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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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지도교수는 전생의 원수를 다시 만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청춘을 담보하여 미래를 가꾸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실험실에서 살고 있다. 평균 17-8 시간이다.
이런 실험실에는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밥 먹으러도 혼자 가기 힘든 학생도 있고, 열심히 정리해 둔 공간을 어지럽혀서 짜증이 나는 깔끔이도 있고, 동료들에게 눈치 보이는 랩 커플도 있고, 인문학적 대화를 나눠 볼 상대가 없어서 외로운 학생도 있다.
고등학교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어려움을 감싸 안아줄 가족도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경쟁상대가 되어 하루라도 먼저 앞서서 가야하는 부담이 많은지라 “딱 한번만 이라도 마음 놓고 쉬어봤으면 좋겠다”고 눈물로 하소연 하는 학생도 있었다.
‘상사학’을 읽다보니 갑자기 여러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번은 학생이 지도교수를 용서 할 수 없다고 찾아왔다. 전날 중요한 실험 결과를 보느라고 거의 새벽에 기숙사로 갔고 몸이 좀 힘이 들어서 11시경 나왔더니 지도교수가 이, 박사 3년차의 보따리를 싸놓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소심해서 힘들고 가정형편이 아늑하지 못해서 힘든 이 학생을 어디로 가라고 내 쫓으려 하셨을까?
어떤 학생은 날마다 결과를 내놓으라시는 교수님의 요구에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남도행 기차를 타고 종적을 감춰버려서 2달 후에 나타났다. 살아났을까?
또 어떤 학생은 지도교수님이 논문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고 한다. 너무 알아서 하라고 방임을 하시니 걱정이 되어서 더욱 진도가 안 나간다고 한다.
옆방에서는 해외 출장을 가셔도 메일로 매일 진도를 체크하신단다.
마음 같아서는 랩을 옮겨주며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싶지만 그러면 또 다시 본래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가끔은 교수님들이 학생을 보내온다. 방에 꼭 들어앉아 나오지를 않는 학생, 교수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1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않고 버티는 학생, 시키는 일만 하고 또 앉아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기만 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신다.
“학생들도 힘들겠지만 교수도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요즈음은 단체로 랩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도저히 이 교수하고는 못살겠다고 말이다.
이럴 때는 힘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깊이 있게 잘 들어줘야 한다.
다만 학생들에게 지도교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선생님을 이해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다.
그래도 힘이 들면 도서관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서서 원기를 회복해보라고 비밀을 일러준다.
박사를 마칠 때까지 3-5년 ,목에 줄을 감아 끌려 다니는 느낌이 나지 않게 상생의 지점을 찾을 수 없을까?
구본형 선생님께 한번 여쭤봐야겠다.
글을 읽으며 '관계의 양면성 혹은 양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학생들은 교수/학생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거나 학생들만 힘들고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죠. 교수님들, 특히 승진 심사를 눈 앞에 둔 조/부교수님들은 기준 실적을 채우기 위해 '혈안'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수님들 사이에도 예전에 느슨한 기준으로 일찍 테뉴어를 획득한 채 쉬엄쉬엄 일하고 지시만 하는 정년 보장 교수에 대한 젊은 교수들의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반발과 이로 인한 미묘한 반목이 관계의 긴장감을 극도로 강화시킵니다. 그리고 여기서 연유한 스트레스를 괜히 열심히 공부한 죄 밖에 없는 약하디 약한 학생들에게 분풀이 하는, 어찌보면 참 어이없는 먹이 사슬이 계속 반복됩니다. 교수님의 그 날 날씨에 하루의 효율이 좌지우지 되는 학생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계속 참기는 더욱 힘든, 하지만 학위 딸 때 까지는 차라리 똥을 삼키면 삼키지 참아야만 하는 참으로 묘한 관계의 연속입니다.
가장 힘든 관계라고 생각됩니다. 학생 카운셀링을 해 주시고 계시는 것 같은데 외람되지만 부디 많이 들어 주시고, 교수님의 어려운 사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고, 그리고 그 과정이 힘들수록 언젠가는 담금질의 결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많이 얘기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홧팅입니다^^.

남의 어려움에 웃어서 미안한데.. 그래도 실험실 상황이 웃음이 나요.
전에 본 자기 계발서 중에 농구팀의 사례가 나온 게 있었거든요. 17년 연속 우승팀.. 감독이름이 롬바르디? ?? 어쨌든..
감독은 불도저형이면서 선수들에게 사기를 팍팍 불어넣어주는 동기부여가인데, 승리를 위해서 앞만 보고 가요. 그래서 감독은 선수들의 감정적인 어느 부분을 잘 터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법도 한데 안 그럽니다. 여러 코치와 다른 스텝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로 선수들이 꼭 들르는 자구 가는 쪽에 그러니까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입구쪽에 냉장고가 있는 쪽으로... 여성의 스텝이 한명 있는데 그녀는 선수들의 얼굴,표정을 보고 그의 사기를 잘 알아채는 사람이었고 무척 다정다감하고 따뜻합니다. 젊은 선수가 집의 가족이나 여자친구와의 일상에서 겪는 고민을 그녀와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가죠.
아버지격인 감독과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그 여성의 환상의 조합인 거죠.
농구 코트장에서 뛰는 사람만이 그 팀의 일원이 아니라 같이 하는 스텝 모두가 팀.
각각이 모두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환상의 팀.

마감시간 놓칠까봐....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거야 ...하면서 말이죠.
밤을 꼴깍 샜지요. 독수리니까...
게다가 직관, 창의력, 글, 예술...이런 말 나오면 난 갑자기 조용해져요.
저 머나먼 별나라 이야기라고 생각 하면서....
이렇게 약점들 많이 갖고 경주에 임하고 있어요. 어느날 그냥 필이 꽂혀서...
나중에 많이 가르쳐줘요.
한정화 선배님
공감해주어서 감사드려요.
오늘 밖에 나가서 맑은 바람을 쐬고 오니...이젠 좀 살 것 같아요.
참으로 오랫만에 이런 경쟁상황 아래 놓여보는 거예요.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
믿어줄지 모르지만 책만 보고 있었다니까요, 글쎄....
이젠 댓글도 읽어보고... 인사도 잊지않고 ...그렇게 살게요.
'어느날 그냥 필이 꽂혀서'가 인생 최고의 정답 같습니다. 저도 1/23에 우연히 학교 도서관 갔다가 '그냥 필이 꽂혀서' 구 선생님 책을 다 빌려 왔고, 읽다 보니 '필 꽂혀서' 연구원 제도 알아보니 1월말 마감이어서 설날 연휴 내내 '나의 개인사' 썼답니다. 1주일 사이의 '필 꽂힌' 결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좋아서 하니까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되면 이유가 있을테니 찬찬히 돌아보고 복기하고 수정하고, 혹시 되면 죽었다 복창하고 끝까지 가볼까 합니다. 저희가 열심히 하면 글을 통해 향기가 전달되어서 다 알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안해서 향기가 안 나는게 문제지 열심히만 하면 분명 아무 문제없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셔요. 조만간 꼭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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