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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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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일 23시 53분 등록

어느 인도청년의 깨달음 - ‘너 스스로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몇 년동안 경영학 책만 읽었던 것 같다. 서점을 가면 경영도서 신간코너에 어슬렁거리며 최근 이슈가 되는 경영트렌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영감을 줄 만한 책은 사서 정독을 해가며 읽었다.
20대 초반에는 역사와 철학에 참 관심이 많았었는데 점점 그 방면의 지식이 얉아지는 것이 실감이 날 즈음 한 선배로부터 잊지 못할 조언을 받게 되었다.

내 인생의 지식 파이프라인을 재점검하고 탄탄하게 만들라는 이야기 였는데 지난 삶 동안 내가 익히고 깨달았던 모든 지식을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니 지난 삶에서 내가 얻은 지식은 방대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요 몇 년 사이 지식의 편식이 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인문학적 지식은 거의 바닥이 나있었다. 20대 초반에 사상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유,불,기독교 사상사부터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야무진 꿈을 세웠다. 그리고 처음 손에 잡은 책이 불교관련 서적이었다.

내가 만났던 싯다르타라는 인도청년은 매우 감수성이 풍부한 20대의 젊은이였다.

나처럼, 그리고 이 시대의 수많은 20대처럼, 그는 단지 먹고 사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갔다. 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감정이입을 하며 눈여겨 보지 않는가?
그는 어린시절의 남다른 경험 (생모를 7일만에 여읨, 동서남북의 네 문에서 늙음과 병듬, 그리고 죽음을 보게 됨)을 하게 된 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들과 달라졌다. 생로병사의 지극히 평범함 속에서 자극을 받아 인류 문명의 한 축인 불교 사상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의 가장 위대한 신비는 가장 평범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종교의 창시자로서 싯다르타를 바라보지 않고 나보다 수천년 먼저 살았던 감수성 넘치는 젊은이로 바라보면 그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삶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 될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등의 삶의 질문들에 마치 친한 선배가 조언을 해주듯 먼저 치열하게 고민을 한 자로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 때로는 외로워도 그 길이 옳다면 묵묵히 그 길을 가라'


싯다르타는 유난히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강조했다. 고대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의 코뿔소의 외뿔경에서 그는 이와 같이 말한다.


친구와 주위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마음이 그들에게 얽매이게 되면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없다.
친함에는 이런 잘못이 따른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저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논쟁을 초월하여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길을 발견한 수행자는
’나에게는 지혜가 생겼다. 이제 누구에게도 다시 이끌려가지 않으리라‘고 스스로를 다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저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코뿔소라는 동물은 군집을 하지 않고 거의 홀로 생활한다고 한다. 그런 동물이 뿔까지 외뿔이니 옛 인도인이 보기에는 꽤나 외로워 보였나보다. 그래서 혼자서 묵묵히 생활하는 코뿔소를 ‘독각(홀로 깨달음)’의 상징으로서 이 시에 등장하게 되었다.

살다보면 주위의 시선과 기대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지 못할 때가 많다.
주위에 얽매인 나머지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거나, 내가 원하는 나로 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혹은 내가 누구인지를 찾으려 하지 않고 주위의 시류에 휩쓸려 남이 하는 공부를 하고, 남이 가는 직장이 최선의 선택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싯다르타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혼자 깨닫고, 혼자 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어야 된다’ 일 것이다.
 어쩌면 모든 깨달음은 철저히 individualism으로 시작할 지도 모르겠다. 주위에 얽매이지 말고 때로는 외롭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살다보니 참 어렵더라. 그러나 이제껏 살아오면서 겪어왔던 큰 사람들은 스스로와 매우 친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또한 그가 이야기 하는 ‘지혜로운 이’들은 스스로에게 ‘누구에게도 이끌려 가지 않겠다’ 라고 선언한다. 이것은 오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혹은 스스로의 방식대로 깨달음을 말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교육받았던 그 수많은 이론과 지식들은 과연 나의 지식인가? 혹시 나는 대경영학자나 대철학가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그것이 나의 지식인양 오만하지는 않았었던가?

나의 방식때로 깨우치치 않으면 나는 여전히 그의 이론을 외워서 말하는 ‘repeat' 버튼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지식을 결합하고 쪼개고 새로 창조해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나의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 스스로의 판단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것, 이러한 경지가 바로 ’지혜로운 이‘의 경지일 것이다.



