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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8일 16시 05분 등록
아침에 벼루고 벼루다가 일을 냈다.

호박스프를 만들었다.
삶아낸 호박의 반절 정도를 스프로 만들고 윤섭싸주려고
나머지는 호박죽을 만들 참이었다.
그러나 이도 저도 못하고....

오늘은 신과 모자까지 챙겨주지 못하는...
그래서 점심때 보경언니집에 가져다 주려고
죽 보온통에 호박스프를 넣었다.

보경언니에게 연락을 했더니 언니는 내가 점심시간인 이 시간에
윤섭 데리고 외출중.. 어쩌나..

짧은 고민 후 청원산방으로 갔다.
또 그 보름달 문으로 들어가 사정을 말하고
사모님과 함께 스프를 나누어 먹었다.
맛좋고 물이 많고 아삭거리는 배도 깍아 주셨는데 그렇게
과일을 이쁘게 깍아놓으시는 모습을
오랜동안 기억될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아버지의 비유가 떠올랐다.
그 집 주인양반의 아드님이 와서 좁은 기름 보일러실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는 동안
저분이 학교 선생님이라시면서.
참 그 분 아드님은 잘 익은 배 같구나.)
죽이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그 죽통에 음식을 담아서 직접 먹어본 것은 처음이라
양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런데 대화중 선생님께서
book art 를 하시는 아르자나 심... 그분의 첫 딸의 전시작품을
보여주셨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아르' 아트를 불어로 발음하면 '아르'가된다고
이름때문인지 그분의 따님도 예술쪽으로 자기를 찾아가더라고.
딸이 아빠가 노동한 돈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죄송해하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피곤하지 않느냐고 해도 그 일이 재밌어서 괜챦다고 한단다.
솔직한 답이라고 느낀다.
그녀의 작품중에 'promise book'이 있다.
"3x3" 도록 아래 크기를 보니 아주 작은 크기
그 책을 펼치면 모자이크처럼 된 작고 앙증맡은 네모난 나무조각들이 퍼즐처럼
다시 네모를 만든다. 거기에는 지문이 찍혀 있다.

또 일반 철문 위에 청록색으로 한국 창호의 창살을 그려넣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졸업작품에는 아예 함께 열고 드나들던 집의 나무 창호문을 떼어다가
설치를 했다.  그 설치된 모양이 천정에 문이 모빌이라도 된듯 달랑 달랑 움직이는 듯하다
(외할머니집에서 본 문.. 가장 흔한 모양의 십자모양의 창호문이다.)
사람의 발이 닿는 곳에 바닥가까이에 늘 있던 것이 하늘에 매달리니 색달랐다.
매달린 문 뒤 벽에는 어른어른 창호의 무늬들이 빛난다.
알고보니 그 벽 전체에 하얀색 한지를 바르고 투명해서 내 눈에는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투명 플라스틱에 구멍을 내서 창호무늬들을  만들어 투명한 실같은 것에 모빌처럼 매달리게 해 두었다.

그리고 가죽같은 표지를 만든 것도 있는데
사진 구성이 일단 표지를 찍고 표지를 열면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런 저런 책을 만들었는데 처음에 BOOK ART라고 해서 그럼 책 디자인인가 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머리속이 확 뚤리면서 머리속에 불이 켜진 느낌이랄까.
작품을 보고난 후의 감상이
희열이 느껴졌다.


처음에 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직장생활하면서 아이키우며 힘들지요..

따님의 작품사진을 보게 된 것은 그녀의 배려였다.
그녀에게 전시회 안내카드와 편지 그리고 자신의 작품만을 넣은
작은 도록을 보내왔기에.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나는 탄성이 나왔고
김홍기님에게 연락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랬더니. 이제 시작인데요 하시는 것이다.
부엌에 시계를 보시면서 내게 말씀을 해주셔서
넉넉히 점심을 즐기고 나왔다.

나중에 나도 작업하고 싶다는 갈망이 튀어나왔다.
빌딩으로 돌아가는 동안
어릴적 미술숙제 하면서 밤을 꼴딱꼴딱 새면
그렇게 시원치가 않았다. 그리고 또 그리고.
나중에는 별의미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림을 보면서 나는 시를 볼 때처럼 작은 위안을 받는다.


회사 내 자리 책상에 앉아서 있다가 화장실로 가서도 계속 그 생각
내 어느 구석에서  이런 들뜸과 강렬함이 나와 사로잡히는지.
그 북아트에 차용된 문자 하나가 또렸하게 떠오른다.
나무에 양각으로 조각된
하늘 천 자다.
큰 대자 위에 선이 구름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자 마자 잊어버리기 싫어 관제옆서에 하늘 천 자를 그려보았다.
한동안 멈춰지지가 않았다.
내가 왜이러지.

일하는 시간이야.
정신차려.

IP *.193.1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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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2008.09.19 16:57:19 *.155.7.86
언니의 최근 글속에선 청원산방 얘기가 간간히 보이네요..
우리 그때 서둘러 점심을 먹고,
좁은 골목을 따라 나를 청원산방에 데려갔었죠..
저도 참 좋았어요. 단아하고 정갈하고, 나무냄새, 종이냄새 참 좋았죠..
그곳에서 언니의 또 하루가 반짝거리네요..
북아트도, 호박죽도, 언니의 작은 두근거림도, 그리고 언니의 글도...
모두 반짝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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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동생
2008.09.21 01:06:27 *.110.57.207
가끔 생각한다.
일년에 몇 번 만나지도, 통화하지도 못하는데...

가끔 생각난다.
처음 보던 그 모습이,
내가 악수를 청하자 부끄러워 하던 그 모습이...

때로는 나를 탓한다.
누나에게 좀 더 자주 연락했어야 했다고,
재동 형보다 누나에게 더 마음을 썼어야 했다고...

때로는 나를 탓한다.
누나 결혼식에서 내가 좀 더 잘하지 못했다고,
그래도 미소 짓는다, 누나 보면서 미소 짓는라 그랬다고...

지금은 바란다.
누나가 이쁘고 하얀 노트에 사부님을 위한 시를 짓기를,
또한 바란다.
누나가 나를 위해 시 하나 써주기를...

보고 싶다.
9월 27일에,
재동 형 말고 선이 누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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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
2010.10.12 15:04:45 *.141.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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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09:49:23 *.210.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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