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렬(백산)
- 조회 수 2872
- 댓글 수 9
- 추천 수 0
---------------------------------------------------------------
실행해보기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는다.
한 사람이 손 바닥 위에 100원 짜리 동전을 올려 놓고 손을 펴고 오므릴 준비를 한다. 단 미리 오므리면 안 된다.
상대방은 동전이 든 손 바닥 밑에 손을 편 채 위치한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손을 돌아 올라와 손 바닥 위의 동전을 집어 챈다.
이 때 동전을 들고 있는 사람은 주먹을 쥐어 동전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
통합적인 검법 : 무상신검 無想神劍 = whole fencing
사부님으로부터 이야기 들었고 또 한 때 소설책으로 나왔던 검이라는 책에서 알게 된 검법이 있었다. 이름하여 무상신검이라는 검법이다. 무예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검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구전으로 내려 오는 전설적인 검법이다.
나는 90년대 초에 이 무상신검 검법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와 자료들을 근거로 하여 나는 엉성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현대적인 무상신검 검법을 만든 셈이다. 이름하여 ‘무형검법(無型劍法 : whole fencing) 이다. 과학적 방법론과 기술적인 보편화가 이루어진 현대 펜싱에서 전략적인 전술펜싱을 위해서 개발한 방법이었다.
오늘날의 펜싱은 세계화된 무대에서 거의 매 2 주에 한 번씩 실전이 이루어지고 첨예하게 발달한 과학적인 훈련방법론에 의해 고도로 발달한 기술들은 비디오 카메라 앞에 모두 공개되어 버렸다. 결국 승부를 결정하는 방법은 눈에 보이는 기술적인 동작의 숙련에 의한 정확성과 난이도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동작과 기술의 전개방식과 그에 따른 판단력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전술펜싱이라고 부른다.
결국 독자적이고 한국적인 펜싱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그런 전통적인 유파나 체계는 현대에 와서 이미 고루한 것이었다. 현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습득한 숙련된 동작과 전략적인 기본들을 어떻게 임의적인 상황에서 그리고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가에 있다.
그것은 개인의 기능적인 신체 능력뿐 아니라 상대선수와 상대적인 상황에 대한 인지적인 판단에 따른 전술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자연 과학적인 훈련 방법론을 가지고 신체의 생리적(체력), 역학적(기술) 능력의 발달을 도모했고 심리학적인 방법론과 인문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심리적인 동기화(도전 정신)와 자기효능감(자신감)을 개발했다.
내가 무형검법이라고 말하는 이 펜싱은 형식이 없는 검법이 아니다. 형식이 있지만 그 형식에 갇히지 않고 임의적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체계를 구성하여 대응하는 방법이다. 현대 펜싱에서 개인의 기술들은 옛날처럼 비밀리 전수되거나 보안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그러한 공개적인 약점을 상대적으로 이용하여 상대의 예측을 이용하는 검법이었다. 거기에다가 전술적인 판단을 하는데 문화적인 특성도 최대한 활용하였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인 루트 번스타인은 “ 창조적인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기 전부터 나타나며 논리학이나 언어학 법칙이 작동하기 전에 감정과 직관, 이미지와 몸의 느낌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고 말하고 있다.
심리학적인 개념으로 고쳐 말하면 그것은 인지과정(인지과정은 감각과정과 지각과정을 통칭하는 말이다)중의 지각과정을 거치기 전의 감각과정을 의미한다. 그러한 감각과정은 자극정보에 대한 분석, 비교 판단을 거쳐서 대응 행동으로 계획되고 실행되어 진다. 물론 일반적인 학문 영역에서는 창조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언어와 논리적인 개념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이것을 지각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펜싱 스포츠에 있어서 상대적인 대응은 이러한 후자의 지각과정을 생략해야만 한다.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시간은 30/1-35/1 일 초이다. 그 시간은 인지과정이 요구하는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펜싱의 실전에서는 지각과정이 요구되는 반응은 유용하지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말하는 직관적인 생각과 같은 자극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직접지각 direct perception 을 이용했다. 즉 감각과 동시에 반응할 수 있도록 훈련자체에 인지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간단하지가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직관에 의한 반응으로서 말이란 간단하게 설근과 안면근육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사지의 근육과 무기를 든 손을 고도의 기술적인 협응에 의해 선택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다.
