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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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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0일 18시 19분 등록

“사부님의 그늘에 들어와 있는 동안 분노를 삭이고 많이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무릎팍에 매달려 아빠에게 연신 조잘조잘 대는 어린 계집아이같이 그는 스승의 앞에서 온몸으로 재롱을 떨듯 집중하며 방긋방긋 가슴 깊이 눈 맞추고 온밤을 새워도 결코 피곤하지 않을 몸짓되어 생생한 메아리로 속삭인다.

“그래, 분노를 없애야지. 중요한 일이다.”

짧은 그들의 대화에는 강물 같은 깊이의 에너지가 흐르고 산 같은 진솔한 교감이 오간다.
배추벌레와 나비가 그들만의 우정을 짧게 속삭이는 여름날 저녁 풍경에는 싱그러움 그득 피어오른다.



“그런데 말이야, 형은 거기서(일터 샵) 뭐해?”
“직원들 관리랑 이런 저런 업무 보지 뭐.”
“전공도 다른데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다뤄?”
“그냥 내버려 둬.”
“엉?”
“그러면 돼. 그런 게 있어.”
“일찍 출근하던데 가서 뭐해?”
“응, 아무것도 안 해. 그냥, 가만히 있어.”
... ?
“아침에 직원들 보다 일찍 출근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어.”
“무섭겠다. 까칠한 상사네?”
“아니야,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다니까.”
“말도 안한다며?”
“말을 왜 해?” “참견 해봤자 지.” “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들이 알아서 다 잘하더라.”
“우와~ 나는 왜 그게 안 되지?”

모자를 푹 눌러쓴 똘마니(?) 품새의 아우가 궁금해 하며 묻는다.
우리는 저마다 상상을 하며 호호 깔깔 쿡쿡 웃음을 날렸다. (좀 더 재미있게 연상이 될 수 있도록 쓰고 싶었는데 잘 안 되지만 혼자는 배꼽 빠지게 웃으며 자꾸 장면이 떠올라 쓰네요.)



언젠가 어느 아우 하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백산님은 눈빛부터가 달라요.”
“어떻게 다른데?”
“있어요.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알아요. 이곳 변.경.연에 그런 분이 몇 명 있지요.”
“누군데?”
“K 아무개, M 아무개, Y 아무개... . 그 분들은 한고비를 넘은 게 보여요.”
“그래, 그렇구나. 그들이 지금은 작은 스승이지만 앞으로 거듭 큰 몫을 담당해 낼 거야.”
“재미있어요.”
“그러게.”

백산은 말이 없는 편이다. 좋은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데 낮은 음성에다가 혼자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거나 홀짝홀짝 음미하여 삼키듯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시에는 상대방이 애가 다는 모양새로 더 바싹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의 마력에 포섭되는 순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때, 제법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일행이 먼저 일어서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오늘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ㅎㅎㅎ”

아마도 그녀는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곰곰이 곱씹어가며 귀가 길로 향했을 것이다.



그가 직장에서 말이 없는 것은 필요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솔직한 멘트에 의하면 전문가들이 따로 있고 자신은 그 부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들의 품을 넉넉히 지키는 파수꾼이요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중차대한 일들의 해결사이다. 문제의 양과 질 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어려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필요로 할 때에는 그가 존재한다. 세상이 말과 규율로, 상식과 전문성으로 통하지 않을 때 특히 사람들은 그에게 달려와 도움을 청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거대한 육체를 무기로 주먹을 함부로 휘두른다거나 아무 때나 칼을 빼드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그저 점잖이 쓰윽 모습을 비출 뿐이다. 그러면 대게는 잠잠해진다. 그래도 안 되어 면담이 필요할 때에는 조용한 자리를 마련하여 진중히 대면을 한다.
그리고는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며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 인지를 파악해서 처리해 주고는 한다. 회사와 직원, 고객의 고충을 처리하고 도움을 나누는 고충처리 위원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대하면서는 이성적이 되고 매무새를 곧추세우며 간결해진다.
그래서 쓰윽 나타나 몇 번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다시 유유히 사라지면 해결 끝이다. 그러는 사이 직원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에 충실하며 맡은 바에 열심 한단다.

