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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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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6일 00시 15분 등록

견습생 시절, 견디는 것만이 미덕인가
- 견습생의 의미찾기 놀이

어느 마을에 돈이 많은 부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이웃 마을에서 아주 아름다운 누각을 지었다는 말에 구경을 하러 갔다. 먼저 와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누각을 보며 감탄했다.
"참으로 훌륭한 누각이다. 특히 저 3층은 너무나 아름답구나."
집에 돌아온 그는 곧 목수를 불렀다.
"나는 3층 누각을 지으려 하네. 그러니 아주 훌륭한 3층 누각을 지어주게."
목수는 일을 시작했다. 누각을 지을 터를 고르고 벽돌을 쌓아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부자는 화를 내며
"지금 뭘하고 있는가? 3층 누각을 지으라 했는데 왜 벽돌을 쌓는가 말이네?"
목수는 어이없다는 듯 부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3층 누각을 지으려면 먼저 1층과 2층을 지어야지 않겠습니까. 그래야만 3층을 지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 나는 3층만 필요해. 1층과 2층은 필요없다 그 말이야."
목수가 아무리 설명했어도 부자는 막무가내로 3층만 지어 달라고 우겨댔다.

<<백유경>>에 나오는 짧은 토막 이야기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열매만 따 먹으려 하는 자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부자와 같다고 부처는 이야기하고 있다. 겉멋에만 치중한 나머지 하찮아보이는 기초를 경시하고, 처음부터 그럴 듯 해 보이는 일만 하려는 이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예화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너무도 많이 들어왔다. 건국신화에서도 마늘과 쑥 먹기를 100일 동안 견딘 곰은 사람이 되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친 호랑이는 결국 사람이 되길 실패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요리사도 견습생 시절 설거지만 했다고 하고, 세계를 무대로 뛰는 유명가수도 수년간 백댄서 신분으로 지냈다고 한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면서 신입사원이라는 ‘견습생’ 시절을 겪는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직에서 요구하는 일을 받기 시작한다. 나와 맞지 않는 일, 내 바램과는 동떨어지는 일을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응당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자, 여기서 잠시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과연 이러한 상황을 견디는 것만이 ‘미덕’일까?
견디어 낸 사람은 의지가 투철한 사람인 것이고, 견디지 못한 사람은 의지가 약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자일까?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하며 신입사원 시절을 겪는다. 나 역시 그러했고 내 후배들도 그러한 시기를 거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무작정 참고 견디기만 하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근면’과 ‘성실’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태도를 습득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가지 ‘전제조건’이 꼭 수반되어야 한다. 바로 미래의 비전과의 ‘끈’이 그것이다.

곰이 마늘과 쑥을 백일 동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 행위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강한 비전과 연결이 되었기 때문이고, 대가를 이룬 이들이 견습생 생활을 묵묵히 보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언젠가는 현재의 하찮은 일들이 미래의 꿈을 이루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는 끈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비전없는 일’을 무작정 견디기만 하는 삶, 근거없는 낙관주의로 일관된 삶은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스스로의 일이 하찮다고 투정을 하는 후배에게 나는 종종 주변 선배 중에 미래의 커리어 모델이 있는지, 그 회사의 비전과 너의 비전이 일치하는지를 되묻고는 한다. 수차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결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때로는 과감하게 단절을 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명확히 우리는 ‘현재를 무작정 견디는 것’ 과 ‘미래를 위해 인내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내 마음의 외침과 다르게 진행되는 하루 하루를 습관처럼 견디는 것은 결코 칭찬받을 만한 행동이 못된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가장 밑바닥의 하찮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두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며 스스로에게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이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의로의 통로인가’라고 명확히 물어봐야 한다.

만약 그 길이 미래의 비전과 끈이 닿아 있는 연결통로라면 지금의 그 하찮은 일은 반드시 미래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은 미래를 단단히 떠받치는 초석이 될 것이고, 힘든시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매일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도 그 길과 미래의 비전의 끈이 닿아 있지 않다면, ‘단절’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용기를 내야 할 때이다.

일상생활에서 ‘STOP' 이라고 외치는 것은 굉장한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 긍정적인 세계관이 수반되어야 할뿐더러 사람은 아무리 현재가 힘들어도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단절이 더욱 힘들다.

나는 자칫 젊은이들이 ‘세상은 원래 이런거야.’ '회사생활이 다 그렇지 뭐‘, ’내가 어떻게 되겠어?‘ 라는 회의적인 삶의 태도로 열정과 패기로 가득차야 할 젊은 시절을 얼룩지게 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젊은이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삶의 태도들이다.

과거에는 직무순환 제도가 일반적이었다. 영업을 하다가 마케팅을 하고 인사를 하다가 기획을 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무작정 참고 기다리는, 말 그대로 ‘근면’과 ‘성실’로 무장된 이쁜 후배들은 결국에는 상사에게 인정을 받아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고 인정도 받았다. 그러나 사회는 점점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원하고, 자연스럽게 직장이 아닌 직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사회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무작정 주어진 일만 하게 만드려는 상사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그들에게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그들의 미래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 상사의 몫이다.

인생이란 ‘의미 찾기 놀이’ 이다. 견습생 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의미 찾기 놀이’ 에서 미래의 커리어로 나아가기 위한 보물지도를 꼭 만들어야 한다.


by 4월 하늘 (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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