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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5일 18시 57분 등록

 

 

검법과 책쓰기 : 상상과 실제 사이의 간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실행해보기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편안한 자세로 선다.  한 번 점프했다가 땅에 내리면서 두 발의 안쪽 면을 3 번 부딪친 다음에 착지한다. 이때 양 다리가 10 센치미터 이상의 간격을 벌릴 수 있어야 한다.    

 

 

()는 백 일을 수련하면 능히 다루고 창()은 천 일을 수련하면 능히 다룰 수 있다. 그러나 검()은 만 일을 수련한 후에 입문한다. ‘

 

내게 검의 길을 가르쳐 주셨던 사부께서는 이와 같은 상징적 은유를 통해서 수련의 질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도법(刀法)은 원래 칼의 무게를 이용한 휘두름에 그 바탕을 둔다. 그래서 그 칼의 휘두름의 각도를 조정하는 신체의 힘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창은 길고 찌르기 위해 사용하는 부위는 아주 좁다. 그래서 신체적인 힘을 바탕으로 사용을 위한 기술적인 기교에 능해야만 한다.  그러나 칼끝과 칼 날의 1/3을 이용하여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휘청거리고 가벼운 검은 고도의 제어능력을 가진 빠르기와 정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와 창()이 가진 힘과 기교의 장점을 통합하여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도의 무게에 의한 힘은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능력이지만 조정력이 떨어져 정확성은 결여된다. 창은 기교가 발달하면 안전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기의 길이 때문에 공간적인 상황의 제약이 많다. 그래서 힘을 키울 때는 도법을 수련하고 거기에 기교를 보태기 위해 창법을 배운다.

()은 가벼워서 도()처럼 무게감을 이용한 관성을 사용할 수도 없고 창()처럼 길지 않아서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모두 무기술의 총아(寵兒)로 무예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다. 그것은 검이 무기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무게나 길이에 대한 제한점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가볍고 예리해서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짧고 양날이 서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교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검법(劍法)은 힘과 기술이 집적되어 있는 고도의 제어능력을 가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도와 창의 단점을 상대적인 기교와 구조를 통해서 보완하고 있지만 양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신체 관절의 정교한 사용법과 근접거리의 공포감을 극복할 수 있는 무기의 기술적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직선적인 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고도의 신체관절의 제어에 의한 흘림이다. 정확한 타이밍과 적절한 위치에서의 상대의 힘의 방향을 바꾸어 줌으로 인해서 가능해진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조정력, 즉 동적 유연성은 무기의 자연 물리적인 법칙과 신체 관절의 다양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어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신체를 통한 검의 정확한 사용을 위해서는 상대의 검의 목표와 진행방향을 정확하게 분석할 때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 검의 목표와 진행방향은 눈에 보이는 무기와 움직임에 보태어 주어진 상황과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의 의도와 기질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예측이 불가능하다.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부분적인 동작과 진행방향은 의도에 따라 수없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전체성을 이해하고 부분들의 통합되고 있는 관계의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알 수 없다. 나아가 예측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를 정확한 순간에 적절하게 조정할 수 없다면 대응은 불가능해진다. 

 

실제 상황은 예측과 판단 그리고 행동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생각과는 달리 움직임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인지과정이 요구하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은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는다. 유일한 방법은 수없이 많은 수련을 통해서 무의식 속에서 자동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그 기간이 만 일이다.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대처능력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는 기간이다. 그런 후에야 정신적인 심상을 통한 훈련이 실제와 동일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이 검은 만 일을 수련한 후에 입문한다라는 말의 실제적인 의미이다.

 

우리는 마음이나 정신에 대해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환상적이다. 또 마음 먹기만 하면 되는 의지적인 문제로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의지만으로 이루어지 않는다.  

  현대에 와서 인지심리학과 생체역학의 발달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인간행동과 추상적이고 비실체적인 마음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그것은 신체와 정신이 통합적인 것의 부분으로서 연장선상의 극단에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을 현대적으로 메타인지 라고 말한다.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수는 없다. 실제행동에 있어서 의식 밖에서 자동적인 메커니즘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들을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결과가 일어난 후에 피드백에 의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사고훈련(內功)은 사실과 실체로서의 경험의 기반 위에 형성되는 가상의 재구성 훈련이다. 그래서 상상과 현실 사이의 공간을 이어주는 합리적인(理想) 사고 훈련(內功)은 신체의 생리적 기능과 역학적 기능의 숙련(外功)이 완성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것이 고도의 추상적인 통합에 따른 제어능력으로서 진정한 정신력이다.