그렇다고 그가 일일이 뒷구멍이나 CCTV 등을 통해 감시채널을 가동시키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것 보다 무서운 포스가 여럿 있기는 하다. 왜냐하면 그가 가끔씩 들이대는 한마디에는 심리학 전공이라고 하는 무서운 현미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의미심장한 안테나가 감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뿔싸!~~ 이 정도 되면 한번 해보자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간 큰 넘들이 별로 없을 것이긴 하다. 생각해 보라.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그것도 빼어난 외모와 풍채를 지닌 채 아무 말 없이 쓰윽 앉아 있으면서 긴 말 필요 없이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고 하려는 지 다 알아 하는 식으로 심리학 전공임을 밝히는 것이다. 게다가 소문에 의하면 국가대표 출신이라지. 검도의 지존쯤 되 보이는데다가 박사과정 중에 있는 중후한 낮은 목소리로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어찌 함부로 까불 수가 있겠는가.( 강심장 써니 빼고. ㅎㅎㅎ)

그렇게 상대가 알아서 기는 데도 성에 차지 않는 그는 시끄러운 세상의 한켠에 빗겨서 묵묵히 분노를 가라앉히는 긴 시간동안 자성을 위한 침묵과 함께 자기계발에 오래 매진해 왔다.
석사 이후 강산도 변하는 기간이라고 하는 무려 10년에 걸쳐서 박사학위를 당당히 걸머쥐게 되었다.
스스로도 인정하고(?) 동성의 남성들도 인정하는 빼어난 외모에 낮은 음성으로 오물짝 우물쩍 검을 내려놓은 그 손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오기에 날개를 꽂고 한결 가뿐한 위풍으로 돌아와 늠름히 우아한 자태를 드리우는 모습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보기에 시원하다.

(요즘 그를 모닝... 무엇이라고 하는 어느 모임에선가는 테리우스라고 명명하며 뭇 여성들로 하여금 서로 간에 안면을 몰수할 정도의 심한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함. 이때 한 낭자가 이 사실을 접하고는 “안 돼!”를 소리치며 “내 꺼야”를 마음속 깊이 목 놓아 외쳤다는 그녀 자신에게서 직접들은 따끈한 늬우스를 막간을 이용해 속보로 전달하면성. H야, 잘 사수하라! ㅋㅋㅋ)

어느새 세월과 함께 굵은 머리발엔 하얀 서리 내리고 검은 색 부리지를 넣어 한층 멋과 풍채를 돋보이는 그는 운동의 역학에 인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스승의 가르침을 올올히 새겨 넣으며 부드러운 머릿결로 빛나는 윤기를 찰랑거리듯 온화한 검의 세계를 다루는 진정한 무사의 길, 사무사思無邪로 거듭나며 변.경.연의 성실한 벗으로서의 선봉에 우뚝 올라섰다.

그가 말하듯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그 자신의 당당한 개인으로 열심히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그날들에 우정의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이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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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연과 함께하며 나눔과 도움 속에 성취한 빛나는 꽁지머리님의 박사 학위 취득을 우리 모두 축하합네당.

10년,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또 금방이기도 하네요. 청춘을 사르며 한 과정을 향해 치열한 불협화음 속에서조차 한결같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찬사를 드립니다. 다른 벗들에게도 적잖은 귀감과 용기가 될 것을 확신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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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8.07.20 20:32:27 *.174.185.58
눈빛은 많은 것을 얘기하지요.

저 역시 분노를 많이 담은 눈빛인지라 온라인상이나 전화로만 대하다가 오프라인에서의 첫 대면을 하면 당혹해 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도 조금의 시간만 준다면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지 오래입니다.

아직도 눈에 약간만 힘을 주면 '무서버'하는 사람이 많고, 특히나 저를 십수년간 알아온 상사들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술에 취해 black out 된 상태에서도 그렇다는 어느 후배의 진술은 아직 부족한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눈빛 하나로 많은 것을 보여주는 백산님. 성취에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리고, 시원시원하게 글 날려주시는 누님께도 안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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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7.20 21:45:31 *.180.231.74
해뜨기 전의 밝아오는 여명처럼 날렵하게 뉴스를 알려주는 썬기자님
백산님의 박사학위 취득소식을 전해주어 고마우이

백산박사님!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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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21 13:40:44 *.244.220.254
아직 얼굴을 뵌 적 없지만,
눈빛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군요~ ㅎㅎㅎ
지난번 심리학과 명상에 깊은 내공을 잠깐 엿보았는데......
뭇 여성들을 흔들어 놓으심에 어떤분인지 심히 궁금합니다.
H야~ 잘 사수해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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