새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차례 둘러본다. 어떻게 이 망상과 공존할 수 있을까? 이리 저리 또 20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를 한다.
바깥이 어두워서 일기예보를 보았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가기로 한다.
우산하나 챙겨들고 모래주머니 차고 등산스틱 챙겨들고 책하나 챙겨든다.
일층에 내려가니 언제나 그 자리에 자전거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산 입구의 동사무소에 도착을 했다.
동사무소..CCTV로 촬영하고 있다는 문구가 보였다. 피식 웃었다..
책을 들고 갔지만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에 오르다가 "햇빛처럼"이라는 말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햇빛처럼은 구본형 사부가 준 숙제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햇빛처럼이라는 글을 받아들고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몇 달 참 좋게 잘 흘러 갔음을 하고 있다. 어쨌든 햇빛처럼이라는 말을 가지고 선승들이 잡고 있는 간화선인냥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햇빛처럼의 "처럼"은 햇빛이 아니라 햇빛을 닮으라는 말인 것이 번뜩 머리를 스쳤다.
근래에 두번이나 좋은 스승에게 지적을 받을 적이 있다.
상담을 요청한 절실한 사람에게 깊이 이해하지 않고 공감하고 뜬 구름 잡는 듯이 답을 적은 나에 대한 질책이다. 햇빛"처럼"이라는 아이디를 쓰면서 마치 자신이 햇빛이 이미 된 듯 노는 모습이 깨달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마치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 끄는 생애 마지막을 장식한 날뛰는 태양의 모습을 닮았으리라. 정말 조심할 일이라 생각한다.
"~처럼"은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와 똑같이"가 아니라 "~처럼"은 그래서 좋다. 햇빛과 똑같이가 아니라 햇빛처럼이 더 좋은 것이다.
하늘의 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여러가지 형태의 햇빛을 우리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비추어 주고 있다. "~처럼"은 닮겠다는 이야기인데 그 다양한 모습의 햇빛 가운데 어떤 모습을 닮아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생겨난다. 그래 나는 햇빛처럼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어떤 햇빛을 닮아야 할까?
내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려서 과거의 일에서 느낌을 꺼내 보았더니 햇빛에 대하여 이런 느낌들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요즘은 겨울도 별로 춥지 않지만 어린시절의 겨울은 참 추웠던 것 같다. 한강이 얼어붙는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 추운 겨울에 아침에 나가 놀다가 해가 비치는 담벼락을 뒤로하고 햇빛을 쬐었는데 그때의 따스한 느낌이 참 좋았다고 기억된다.
둘째, 또 다른 햇빛에 대한 느낌은 상실 혹은 안타까움과 연관된 그런 느낌이다. 병으로 집에 계신 아버지가 친구들이 찾아왔다가 돌아가거나 어쩌다가 부르시면 동무생각이 겹쳐지는 그런 저녁무렵의 석양의 햇빛이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벌써 그 노래를 부른 당신도 홀로 외롭게 돌아가신지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과 완벽한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도 아직 가슴이 미어져 오는 것을 보니 멀긴 멀었나 보다. 어쨌거나 저녁의 석양을 볼 적이면 그런 아려한 슬픔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셋째, 여름에 강렬한 태양이 없다면 곡식이 여물지 못하겠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내가 살던 고향의 내성천이 말라버렸던 기억이 몇 번 있다. 스스로 안에서 타오르는 뜨거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이 밖으로 흘러나와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그런 태양의 느낌이 있다. 아스팔트의 뜨거움을 연상시키는 여름철 머리위에서 내려쬐는 햇빛 그것 또한 햇빛의 한 모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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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날의 아침햇빛처럼 내리 쬐는 것이 아니라 낮게 옆에서 그리고 멀리 떨어져서 비추어주는 햇빛이 되고 싶다. 갑자기 아이가 지금 커가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따뜻하게 비추되 너무 가까이 가서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절제할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책을 통해서 혹은 글을 통해서 우연히 같은 문구를 만났을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오늘 또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어보고자 다시 집어들었는데 초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 즐거움이란...
"아침햇빛" 이나 "샘터찬물" 같은 넉 자로 된 것도 있었고....
아마도 신영복 선생님이 감옥에서 아침햇빛이라는 말을 쓰셨을 때 느끼셨던 것의 일부를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오늘 하루의 시작이 즐겁다.
책의 울림이라..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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