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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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축구가 한참이던 저녁.
퇴근하는 남편한데 문자를 보냈다.
'여보. 오늘 껍데기에 한잔 ? 마치는 대로 와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만난 울 그인 웃음 가득한 얼굴로
" 오늘 왠 일루?"
"아니 아까 햇살이랑 은행갔다오는데 그 껍데기집에서 껍데기굽고 있는데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 그래서.^^"
지나가는 빌라3층에서 골인 소리가 들린다. 그집 남자아이가 앗싸 1대 1을 외쳤다.
껍데기집은 오늘 따라 지저분하고 불친절하다. (울그이 말로는 원래 불친절했단다.)
그러나 맛은 있다. 껍데기와는 울 그이의 회사 이야기가 어울린다.
2차. 생맥주와 닭가슴살과 갖은 야채. 상큼하다.
닭가슴살과는 내 이야기, 시 축제이야기가 어울린다.
꽃바람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가족단위로 많이 오는데 자기도 왔음 좋겠다..
그럴까? 울 그이한테서 그럴까는 엄청난 긍정이다.
울그이, 갑자기 시를 읊는다. 아니, 술이 시를 읊는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시하면 김소월.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은 김소월이라나. 진달래꽃을 따라올게 없다나.
우리의 기본 정서 한. 이 한이 서려있어야 한다나.
김소월의 길.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길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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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와! 자기 넘 멋지다~~ 어떻게 그걸 다 외워? 자기가 시축제 와서 길. 이시를 낭독했음 좋겠어. 넘 좋다~~"
급 소심남으로 돌아간 울 그이. "이 시는 내가 좀 부담스럽고 진달래꽃은 몰라도..."
너무 반색을 했더니 역효과다. 그때 상황을 보며 결정하자. 지금 단정 할 순없단다.
윤동주의 서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잎새에 이는 그 미세한 바람을 얘기 할수 있냐고..
윤동주는 30에 죽었는데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차별이나 이런것에 괴로움이 많았을 거라고...
서정주. 국화 옆에서.
서정주가 얼마전에 죽었는데 오래 살았기 때문에, 시대가 그랬기 때문에 젊은이여 나가라 라고 친일글을 쓸 수 밖에 없었을거다. 윤동주도 오래 살았음 그랬을지 모르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밤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누가 이시를 읽으면서 그를 욕하겠나. 누가 이런시를 쓸수 있나.그 시점에 내가 범용이가 예쁜 일기장에 서왔던 복종을 얘기 했다.
한용운같은 민족시인도 있다고. 그사람은 걸릴 것 없는 중이라 그럴수있었을 거라나.
자기도 살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거란다.
선생님께서 내가 시인이다라고 말했다 하니 웃는다. 썩소다.
시인이라니 나를 윤동주. 김소월과 비교하는 썩소다. ㅋㅋ
자기의 맑은 마음을 보신것 같은데... 시인은 쫌.. 시인은 말야. 저항을 이야기해야 돼.
저항이 사람들 가슴에 가장 잘 와닿고 좋아하지.
그 말을 들으면서 저항이 곧 변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라를 잃은 상황에선 저항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평화로운 때에는 자신의 변화에 적용되는게 아닐까.
그래서 무의미한 일상에의 저항과 변화를 얘기하는 선생님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교과서적인 시이야기이긴 했지만
나에게 시를 아느냐고 화두를 던져 줘서 좋았고
무엇보다
변화을 싫어하는 울 그이 가슴속에 저항의 아름다운 시가 가득하다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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