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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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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일 21시 52분 등록
  최근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으로 인해 일반인 및 타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도 가톨릭 이라는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조명이 되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수도 생활자들을 일반인인 평신도와는 달리 성직자와 수도자로 구분한다. 먼저 성직자를 살펴보자. 성직자는 교구 성직자와 수도회 성직자로 나뉘어지는데 그들은 가톨릭 신학교에서 공통의 수련을 쌓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후 또는 일반대학을 다니다가 편입을 하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학부 4년과 대학원 과정 2년반, 군대생활을 거쳐 약10년의 수련생활을 거친다.


  Benedi Camus Domino! (주를 찬미 합시다!)

  Deo Gratias! (천주께 감사!)

  오전 06시. 신학교 1학년 기상시간의 모습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그들이 밤의 대침묵을 끝낸후 아침을 깨우는 종이 울리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이가 라틴어로 주를 찬미 합시다를 외치고, 이에대한 화답으로 다른 동료들이 천주께 감사를 외치며 하느님이 주신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각자의 일터로 가듯이 그들의 가장 소중한 공간인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미사로써 당일 하루를 시작한다.

  신학 및 각종 외국어(라틴어, 히브리어, 헬라어 등), 체육생활, 음악, 철학, 영성생활 등으로 수업 커리큘럼은 짜여져 있는데 선배들과 담당 신부들이 이들 신학생들의 학업과 영성생활을 지도해준다. 4학년이 되면 독방 배정과 함께 독서직이라는 호칭으로써 미사 시간에 말씀의 전파를 하게되고, 5학년이 되면 시종직이라는 호칭과 함께 신부님의 미사 전례의 한축의 보조를 맡게된다.

  그후 부제(신부의 전단계)로 승격되면 일반적인 성직자로써의 호칭에 합류를 하게되며, 앞으로 평생을 신부로써 살게 될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소명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후 신부 서품을 받기전 하느님의 부르심을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학교 신부님들과 주교(고위 성직자의 일종) 및 일반 평신도의 화답(개인적인 허물을 묻는 제도가 있다)등 평가에 의해 최종적인 신부로 그들은 탄생하게 된다.

  서품시 그들은 부복을 하면서 그리스도의 영광의 대열에 합류함에 대한 묵상과 함께 소명의식을 다짐하며 본인의 호명이 있을 때 ‘네, 여기 있습니다.’란 응답으로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태어나게 된다. 개신교와는 달리 가톨릭 신부들은 목에 로만칼라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독신에 대한 순명과 하느님의 종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신부들은 교구신부(대한민국은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 큰 대도시에 담당 주교가 있고 그의 말씀에 순명하며 관할 성당을 관리하는 교구신부가 있다)나 각 수도회 소속 신부로 나뉘어 생활하게 된다.


  이런 성직자들이 신부로써 하느님의 말씀의 전파의 소명을 가진 반면, ‘선(禪)의 황금시대’의 선사들처럼 가톨릭에서도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영성 생활의 소명을 가진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여자는 수녀, 남자는 수도승 또는 수사로 호칭되어 진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내려온 수도회중 대표적인 것이 프란치스꼬회, 도미니꼬회, 예수회, 베네딕토회 등인데 각 수도회마다 창설자의 소명에 따라 조금씩의 미션들이 다르다. 예를들어 프란치스꼬회는 프란치스꼬 성인을 사부로, 도미니꼬회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예수회는 이냐시오 성인 등을 사부로 삼아 생활하게 되는데 예수회 같은 경우 학업과 교육 등에 소명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서강 대학교 재단과 같은 운영 등에 초점을 둔다. 책에서 소개된 베네딕토회는 서양 교부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베네딕토 성인을 본받아 가톨릭 고유의 전례에 미션을 두고 있다.

  수도회의 성소(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본인의 특성과 수도회의 영성적인 지침들을 살펴본후 선택하게 되고 입교후 생활하게 된다. 그들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등의 생활을 거쳐 청빈, 정결, 순명의 3대 원칙을 되새김질 하고 최종적으로 종신서원으로서 다시금 태어나게 된다.

  책에서 소개된 십자가의 성요한은 가르멜 수도회에서 영적인 쇄신운동을 하였고, 토마스 머튼은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 수도생활을 영위 하였다. 앞서 소개된 수도회와는 달리 가르멜과 트라피스트는 전통적인 가톨릭 교부들의 엄격한 수도생활에 좀더 근접하게 살기위해 설립이 되었다. 다른 수도회들이 세상과 왕래하면서 수도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재까지도 봉쇄라는 타이틀을 지킴과 함께 침묵속에서 하느님과의 절대적인 교감의 친교를 누리고 있다.