가끔씩 선수들이 과거에 자신들이 나와 함께 했을 때의 그 방법에 대해서 묻는다.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왜 다시 할려고 하는데 한 템포가 늦지요… (소위
선수 본인이 느끼는 것은 결과 피드백 즉 결과가 있고 난 후의 피드백일 뿐이다. 진행 중에는 수정을 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여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갈 때 구체적인 과정을 모두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속도와 차선변경을 하면서 목적지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빠른 시간 즉 150- 300 밀리세컨 이내의 운동에서는 이러한 진행중의 피드백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패턴 내에서 순간적으로 상대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무작위로 기술훈련을 선수에게 시키고 또 선수가 자기감각내의 근육의 조절 수준을 세분화 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감각 자체 즉 자극에서 적절한 반응이 곧 바로 연결되도록 구성하는 것(direct perception)이다.
그러니 선수는 보고 있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고 그래서 기억에 저장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을 배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충분한 지도자에게 가정된 범위 내에서 임의적인 대응을 무작위로 훈련 받는 것이다. 곧 정교하게 짜여진 계획과 지도자의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지식과 운동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이 지도법의 원칙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몸이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훈련해야 한다.
1. 반응한다. 고로 존재한다.
사람은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자극에 대해 반응하기 때문에 행동한다. 생각은 시간적인 여유와 주의를 집중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반응하지 않는 것도 반응이 된다. 그래서 훈련을 통해 자극에 대한 감각이 적절한 반응과 동일한 것이 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2. 있는 그대로를 보라 생각하지 말고
생각은 반응을 구별하고 선택하는 시간을 요구한다. 그렇게 되면 아주 짧은 시간 혹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자극에 대한 반응선택에 쫓기게 된다.
생각하면 그 생각에 쫓기게 된다. 단지 모든 감각을 열고 있는 그대로 보라 훈련되어 있다면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한다.
3. 자신의 감각과 상황에 대한 지식과 제어력을 높인다.
근육과 감각의 민감성 그리고 상황의 다양성을 훈련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어할 수 없는 힘은 힘이 아니라 짐이다. 그게 싫으면 칼을 놓아야 한다.
이게 바로 현대판 무상신검이다. 인지의 지각과정을 건너 뛰는 직접지각을 이용한 검법이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
실행해보기에 관하여
대부분은 손바닥의 동전을 집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각에 의존해서 반응을 하는 경우에는 상대의 손이 이미 동전을 든 손바닥과 위에서 마주할 정도의 순간에 반응을 시작한다. 시각반응은 150 밀리세컨이 넘는다. 그 사이에 동전을 집는 사람은 동전을 집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 발톱처럼 해서 손바닥을 치면 동전이 솟아오르기 때문에 쥐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밑에 손을 위치한 사람이 동전을 든 사람의 손등에 손을 대고 있다가 시작하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은 동전을 집을 수가 없다. 이 때는 손을 쥐는 사람은 시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손등의 촉각을 통해서 반응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촉각은 통해서 반응할 때는 신경전달은 두뇌로 전달되기 전에 척추수준에서 (사이신경이라고 말함) 반응한다. 그러니 훨씬 빠르다.
검법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감각의 수준에서 반응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다만 조절해야 할 근육들이 많고 변수가 많아서 좀 복잡할 뿐이다. ^^

저 한테는 사부라 부르는 분이 두 분, 스승이라 칭하는 분이 세 분 계십니다. 스승 세 분은 학창 시절에 제게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보여 주신 분들입니다. 사부 중 한 분은 나이들어 정신적인 영역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하신 구사부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고삐리 시절에 육체의 활용과 한계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입니다.
