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2009년 2월 4일 06시 34분 등록

이야기하나.
 그제인가 아이가 이를 뽑았다. 이를 빨리 뽑지 않아서 영구치가 조금 삐뚤하게 자랐나 보다. 그래서 울었다고 한다. 참 울 것도 많은 아이다. 아빠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눈물이 많다. 만화를 보다가도 갑자기 운다. 드라마를 보다가 우는 엄마 아빠를 닮았기 때문이다.

쇼파에 누워 있는데 아이가 하얀 것을 내민다. 뭐야 하고 내가 물으니 뽑은 "이"란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저리 치워, 이게 뭐야" 하고 말했다. 아내가 눈치를 주는데도 눈치 둔한 나는 뭐 때문에 아내가 눈치를 주는지 조차 모른다. 아이는 자신이 자랐음을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은 아빠의 칭찬 혹은 인정을 바라는 눈치다. 지난 주말에 날씨가 풀려서 자전거를 가지고 가족들이 나갔다. 지난 가을에 세 여자(아내,연우,선우)에게 자전거를 가르친 보람이 있어 곧 잘 탄다. 한 번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자전거 타기라더니 그런가 보다. 처음에 손을 놓을 때 불안 불안 했었는데 이제 혼자도 곧 잘 타는 것을 보면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아이가 커가는 것에는 최고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이가 상한 마음을 어떻게 돌려 놓을까? 이미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놓쳤지만 이것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엎질러 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아빠의 실수에서 아이와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즐거운 고민을 해 본다.

이야기둘.
 언제부터인가 냄새가 났다. 마치 가스가 새는 듯한 냄새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다. 가스 새지 않냐고. 안방에 들어갔는데도 또 갑자기 냄새가 난다. 그런데 가스는 여전히 이상이 없다. 항상 나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가 한 번 씩 났다. 출근을 하는데 갑자기 가스 냄새가 났다. 가스가 있을 리 없는 길거리에서 나는 가스 냄새를 맡았다. 아 이제서야 냄새의 원인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축농증 비슷한 증상이 오면 그렇다고 한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사진을 찍고 오늘 오라고 했다.

갑자기 어떤 이상한 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어떤 잘못된 일을 생각할 때 여전히 나는 외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여전히 나의 문제가 아닌 세상을 탓하고 주변사람을 탓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기란 싶지 않은 일이다. 작은 "병"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자신의 몸에서 자신의 마음에서 악취가 나도 여전히 이 세상이 썩었다고 이 풍진세상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볼 일이다.

IP *.220.176.245

프로필 이미지
은미
2009.02.05 10:56:51 *.161.251.173
유치를 뽑는일, 어른에겐 그저 그런일이지만, 아이에겐 커다란 이갸기거리지요.
그래서 예전엔 이를 뽑으면 지붕에 올리는 의식(?)을 했었잖아요.
아의의 처음뽑은 유치를 보관하다보니 이제는 아이가 더 챙기더라구요.
뭐에 쓸런진 모르겠지만...^^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09.02.05 13:23:26 *.190.122.154
맞습니다.

그래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아이의 빠진 이와 웃고 있는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딸아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고쳤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실수를 인정하는 연습을 한 번 더 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실수를 인정하고 아이에게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스스로를 칭찬해 주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9 딸기밭 사진편지 36 / 위로 file [2] 지금 2010.06.04 2203
1578 (서평)나의 길을 선명하게 비추어주는 수희향의『진짜공부』 엄콩쌤(엄명자) 2018.12.19 2203
1577 [7기지원] 2주. 관계란 무엇인가? [3] 강훈 2011.02.28 2204
1576 <10기 레이스 1주차 칼럼> 여행이란 무엇인가? - 이동희 file [7] 희동이 2014.02.10 2204
1575 매일쓰기39 : 말 한마디가 약자들에게 큰 힘이... [7] 인희 2010.08.22 2205
1574 딸기밭 사진편지 88 / 9월 3일 file [2] 지금 2010.09.04 2205
1573 [7기] 관계란 무엇인가? 이루미 2011.02.27 2205
1572 그가 먹는것과 읽는 것이 그사람이다 [2] 김나경 2007.09.10 2206
1571 매일쓰기44 : 대인관계에서의 진정한 마음 씀씀이 [1] 인희 2010.08.27 2206
1570 나는 코치다 (5. 지금 선택할 수 없다면 끝까지 가라) 백산 2011.09.09 2206
1569 [영원의 시 한편] 행복해진다는 것 정야 2014.12.26 2206
1568 [예비 7기] 1주차_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2] 김서영 2011.02.21 2208
1567 스스로 만드는 답 [5] 유관웅 2004.12.28 2209
1566 하동에 1박2일 아이들과 함께 다녀올게요. [4] 윤인희 2010.03.12 2209
1565 [8기예비_학이시습]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10] 학이시습 2012.03.05 2210
1564 너에게... 김세화 2005.03.28 2211
1563 이해한다는 것.. [9] [2] 조영재 2009.02.23 2211
1562 인터뷰놀이 시나리오 ver2.0 윤인희 2011.05.28 2211
1561 타버린 연탄 한 장처럼 [3] 백산 2008.03.16 2212
1560 매일87 :모든 것을 말해도 안심이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1] 인희 2010.10.10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