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렬(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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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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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세 판 중에 한 판을 이기기
장기를 잘 두는 친구가 있었다.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결국 그 친구는 내게
농담을 걸었다.
“ 야! 한 판 둘까? 한 쪽 쓸고 (차 포 마 상) 어때,,, ? “
“ … ”
“ 삼판 양승 오케이? 진 사람이 오늘 쏘는 거야… 술하고 안주… 만약에 내가 지면 뭐든지 다 들어 준다.”
“… “
“ 못하지…? “
“ 좋아! 하자! “
나는 장기를 잘 못 둔다. 그러나 나는 한 판을 이겼다. 어떻게?...
준 것과 받은 것
“선생님! 쟤 좀 보세요, 그렇게 말해도 알아 듣지 못합니다.
골백번을 더 이야기하는 데도 저렇게 한다니까요… “
“네가 쟤한테 준 것은 사과고 쟤가 너한테 받은 것은 오렌지다”
가끔씩 지도자들로부터 받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선수를 보고 선수의 생각을 판단하고 선수의 의도를 해석한다. 대부분 그렇게 이루어지는 지도는 실전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실전은 항상 다급하고 그래서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시키니까 했던 동작들은 항상 타이밍에서 오차와 머뭇거림을 낳게 만들거나 아예 생각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은 선수가 왜 그렇게 하는지를 그리고 선수의 감각과 수준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서 자동화되게 해 주어야 한다.
선수는 나의 카피본이 아니다. 그는 그 만의 생각과 감각을 가진 살아있는 사람이다.기계처럼 주어진 명령에 의해 자동적으로 수행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싫어 했던 것은 자신의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 그러한 선수들은 변화나 발전이 아주 더디다. 난 그런 경우에 오렌지 쥬스와 미네랄 워터가 든 물잔에 비유한다. 누군가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누군가는 미네랄 워터를 마시겠지만 때때로 상황에 따라 다른 음료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먼저 자신의 잔을 깨끗이 비우고 주스나 미네랄 워터를 채워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음료에 대한 정확한 맛과 가치를 판단할 수가 있다. 그런 다음에 그래도 나는 오렌지 쥬스가 좋다든지 아니면 너무 진하니까 조금 묽게 마셔야 겠다든지 하는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큼한 오렌지 쥬스 위에 미네랄 워터를 따르면 우리는 미네랄 워터에 대한 맛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이나 전술적인 동작들 혹은 사고방식은 먼저 자신의 생각을 내려 놓고 온전히 그것을 실행해 봄으로써 그 가치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명확한 판단과 결정에 대한 망설임을 없앨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비교와 분석을 통해서 효율적인 새로운 수용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고 자신의 습관이나 사고의 체계 위에 재창조된 새로운 능력이 안정되게 수용되어 지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의 생각과 행동의 불완전함을 의식이 아닌 감각과 느낌으로 수정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전지 훈련을 했을 때의 일이다.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은 한 선수가 끊임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시합이 끝나면 내게 찾아와 긴 시간을 이야기하고 눈물을 흘리고 반성하고 방법을 묻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찾곤했다.
그리고 방을 나설 때는 일어서서 공손하게 ‘선생님! 오늘 또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가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속으로 ‘ 아직 멀었군…’ 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 몇 번이 반복되던 어느 날 그가 상담을 마치고 일어서서 똑같이 인사를 했다.
“선생님,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서는 그를 불러서 내가 말했다.
“지니!, 너는 그러면 내가 깨닫게 해 주지 못하면 감사 안 하겠네?”
“네?...”
“너는 아직도 내가 가르쳐 준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너는 단지 지난 일에 대해서 이해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일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똑같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 그랬다면 너는 이미 바뀌었겠지… ”
"... "
“지니, 수진도 내게 상담을 하러 온다. 그러나 수진은 이야기가 끝나면 함께 마시던 찻잔을 가져다 깨끗이 씻어 놓고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정리하고 내게 그렇게 말한다. ‘선생님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 누가 더 감사하는 것이지? “
“… ”
“ 너는 지금 그릇을 바꾸고 싶은 것이지 그릇 안에 든 것들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지 않니? 그런데 너는 여전히 네가 가진 생각의 틀 안에서 계속해서 생각꺼리만 바꾸고 있다. 그러니 너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
“시합은 생각이 아니다. 행동이다. 사고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행동은 반복될 뿐이다. 네모진 틀로 동그란 빵을 구워 낼 수 없지 않니? 너는 내가 전해 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생각으로 받아 들인 것을 하고 있다. 나는 너한테 사과를 줬는데 너는 오렌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너는 또 같은 행동을 반복 할 수 밖에 없다. 네가 실수나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선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네… 선생님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그 후로 그 선수와 같은 문제로 상담하지 않았다. 다만 기회가 날 때마다 와서 내 방을 청소하고 갔을 뿐이다.
수고했다는 내 말에 그는 그냥 나와 눈을 맞추고 기분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을 뿐이다.
내가 오렌지를 주면 그는 오렌지를 받는다. 내가 사과를 주면 사과를 받는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왜냐고? 그가 잔을 깨끗이 비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맛본 것은 내가 준 오렌지 맛도 아니고 내가 준 사과 맛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더 기쁘다. 내가 전하려는 것을 그가 받았기 때문이다.
깨달았다 해서 잘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 가르쳤다해서 다 깨달은 것도 아니다.
실행해 보기에 대해서
나는 한 판을 이겼다. 장기를 잘 두어서는 아니다.
첫째 판과 둘 째 판을 졌다. 그리고 셋째 판은 이겼다.
어떻게 …
나는 첫째 판에서 장기를 한 네 수쯤 놓다가 판위의 장기 알을 모두 쓸어 버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졌다! “
그가 말했다.
“ 흠! 네가 뭘 좀 알기는 아는 군…”
두 번째 판에서 조금 더 오래 두었다.8 수쯤 ….
그리고는 다시 판을 쓸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도 졌다.”
그가 말했다.
“ 그럼! 그럼… 흠, 좋아… 이제 한 판 남았다.”
그리고 세 번째 판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첫 째판과 두 번째 판의 중간 정도 되는 6 수쯤해서 장기판을 쓸면서
이렇게 말했다.
“ 이 번에는 내가 이겼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나는 확실하게 마시고 놀았다. 친구도 즐거웠다.
돈 내면서 입을 좀 쩝쩝거리기는 했지만 …
그 후로는… ^^
그는 다시는 내게 장기 두자는 말은 안 했다. 대학시절 통틀어서 그 가 진 장기는 그 때 한 판 뿐이었지만…^^
이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마하반야(큰지혜)는 못되더라도
시합 한 판쯤은 이길 수 있는 지혜는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