무협지 같은 수련과 귀신 씨나락 까는 소리 같던 사부의 말이 허당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 분이 보여준 거짓말 같았던 몸놀림과 전설같은 무용담이 제3자를 통해 풍부히(?) 들렸던 때문이죠. 그 분이 쉬는 시간에 하시던 말씀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무술이 끝인 줄 알고 수련했는데 어느 날 무도의 경지가 찾아오더라. 발차기를 연습하다가 다음 발차기를 생각하는데 어느 새 다 차고 내려오는 발이 보이더라. 그 이후로는 상대에게 살기를 품고는 싸울 수가 없더라..."
이런 얘기는 술자리에서나 하는 법이지만, 맨정신에 해도 될 법한 사람이 형님인 것 같아서 풀어봅니다. ^^;
다만 아쉬운 것은 제 사부의 사부는 이 경지를 지나 약간 오버하시더니 지금은 사이비 교주가 되셨단거죠.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나 정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나 늘 위험한 고비가 있어서 좋은 스승이 필요한 법인가 봅니다. 제 사부의 사부는 좋은 사부를 만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혹 들더라구요.
아이고, 그만하고 퇴근할랍니다. 성님~ 레이스 즐겁게 마치시길~

'2. 있는 그대로를 보라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면 그 생각에 쫓기게 된다. 단지 모든 감각을 열고 있는 그대로 보라 훈련되어 있다면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한다.'
자꾸 보는 것과는 다르게 그려서, 보이는 대로 그리려고 연습하는데... 여기에서도 그대로를 보라는 말을 보게 되네요.^^*
[두손을 위한 피아노 연습]이란 책에서도 몸(근육들)이 반응을 하도록 그 느낌을 익혀두는 연습을 하라고 하는 말이 나와요.
'연습'이란 것에는 그런 요소가 있나봐요.

정화/ 내 생각인데... 생각을 못하게 하는 방법 중에 한 가지가
운동에서는 예측을 못하게 하는 거야. 예측이 맞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게 되지 단지 긴장하고 있을 뿐...
그림에서는 ... 주의의 초점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따라다니지 말고
동시에 전체를 볼 수 있겠니? 그걸 개방 이라고 하는데 어느 한 곳에
초점을 두지 않고 전체 모두에 동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은...
주의 초점를 놓치는 것과는 다르다.
설명이 어렵다, 그지?^^ 하다 보면 안다 잉..~

효도르를 저는 '링 위의 철학자'로 부릅니다. 이 선수는 매우 철학이 분명하고 훈련도 체계적으로 합니다.
직관력도 뛰어나고, 자기 긍정성 확실하고, 매우 종교적인 사람입니다.
효도르는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지 않았으면 아마 종교지도자, 체육지도자, 예술 방면에서 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한 격투기계가 아닙니다.
'반 박자 빠르다' + '상대가 일정 거리를 벌려 사정거리내에 있지 않아도 날라오는 펀치' + '유연성'
+ '확실한 테이크다운 능력' + '확실한 그라운드 장악능력' + '확실한 테이크다운 방어능력'
+ "확실한 끝내기 기술"
하여간 완벽에 가까운 선수라 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09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623 |
4108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643 |
4107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658 |
4106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685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717 |
4104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727 |
4103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734 |
4102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740 |
4101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933 |
4100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936 |
4099 | 꿈을 향해 간다. [2] | 빈잔 | 2024.06.25 | 1072 |
4098 | 신(新) 노년과 구(舊) 노년의 다름. | 빈잔 | 2023.03.30 | 1511 |
4097 | 가장 자유로운 시간. | 빈잔 | 2023.03.30 | 1513 |
4096 | 편안함의 유혹은 게으름. | 빈잔 | 2023.04.28 | 1543 |
4095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1544 |
4094 | 원하는 것(Wants) 과 필요한 것(Needs) | 빈잔 | 2023.04.19 | 1590 |
4093 | 내 삶을 지키기 위한 배움. | 빈잔 | 2022.12.27 | 1645 |
4092 | 변화는 불편하다. | 빈잔 | 2022.10.30 | 1667 |
4091 | 1 % [2] | 백산 | 2007.08.01 | 1705 |
4090 | 정서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 빈잔 | 2023.03.08 | 1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