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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0일 00시 19분 등록

독서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요즘 참 많이 바빴다. 연일 밤을 새는 강행군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질을 부리는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희석님의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라는 책을 읽고 삶에 두 가지를 적용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독서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강물을 만들겠다고 했던 다짐이 그 하나였다. 그러면서 몇 년간 운동과 절식으로 체중 조절한 것을 강물을 만들어 낸 것이라 착각을 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같이 밤을 새워 일하는 동료들과 야식을 먹고 힘들다고 운동을 덜하였더니 얼마 안 되는 기간에 몸무게가 부쩍 늘어버렸다. 그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했던 기간에 비하면 너무나도 허무하게 쉽게 원상복귀 되어 버린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아마도 강이라고 착각했던 것이 시냇물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어떤 습관이 몸에 베어 체질화 되는데 십 년은 필요하다는 말이 이제야 새삼스럽게 와 닿았다. 그 동안 얼마나 짧게 보고 살았는지 반성을 해 본다.

올해만 해도 도랑을 파놓고 시냇물로 만들어 나가지 못한 수많은 것들이 있다. 도랑물이 현재 흐르고 있는 위치가 도랑이나 개울에 지나지 않음을 잊어버리고 큰 강이나 바다와 같이 되지 못함을 한탄 하면서 흐르기를 주저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차림이 비관적이 아님은 바로 강과 바다를 마음에 품고 수많은 난관을 헤쳐서 나아갈 꿈을 품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랑에서 개울을 만들고 강물을 만들고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그것을 인내하면서 기다릴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2008/12/09

1.

예전부터 좋아했던 법정 스님의 책을 읽었다. 읽고 나서 또 한 번 읽었다. 먼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아름다운 마무리 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렇게 나를 질책한다.

좋은 책을 읽으면 그 좋은 책의 내용이 나 자신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때 문자의 향기와 서권의 기상이 움트고 자란다” p. 239

또 이런 말씀도 주신다.

옛 스승의 가르침에 심불반조 간경무익이란 말이 있다. 경전을 독송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으로 돌이켜 봄이 없다면 아무리 경전을 많이 읽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P. 238

이 말씀을 하나로 요약해 주시기까지 한다.

바로 책에 읽히지 말라이다.

그 동안 나는 수많은 책에 읽혔던 것 같다.

책에 읽힘은 책의 저자의 생각만 있고 자신의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책에서 얻은 한 자락의 알아차림조차 생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책에 읽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슴을 후려치는 구절을 만나면 그것을 삶으로 끌어들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2.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책을 소개 받을 때 참 기분이 좋다.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신의 책에 써 놓은 것은 출판사의 홍보성 서평보다 몇 배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읽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 경우에 그의 생각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배경이 되는 책들을 만나는 것은 하나의 기쁨인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몇 권의 책을 소개 받았다. 아직 식견이 짧아서 읽어보지 못한 책이 다 지만 그래도 좋은 분에게서 책을 소개받아서 참 기쁘다.

책에 소개되고 있는 장익주교님과의 교제 또한 참 아름다워 보인다. 특히 요즘 배타성이 강한 종교인들을 많이 보는 세상에서 그런 교류의 모습만으로도 참으로 아름답게 여겨진다.

3.

홀로 산중에 사는 분이셔서 그런지 유난히 자연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 보인다. 특히 꽃과 나무를 좋아하시나 보다. 나 또한 그렇다. 심지어는 그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라고 까지 말씀을 하신다.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잊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등, 이런 현상이 곧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P.89

바쁘다는 핑계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잊고 사는 경우가 참 많다. 오늘 출근길에 공원을 지나다가 잎을 떨어뜨린 나목들 위로 산등성이를 보았다. 푸근한 곡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고장에 산지 여러 해 건만 어찌 그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수없이 걸었던 길이었지만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였음은 스님의 말씀처럼 죽어 있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나무들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목이 무엇이 아름답다고 그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추위를 앞두고 모든 것을 떨어내고 추위와 당당하게 맞서는 그 진실한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길을 가다가 나무를 보면 한번씩 나무를 올려다 본다. 저번에 구본형 선생님이 산방에 기념식수를 할 때 수형이 이쁘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는데 수형이 무엇인지 지금도 모르지만 같은 종류의 나무도 여러 모습이라는 것이 조금씩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름다움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특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싶다. 그 아름다움을 손으로 글로 음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먼길 생각하고 이제 줄긋기를 하는 정도이지만 언젠가는 그 아름다움을 내 손으로 그려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한 십년을 잡으면 될까?

IP *.220.176.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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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12.10 13:37:04 *.129.207.121
저도 학습일기를 블로그에 기록할 계획입니다. 기록하면, 지식이 더 깊어지고 얼만큼 해왔나를 알 수 있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기록하는 것이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 아닐까요? 기록하지 않고, 정리하지 않으면 또 시행착오를 겪으니까요.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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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2.11 22:49:52 *.220.176.244
맑은님..
본받을 것이 참 많은 분이시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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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08.12.10 14:48:54 *.75.127.146
바쁘다는 핑게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잊고 사는 경우가 참 많다.어쩜 저를 두고 마구 몰아대는 얘기를 이렇게 야무닥지게 하십니까.요즈음 칼처 코드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우리는 사물에 대한 각인을 하면서 이것을 굳혀 가면서 산다고 합니다.그런데 그 각인이라는 것이 정감이 가미가 되어야 한다나요.졍열과 감정이 어우러져 각인을 한것으로 좋은 코드를 만들어가야 한답니다.독서일기로 좋은 각인과 코드로 잘 무장이 된 생활이 되길 바랍니다.그런데 실제로는 저부터도 그렇지만 말하기보다는 실천하는 것이 너무 힘든일이니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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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2.11 22:51:42 *.220.176.244
그렇지요.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이 어렵지요...

그래서 강을 생각했습니다. 바다를 생각하고요..기다림도 끈질김도 필요하겠지요.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 버릇을 들이는데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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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12.13 16:24:03 *.131.127.69
법정 스님의 글중에서 발췌하는 글을 보면서,

또 그 거울로 비췌보는 햇빛처럼 님의 생각을 보면서

자기만의 생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의 진지함을 생각합니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글에다 좋은 마음까지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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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2.14 10:08:49 *.220.176.77
백산형님..

답글을 달았는데 잘 못 눌러서 날아가버렸군요.

쓸데없는 말 많이 하지 말라고 신이 내린 계시인가 봅니다.

과찬의 말씀 늘 고맙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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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16:50:36 *.218.12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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