.    

비유해서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한 정신력은 주제에 대한 본질과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독서) 다양한 사례와 그의 연관한 구조적인 틀을 통해 표현할 줄 알아야(글쓰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난 후에야 창조적인 한 권의 책 쓰기를 위한 독창적인 재구성과 통합적인 전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실현 가능한 꿈이 된다.

나는 내가 살아 온 지난 30년의 검을 통한 경험과 배움을 책으로 쓰기 위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이제 책읽기와 글쓰기라는(外功) 책쓰기의 기초를 다듬고 있다.  튼튼한 기본과 다양한 경험이 훌륭한 검법을 창조할 수 있다. 올바르고 명확한 개념과 다양한 글쓰기의 숙련만이 의미와 가치 있는 책 쓰기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입문하면서 바른 기초와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성실함과 끈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신과 스승께 간절히 소원한다.

 

 

실행하기에 대하여  :

한 번 점프해서 양 발을 세 번 치고 다리를 벌려 지면에 착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을 동시에 받는 수준 높은 신체의 조절능력의 예시다. 특별한 학습이 필요 없는 일반적인 동작이므로 한 번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대부분의 사람은 한 번의 채공시간 사이에 발을 세 번 친다는 사실에 대해 실제로 보기 전에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행동에 있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상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실행 가능하다 하더라도 많은 반복 연습을 통해서 안정되고 지속적인 성공율을 확보할 수 있다. (방법을 안다고 해서 곧 바로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시도해본 다음에는 그 곤란함의 느낌을 훨씬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실행을 통해서 얻어지는 느낌과 개념적인 생각을 통해서 얻어지는 느낌이 다르다.)

 

일반인은 두 번을 치는 것이 어렵지만 세 번 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운동기능이 좋은 사람도 세 번을 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을 요구한다.

방법은 정점으로 올라가면서 한 번 부딪치고 내려오면서 두 번을 부딪치면서 가벼운 반동을 이용해서 다리를 벌려 착지하는 것이다.

중력에 영향 받는 인체의 채공 시간은 보통 0,33초를 전후한다. 이 사이에 다리의 근 수축을 3번 이상해야 하기 때문에 원리와 법칙을 이해하고 반복훈련을 통해서 리듬감을 가질 때 가능하다.    

참고로  10년 정도의 운동경력을 가진 고등학교 태권도 선수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30여명의 선수 중에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3 명은 실행이 가능했지만 시도 수에 비해 성공율이 극히 낮았다. 시연을 하고 설명을 해서 요령을 가르쳐 주어 성공한 예는 추가로 1 명이었으며 역시 시도수에 비해 성공율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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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2.15 20:42:57 *.220.176.165
십년공부도 아니고 "만"일이면 27~8년 다시 말해 삼십년을 공부를 해야 하는 그런 것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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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02.16 10:12:17 *.246.146.19
맘에 와 닿는 글입니다.
형님의 눈 빛은 '만일'을 넘어선 것인지 부드러운 게 더 무섭더군요.
내공도 없이 깝치고 다니는 일을 삼가해야 할 이유가 또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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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2.16 21:59:30 *.131.127.69
햇빛처럼 //

사부님으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 때
오메, 오메오메~ ... 그랬다네! (속으로..)

형산 //
내가 허당인거 알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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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9.02.17 00:37:05 *.208.192.28
칼과 펜이라. 형, 참 좋은 주제네요.
문무를 겸비한 사내대장부 책이 한권 나오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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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01:35:24 *.46.242.37
레이스를 시작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작년 이맘 때의 제 마음이 떠오르네요.
인지심리학과 생체역학의 발달, 책이 나오면, 일등 맡아 놓을게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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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0:57:20 *.162.86.59
검이라는 말이 나와서 그런지 비장함이 느껴집니다만..

전 왜 자꾸 제목이 '김밥과 책쓰기'로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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