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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7일 01시 33분 등록

1월달 부가세 충격으로, 그림과 운동을 끊었다. 팔자 좋게 느껴져서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일을 줄이면, 본업에 더 충실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탄력을 잃고, 늘어진다. 직장을 그만두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줄 알았다. 막상 조직에서 자유로우면 마음이 이리저리 부유한다. 남들 일할 시간에야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우울하다. 누군가 날 감독하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는다. 신경 쓸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가용 에너지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불필요하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비위 맞출 필요도 없다. 그 에너지를 더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근데, 그럴까? 

맥이 풀렸다. 발심해보지만, 몇시간도 가지 못해, 다시 다운이다. '그냥 회사에 있을 걸' 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필요한 일을 받혀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조직은 내 능력 이상의 능력을 뽑아내준다.
그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한거다.  아니꼬와도 웃고, 맘에 안들어도 들은 척 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경기는 안좋은데, 직원들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일에 얼이 빠져있다. 테이블도 대충 닦고, 전체 콘디션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기 보다, 자기 할 일만 한다.  이럴 때 보면, 직원들은 뇌가 없는 단세포 동물같다. 답답하다.  그렇다고 시시콜콜 말하면, 내 마음은 후련할 지 몰라도, 직원들은 도망가거나 더 말을 안듣는다.

직장 다닐 때, 가끔 사장님이 똘아이처럼 보일때가 있었다. 특별히 잘 못한 것도 없는데, 말에 가시가 돗고, 행동 하나하나가 불만일 때가 있었다.  사장님이 그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난 '아침에 부인이랑 싸웠나? 또 똥물 튀기는군'이라며 아니꼬워했다. 그런 사장의 기분이 나에게 침범하지 않도록, 경계선을 긋는 훈련도 했다. 어디까지나, 넌 사장이고, 난 직원이고, 회사는 회사고, 난 나인 것이다.

내가 사장 되니까, 왜 그런지 알겠다. 직원들 눈에는 안보인다. 신기하지 않은가. 같은 눈을 가졌음에도 사장 눈에 빤히 보이는 것이 직원들 눈에는 안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입장이 바뀌면, 지금까지의 세상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보지 않아도 보이는 능력 내지는 고통이 생긴다. 왜? 나는 사장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사장도 직원으로 일할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버지는 '직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사장 마음 모른다'고 했다. 이 말은 사장 마인드를 가진, 직원은 없다는 이야기다. 매우 희귀하다는 이야기다.

청년실업

언젠가 청년 실업자가 tv에 나와서, 울고 불고하는 모습을 보았다. 대학까지 나와서, 나이 30이 넘었는데, 아직도 용돈 타쓴다는 둥...부모님이 불쌍하다며, 대통령 당신 때문이야라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후, 고교를 졸업하고 타일 작업을 하는 청년이 나왔다. 이 청년은' 4년제 대학 나와서, 그렇게 험하고 힘든 일을 할 수 없지 않느냐. 그래서 논다'는 엄친아의 말에 어이없어 했다.

일자리는 아직도 많다. 4년제에 맞는 일자리 내지는, 그것도 아니면, 나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을 뿐이다.

일 자리가 모자른 것이 아니라, 일 할 마음이 모자르다.
 
그나저나, 직원들이 얼빠져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내가 얼빠져있는 것 같다. 사장은 외롭고 고독해서라기 보다, 나를 다그쳐줄 누군가가 없어서 힘들다.

사장은 대기업의 총수건, 1인 기업의 사장이건, 음식점 사장님이건, 스스로를 닥달하는 사람이다. 자기관리가 투철하지 못하면, 남 밑에 있는 게 낫다.

IP *.129.20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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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9.02.07 10:48:53 *.206.243.16
일하다 보면 월급 주시는 사장님이 직원들한테'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봅니다. ^^
문제는 수동성인제 이 수동성 바이러스가 전염력이 강해 의욕이 강한 사람도 주위 눈치를 보다가
그냥 물들어 버리는 것이 문제라 봅니다.
사장님 보다는 동료가 더 신경 쓰이는 존재이니까요.
자신이 의욕도 강하고 목표의식도 높은 사람 즉 주도성이 강한 사람은 직장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업 할 여건(시기)이 아니라면 지점(직영점)을 하나 맡아 경영하는 일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제가 노리는 분야가 지점을 하나 맡아 경영해보는 것입니다. 미래에 제 일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서요.

혹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이 책을 읽어 보셨나요?
이 책은 사장님 보다는 직원들이 읽어야 하는 책인데요.
별로 좋지는 않지만 한 번 그냥 대충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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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2.07 14:05:58 *.129.207.121
사장님이 비젼이 약하고, 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없다면, 돈 벌어주는 사원 눈치 볼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사장님이 실무능력이 모자르면, 직원들에게 휘둘리는 것 보았습니다.

지현님은 지점장 되시면, 잘하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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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2.08 02:43:36 *.131.127.69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보완성

동기화 되지 않은 사람들을 리드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죠...

사실 정해진 일의 양이나 대우의 정도는 없습니다.
한 쪽은 노동력을, 다른 한 쪽은 돈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주면 하겠다'와 '하면 주겠다'는 대립하는 관계가 있고
그것은 전쟁입니다.

'잘 대우 하겠습니다.열심히 해주십시요'와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잘 대우 해 주십시요' 협력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이 힘의 균형이 깨어져 일방적이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어느 쪽이 득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짤리거나 망하는 그런..함께 붕괴되는 종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플루타크 영웅전에서 알렉산더가 정복한 땅의 랍비들이 말을 잘 듣지 않자
모두 죽여버리려고 잡아 들였습니다.
명분을 세우기 위해 알렉산더는 랍비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랍비들이니 열 가지 질문을 하겠다, 만족할만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랍비들은 열개의 질문에 현명한 대답으로 응대해 알렉산더는 어쩔수없이
상을 줘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열 개의 질문중에 하나가
'어떤 자가 사랑받느냐?' 였습니다. 그리고 랍비의 대답은
'힘있는 자가 겁주지 않을 때 사랑받습니다.' 였습니다.

저는 가맹주에게 불만이 많은 직원과의 상담에서
'저는 할만큼 했습니다. 제가 받은 만큼 충분히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그럼, 네 인생의 가치도 그만큼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너를 배려할 때 네가 받는 만큼의 수준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너가 받고 싶어하는 만큼의 수준으로 대우할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면에 직원 교육비를 아까워하는 어떤 가맹점 사장과의 상담에서
막무가내식의 태도에 대해 그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부당하게 가난한 직원들에게 교육을 지원하지 않고 암시적인
희생을 요구하면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살더라도 적어도 당신은 그들한테는 구걸하는 거지나 다를바없소,
돈 많은 거지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소?

그것은 결코 일방적일수 없는 쌍방향적인 협력관계라는 것
그리고 잘 나가는 매장은 항상 그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관리자와 직원이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겉으로는 같지만
하늘과 땅 만큼 큰 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장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말하지 않아야 하고
직원은 자신의 태만을 모를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만 합니다.

'모르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관리자는 눈을 뜨고도 못 보는 무지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때로는 일부러 눈을 감고 보지 못한 것 같은 배려를 배워야 합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꼴을 봐야제... 어쩌것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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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
2010.08.12 16:22:24 *.187.92.254
사장도 직원도 도둑놈 심뽀 가진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걸 구별하는 게 또 쉽지만은 않다는 것. 3년 가까이 충성했던 사장이 그런 도둑놈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전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이 사람 자신이 소탐대실했다는 건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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