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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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담양>의 시내로 들어서니 역사적으로 오래된 대나무 산지답게 거리 여기저기에서 죽 공예품 파는 곳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옵니다. 출장 길에
사흘 정도의 시간이 남아서 무작정 남도 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만약에
이처럼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면 예정한대로 직접<지리산>쪽으로 방향을
잡았겠지만, 오후부터 갑자기 일기예보에도 없던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부득이 차 안에서 일정을 변경해야 했습니다.
많은 경우에 그런 것처럼 우리 인생 중에도 미리 계획한 데로 순탄하게 일이
진행되는 확률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애초에 생각한 데로 일이 되어가지 않을 때 마음을 불안해하거나 우왕좌왕하게 마련이지만
현실적으로 최선이 아닌 그 다음의 차선책을 잘 결정하는 일이 인생의 여행길에서는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담양에는 의외로 둘러볼 곳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지도책과 시내 관광 안내를 읽어보고 <소쇄원>으로 향합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높지 않은 산을 배경으로 눈이 시리도록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호수를 지나면, 조선조의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된 후 끝내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하자, 그의 제자였던 <양산보>가 벼슬에 대한 꿈을 아예 버리고 낙향하여 은둔했다던 곳입니다.
<소쇄원>의 무너져 내리는 흙 담벽을 끼고 마치 주인처럼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 이리저리 넓은 정원을 거닐어 봅니다. 결코 크지는 아니한 아담한 정원이지만 오랜 세월과 뜻 모를 여러 사연으로 인해 건물 곳곳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소쇄원을 나와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손님이 별로 없는 대나무 박물관을 아래 이층까지 꼼꼼하게 둘러보고 난 후에 가끔 티브이 광고에도 많이 등장하는
쭉쭉 뻗은 시원한 가로수가 인상적인 <메타 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따라 차를 달리다가 곧바로 <대나무 골 테마공원>입구에 들어 섭니다.
사진작가인 한 개인이 무려 30년 동안 온전히 사비를 들여 조성했다는
<대나무 골 테마공원>에는 그야말로 햇볕 한줌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장엄한 약 일만 평의 대나무 숲이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대나무에도 종류가 이리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생김생김이 확연하게 다른
키다리 나무들의 눈부신 향연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대나무들을 전에는 한꺼번에 본적이 없었던 지라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한참 동안이나 서있다가 겨우 이렇게 한마디 입을 엽니다.
선비의 굳은 절개인가
또는 뻗어져 나가는 염원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세상에 지친 녹색들의 조물주에 대한 몸부림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대나무들의 나라에 눈에 띄지 않을 만큼만 파묻혀서 나는
잠깐 동안이나마 그 동안의 지친 인생을 정리해 봅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지친 인생이라고 막상 적고 보니 그 동안 참고 있었던 삶의 피로감이 정말로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요가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던 길을 가다가 갑자기 멈추는 요가가 있다고 합니다. 바쁘게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그냥 멈칫 제자리에 서서 지나온 흔적을 스스로 가늠해보는 방법인데 특별한 기술이 전혀 필요 없고 그저 의식처럼 행하기만 하면 되는 매우 흥미 있는 행위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혹 우리 인생에서도 가끔씩은 이와 마찬가지의 행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당연하다고 믿으며 스스로가 오늘까지 왔던 길을
어느 순간 한번쯤은 의지적으로 문득 서서 숨을 고르고 뒤돌아보는 일.
그 같은 일이야말로 참다운 삶의 쉼표요, 휴식이며 짧은 인생 여행길에 보여주는 진정한 자기 돌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개를 내밀고 나무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일기예보를 비웃듯이 빗방울은 더 굵어지고 세차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디 가까운데 막걸리 파는 곳은 없는가 고개를 기웃거려보지만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생긴지 얼마 안된 담양 온천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피곤한 발이라도 담그며 쏟아지는 비가 어느새 그치기만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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