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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ju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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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8일 01시 43분 등록
어김없이 힘들 일이 일어날때면 찾아오는 곳, 안식처 같은 곳입니다.
저의 어리석은 선택? 에 대한 ,,뭐랄까 마음을 추스릴 조언을 몹시 갈망합니다.
예전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현재 일본에 살고 있고 , 일본인 남편과 유치원생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냥 평범한 30살 주부입니다.
4월이면 새집도 완공되고, 남의 나라에서 그래도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살림과 육아에 전념하고 노력하며 살고 있었는데,,
덜컥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가 생긴일은 축복인데,, 제가 입덧이 너무 심하고, 이제 갓 들어가 회사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매일 머리가 아팠습니다. 정말 심하게요,,음식냄새도 역겹고, 위가 항상 얹힌듯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기운이 없고,, 아빠와 아이는 항상 밖에서 식사를 때우고,, 슬슬 너무나 우울하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임신인지 모르고 먹었던 약들,,틈틈히 피웠던 담배,, 카페인, 인스턴트,, 첫째 아이때와 다르게 주의하지 않았던 제 행동에 대한 두려움,,자칫해서 병치레 하는 아이를 낳으면 어쩌나,, 건강한 아이를 낳더라도 언제 키우고, 학비며,,당장 제가 일을 관두면 유치원 생 딸아이 유치원 보낼일이 막막해지고,, ( 주택론에 차유지등,,) 머리가 복잡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쯤에 벌써 아이를 지우는 쪽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남편을 설득하고,,
사실 낳고 싶은 맘 지우고 싶은 맘 반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임신 사실도 알리고 그 앞에서는 기뻐하다가 다시 혼자 우울해지고,,,
여튼, 저는 결심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직 태아가 5주 라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하는데,,
그때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아이가 심장은 생긴건 아닌가요?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수술 날짜 잡고,,2틀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다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도 새로 지을 짓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지라,,많은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말로는 낳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면서도,,,
솔직히 좀더 세게 낳아야지 무슨소리야? 해주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결국 듣지 못하고,, 저는 수술날짜에 맞춰 병원에 들어갔고,, 돈을 지불하고,, 주변의 배부른 임산부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되묻고,, 입덧이 심해서 ,,그저 이 고통스러운 순간에서 빨리 벗어나고만 싶은 마음에 결국 수술대에 올라가고,, 마취주사를 놓는 순간에 갑자기 아,,안돼,,,낸가 무슨짓을 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벌써 저는 회복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정말 뱃속을 갈귀갈귀 찟어 놓은 듯한 아픔이 한시간 정도 계속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내가 정말 무슨짓을 한건가,,,
내가 정말 성서 속의 하느님을 믿는 사람인가?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써의 도덕과 양심에 질책과,,]
 그저 그 입덧에 대한 고통에서 벗어나기위해 새 생명을 죽이고,,허기진 배를 달래느라,,빵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던 제 자신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고,,
왜이렇게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 되었나,,황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수술하고 오늘이 2틀째에 접어드네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고,,우울해 집니다.
수술대에서의 악몽이 매일밤 꿈에 나타날 것만 같고,,
수술하기전 의기 양양하던 제 기대와 전혀 다르게 더 힘들고 더 깊은 상처만 남긴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깊은 우울증이라도 걸릴 것 같습니다.
제 어리석었던 판단에 대한 질책과 더불어,,제가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편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빨리 제 스스로 치유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IP *.65.87.216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9.02.08 03:28:32 *.131.127.69
열명의 자식을 낳았던 저희 어머니...
눈을 뜨고 셋을 먼저 보내셨던 어머니가 그러셨었습니다.
어쩌것냐.. 산 사람이라도 잘 살아야제 언젠가 만나지 않것냐...
그 때가서 실컷 울란다...


명확하게,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자신을 고통으로 밀어넣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자학으로 상쇄할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과거를 반성하거나 성찰하는 것은 더 나은 오늘과 미래를 위해서 입니다.
님께서는 자신을 학대하는 것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려고 하시는 것보다
건강을 회복하고 성실하게 오늘을 사는 것으로서 남편과 아이에게
그리고 떠나보낸 아이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가슴속에 그런 아픔들을 하나씩 묻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후회가 있어서 남아 있는 삶을 더 값지게 사는 것이
후회할 줄 모르고 살아있는 날들을 탕진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하루 날을 잡아 떠나보낸 이를 위한 제를 지내 미안함을 진솔하게 표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날들을 살아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후회하실 일을 만들지 않는 노력을 하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피임을 잘 하는 것, 혹은 담배를 끊으시거나 약을 드시지 않는 건강을 지키는 노력도 또 다른 후회를 만들지 않는 노력이고 떠나보낸 이에 대한 행동을 통한 반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의지의 온건함을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Sinclair
2009.02.08 12:41:45 *.93.181.25
삶의 의의는 행복의 희구가 바탕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가장 큰 장애중 하나는 죄책감일 것입니다. 죄책감은 전적으로 나로부터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사회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죄가 되기 위해서는 정죄의 기준이되는 규범이나 명령이 있어야합니다. 스스로 죄를 느끼게 되는 것은 나에게 양심이 규범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은 천부적이기 보다는 사회화 과정의 산물이라 봅니다. 자신의 행위가 죄라 판단할 때 죄책감은 피할 수 없읍니다. 님은 스스로 정죄하고 이로서 고통받고 있읍니다. 저가 볼때 아기를 지운 행위는 죄라 할 수 없읍니다. 왜냐하면 자신과 남편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행위이기에 그러합니다. 세상에 탄생하기전의 생명을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이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불합리할 뿐더러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읍니다.

님이 크리스쳔이라면 상술한바는 의미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노라, 다시는 죄 짓지 말라"던 예수님의 말은 이미 님에게 면죄부가 되었읍니다.

행복하세요..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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