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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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에 재벌가에 시집을 갔다 이혼 후 다시 돌아온 여배우가 얼마 전 이혼 사유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어 화제가 됐다. 그때 자신이 너무 어리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그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좀 더 성숙한 다음 사람을 만나고 결혼했더라면 달랐을 거라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결혼하지도 않았고, 재벌가 근처에도 못 가본 내가 그녀에게서 동일시 감정을 느낀 것은, 그녀처럼 이십대 중후반의 아름다운 청춘을 바쳐 일했던 나의 직장에서 나 역시 나의 부족함과 미숙함 때문에 관계를 망쳐버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밀려와서였다.
대학에서는 선배와 지도교수, 직장에서는 상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상사를 모시며 괴로워했던가! 단언컨대 나는 한 번도 100% 흡족한 상사를 만난 기억이 없다. 인간이 아닌 완벽한 선배이자 역할모델을 기대했던 어리석은 나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좋은 상사가 되어주지도 못했다. 군대 생활로 다져진 나이 많은 남자 후배들에게 나의 호의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이후 직장 내에서는 마음을 닫고 살았다. 조직 내의 이해관계를 떠날 수 있는 타사 선배 동료들과 더욱 친하게 지냈지만 정작 중요한 나의 일터에서의 사람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에 나이까지 어려 거의 모든 일을 꾹꾹 눌러 참고 산 4년이었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계획을 구체화할 때 즈음 만난 쓰레기 상사는 한 번 크게 ‘들이 받고’ 만 적이 있다. ‘공공의 적’을 위해 곧 그만둘 내가 총대를 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후, 나의 휴직 기간 중 그 상사가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사를 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치 나의 말이 비수가 되어 그 사람이 아프기라도 했던 것처럼 나의 이전 행동이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스러웠다. 내가 감당하기로 감수한 것보다 더 크고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놀라고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 모든 정치적 관계와 상사와의 대면을 피해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고 학교로 돌아갔지만, 그 곳에 가서야 나의 직장이 그나마 합리적이고 덜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지 않은 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정치력과 인간관계의 진수가 내가 피해 찾아든 곳에 가장 심하게 만연해 있어 ‘어찌되었든 너는 이 문제를 지금 대면하고 풀고 가야만 한다’는 신의 음성을 듣는 것 같았다. 봉쇄 수도원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끝까지 따라올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용기를 내어 세상에 다시 나올 준비를 시작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시월드’라고 불리는 그곳에서의 사람 관계도 미리 걱정된다. 혼자 살지 않는 한 관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다. 올해의 내가 지난해의 나와 같지 않고, 2년 전의 내가 지난해의 나와 다르듯, 성장해가는 나이기에 지금까지의 일을 교훈 삼아 잘 해 나가리라고 무작정 믿어 본다. 또다시 사람에 치이더라도,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을 무턱대고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제가 잘은 모르지만 조금 힘든 관계 속에 계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의 괴로움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가올 날들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어려움과 역경, 즉 고(苦)는 좋은 칼을 만들기 위한 담금질이며 나를 깨우쳐 주는 축복입니다’라는 대행스님의 말씀이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출발에서 홧팅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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