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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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단식을 시작했는데 저녁에 아이들이 먹는 밥 냄새에 굴복하고 말았다. 레몬즙으로 장이나 잘 청소를 했겠지.
오랜만에 영화관이라는 곳엘 가봤다. 아이의 학원 시간(참 불쌍하기는 하다.) 비는 시간에 영화관을 다녀오려니 영화상영시간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 결국에 아이들을 재우고 심야영화를 보러 가기로 하고 예매를 했다. 정말 얼마만이었던가? 아내랑 둘이서 영화관에 간 적이 말이다. 결혼하고 유리의성이라는 아내가 좋아하는 여명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간 후에 영화관에 아내랑 가본 이후로 기억이 없다.
결혼 십 년에 재혼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재미있게 살고 있는 관계로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야한"영화일 것 이었다. 야밤에 둘이서 영화관에서 야한 영화를 보다니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결론적으로는 아이들 걱정에 영화에 충분한 몰입을 하지 못했어도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쌍화점"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왕 역을 맡은 주진모나 총관 역을 맡은 조인성의 연기가 참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대한 평은 전문가가 아니므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다. 다만 그 왕이 마지막 죽으면서 까지 확인해 보고자 했던 그것에 대하여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 내 병이 도진다. 어떤 장면을 보면서 그 장면과 크게 상관없지만 머리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엮여지는 그런 것 말이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끼어들었는지 모르지만 "역설"에 대한 것이다.
만약에 내가 이 영화를 조금 더 젊은 날에 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본다. 아마 단순하게 불결하다 내지는 어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반응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는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는가"라고 이야기 하던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라는 식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어 간다.
내가 밥 벌어먹고 사는 세계는 0과 1의 논리가 지배하는 소프웨어와 관련이 된 세상이다. 젊은 시절에 0과 1로 결정되는 소프트웨어의 세계이므로 모든 프로그램을 명확한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그 또한 "인간"이 관계할 수 밖에 없으므로 소프트웨어조차 그런 결정론적인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젊을수록 세상의 흑백이 명쾌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하고 있다. 이제서야 회색지대에 들어온 것 같은데 이러한 회색지대에서 모호함 또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설은 내가 회색지대에 들어오면서 나 자신의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희미해져 간다는 것이다. 모든 나의 행동을 흑백으로 볼 일도 아니며 그렇다고 회색으로 볼 일도 아닌 것 같다. 어떤 일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고 또 어떤 일은 그럴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것의 구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모호하게 반응을 하고 반대로 그럴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한 것은 아닌지 늘 명심할 일이다.
=
그나저나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한국영화의 수준이 참 높아진 것 같다.
아주 짧은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엮어내는 제작진의 상상력과 그 고뇌를 표현하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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