  참고로 경남 마산에 위치한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새벽 3시30분 :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 성당으로 향하여 첫기도와 함께 영적 독서
                        (Lectio Divina)에 빠져든다

  새벽 5시30분 : 아침 기도시간

  오전 6시30분 : 미사 봉헌

  아침 8시20분 : 또다시 기도시간(삼시경). 이후 2시간30분 가량 각자가 배정받은 곳에서 작업 시간이 있
                       다. 이 수도회는 성 베네딕또의 수도규칙을 따르며 기도- 노동-말씀을 근간으로 하여 생
                       활하고 있다.

  오전 11시50분 :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기도(육시경)을 바친다. 오후 2시에는 구시경. 이후 오후 작업이
                         이루어진다.

  오후 5시10분 : 하루의 작업을 마치는 시간이다. 저녁기도와 묵상에 이어 식사가 마련된다.

  저녁 7시40분 : 끝기도를 바치고 살베 레지나의 부들러운 음률 안에서 하루를 접고 대침묵에 빠져든다.


  단적인 일과의 예제지만 가톨릭의 모든 수도 생활자들(특히 수도자)은 이런 반복적인 일과속에, 그들 스스로를 끊임없이 낮추며 하느님께로부터 부여받은 부르심의 삶을 살기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촛불의 심지를 태우고 있다.

  

p.s : 중국의 선사들처럼 가톨릭에서도 우화나 짧은 예시들을 통해 대중들의 깨달음을 돕고 있다. 대표적
        인 인물이 안소니 드멜로 신부인데 그의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읽다보면
'선(禪)의 황금시대‘에서
        느꼈던 도의 선문답 같은 향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하루는 스승이 그 제자에게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하나님을 찾지 말라. 그냥 바라보아라. 하나님을 찾지 말라. 그냥 바라보아라. 그러면 모

  든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겠습니까?"

  스승은 대답했습니다. "무엇을 바라볼 때마다 거기 있는 그대로만 보고 다른 것은 보지

  마라" 그래야 보게 될 것이라고.

  제자가 당혹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스승은 다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달을 바라볼 때에 달만 보고 다른 것은 보지 마라. 예컨대 배고픈 사람은 달

  을 보면서도 '저게 빵떡이 아닌가.' 빵을 생각하면서 보면 달을 달로 볼 수가 없느니라.

  또 사랑에 빠진 사람이 달빛을 쳐다보면 달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만 생각하니까

  또 달을 바로 볼 수 없느니라. 하나님을 볼 때에는 하나님만 보아라. 그래야 하나님을 만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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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03.01 23:14:57 *.111.241.42
오래전 수녀원으로 들어간 후배가 있었는데 승호님의 글을 보니 몹시 생각나네요.
뭔가를 해주고 싶어 애쓰는 저에게 거기선 아주 필요한것만 가져갈수 있다고...우산을 선물했던것 같네요.
저런 생활을 했을터인데...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저도 몇년째 성당을 노리고 있는데...이제 발길을 들여놔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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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3.01 23:40:11 *.168.110.44
늦은밤 춘희 선생님의 답글에 감사 드립니다.
도전을 위한 한주 멋지게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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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1 23:55:26 *.234.77.178
음... 천주교 신자였을 때도 몰랐던 일들이네요..
세상 모든 수행자들의 삶은 어찌 이리도 애처로울까요..
하지만 그분들은 저희를 애처롭다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어릴때 다니던 성당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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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00:32:33 *.176.68.156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 모두 각 자의 자리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죠. 구도의 길은 어디나 모두 가시밭 길인 것 같습니다.

저도 냉담한지 15년인데 이제는 좀 가봐야 할라나 고민하고 있습니다ㅎ. 이 글을 보니 간만에 밤에 아무도 없는 성당에 가서 성찰하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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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부
2009.03.02 08:09:26 *.167.143.73
깨달음을 얻는 길은 모두들 어렵습니다.
지성과 행위가 함께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수도는 어쩌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길이든 가고자 하는 길은 다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어렵지만 이렇게 가고자 하는 우리의 이 길(?)도 그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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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
2009.03.02 15:23:56 *.124.157.251
이승호님의 글을 보니 천주교와 선의 원리가 비슷하네요.
또 한 과정 마치느라 치열한 삶을 사셨죠!
레에스 4번째 관문입니다. 함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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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2009.03.06 22:02:08 *.232.219.144

예전에 다큐멘터리 봤던 생각이 나네요.
정말 마음도 몸도 정결했던 그 사제들
왠지 보면서 뭉클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배움의 길이 그런 것인데
너무 안일하고 나태하게 살았던 저를 돌아보게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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