 '행복으로 이르는 길'

Mahamangalasutta (더없는 행복) 장에 제타숲에서 싯다르타를 만난 한 신이 그에게 인간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는데 과연 그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싯다르타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어리석은 자들을 가까이 하지 말고 현명한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
그리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다
솔선하여 좋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깊은 학식을 연마하고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 몸을 삼갈 줄 아는 것을 배우고
말솜씨가 유려한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부모를 섬기고, 아내와 자식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남에게 베풀 줄 알며
존경과 겸손, 만족과 감사, 알맞은 때에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다.
세상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이 편안한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다.

이렇게 꿋꿋이 걸어가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편안함을 얻는다. 이것이 곧 더 없는 행복이다.

이 행복론은 역사적 싯다르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스스로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 시이다. 각 구절 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많은 시사점이 있는 내용이다.

주변의 현인을 가까이 둬서 항상 배우고 익히는 자세로 살라고 그는 충고한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현재 내 주위에서 이와 같이 후세에 길이 남을 만한 현인이 존재하고 있는지 말이다.
첫째는 그런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고, 둘째는 그를 항상 곁에 두어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고매한 이상을 세우고 깊은 학식을 갖추어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는 흔히 요새 사람들이 말하는 ‘비전 찾기’일 것이다. 스스로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지혜를 갖추는 것, 또한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며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려 말을 유려하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The가 있는 사람, The가 없는 사람‘

어떤 사람의 이름 앞에는 ‘The'가 붙는다. ’The'는 고유명사 이외의 모든 명사를 특정한 것으로 한정 짓는 데에 사용된다.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것의 상징이 ‘The'이다. 기업에만 상품에만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람에도 'The'가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이란 ’무엇‘하면 그 사람이 떠오르는 ’The'가 붙은 사람일 것이다. 이 말은 즉 스스로를 잘 알고, 혼자만의 길을 가야만 할 때 용기를 낼 줄 알며,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을 때 붙여질 것이다.

내가 만난 싯다르타는 종교적 선지자로서 보다는 한 감수성 짙은 인도청년이 삶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깨우친 후 그 내용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인생선배의 모습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다보면, 그리고 현대의 언어로 다시 재해석해보면 요새 유행하는 여러 자기계발서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스스로의 비전을 찾고 행여 남과 다른 길이더라도 그것이 옳다면 용기를 내서 묵묵히 스스로의 길을 가라는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The'를 향해 달려가는 이 세상을 사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IP *.145.5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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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부
2009.03.02 08:20:13 *.167.143.73
이곳엔 좋은 경험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매직같아요.
살면서 경험하는 그 모든 것들로 우리는 다들 철학자가 되어 가구요.
선의 황금시대를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뇌를 스치는 하나의 느낌,
아! 그게 그런 것이로구나!
책한권에서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아내는 거 것두 어진 지혜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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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09:48:09 *.255.182.40
그러게요. 경영학도이면서 자신의 철학까지 아름답게 지니고 계시네요.
그럼 마지막 한 권 힘내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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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
2009.03.02 15:51:32 *.124.157.251
정세희님!
이젠 마음의 눈으로 경영의 원리를 보시는거죠!
때론 머리로 얻는 지식보다 마음의 눈을 통해 보는 앎이
보석처럼 영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레이스에 함께 있는 것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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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22:30:09 *.40.227.17
자신의 길을 향해 용기내어 가는 이들을 이 곳에서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세희님도 그 중의 한 분이시군요.
그의 글에서 그와 만나고, 그의 글을 통해 그의 생각과 시선을 바라보게 됩니다.
저는 세희님의 글에서 또 한 분의 멋진 이를 만났네요.
덕분에 용기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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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2:04:03 *.246.196.63
경영학이라는 것도 인간경영에서부터 시작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킬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위에도 적어놓았지만 '현명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인생의 행복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이 곳에서는 그런 행복이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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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2009.03.06 21:28:32 *.232.219.144
자기 주관에 따라 꿋꿋이 계속 가는 것
아,,정말 춥고 힘든 일인 것 같은데
그걸 견디니 그래서 위인이 되는거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세희님 덕분에 힘이 많이 납니다!!
세희님 화이팅!!!!!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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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2:01:31 *.43.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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