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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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연구원 2차 레이스 4회차 컬럼 제출물입니다.>>
몽골의 초원 지대와 호라즘의 국경 사이에는 그 어떤 군대도 지나간 적이 없는 위험한 산과 사막 지대가 3,200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칭기즈칸은 상식을 깨고 그 지역을 횡단하기 위해서 겨울까지 기다렸다. 그는 여름에 불타는 듯한 메마른 사막을 횡단하는 것이 겨울에 뼈를 에는 듯한 바람과 눈, 그리고 얼음 골짜기와 씨름 하는 것 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을 칭기즈칸 군대의 중앙아시아 횡단은 오늘날까지도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단한 군사적 업적으로 남아 있다.
? 에이미 추아, ‘제국의 미래’, 163p
약 9만의 병력으로 강서를 떠났던 홍군 주력부대는 사천성에 도착했을 때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중간에 충원된 병력을 빼면 강서에서 출발한 최초의 병력 가운데 무려 4/5가 죽거나 낙오했다. 여성은 35명만이 살아 남았다. 모택동의 두번째 아내 하자정은 임신한 몸으로 장정을 완수했다. 사천성에서 섬서성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서도 절반이 죽었다. 따라서 정강산에서 섬서성까지 장정의 전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사람은 열에 하나에 불과했을 뿐이다. 장정은 ‘살아 남는 것 자체가 승리인’ 그러한 투쟁이었던 것이다.
장정 기간 동안 홍군은 하루 한 번 꼴로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는데, 전부 15일 밤낮을 접전으로 소모했다. 이들은 총 368일 가운데 235일을 주간행군, 18일을 야간행군으로 보냈으며 평균 130킬로미터 이동한 후 한 번의 휴식을 취했다. 그토록 빈약한 수송수단을 가지고 그 같은 대규모의 군대가 지구상에서 가장 험난한 지형을 그런 속도로 행군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대장정 편
삶은 고단하다. 우리는 쉽게 우리의 고단한 삶에 대해 토로하곤 한다. 각자가 느끼는 괴로움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이의 삶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위의 경우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삶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위의 경우만 할까. 하나의 강국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결코 녹녹치 않은 고행의 시간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시간을 소리없이 관통했던 이름없는 영혼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강국은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훌륭한 리더와 그를 믿고 묵묵히 따르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인내와 희생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당당한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이 그 핵심에 있으며, 초강대국이라는 지위가 무색할 만큼 엄청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 때문에 세계화에 힘입어 촘촘히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다른 나라들에도 모두 그 파급여파가 미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엄청난 채무국이다. 국가 생산보다 많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끌어들이고 이를 내부에서 소비함으로써 경제를 유지하여 왔다. 이러한 구조는 경제가 성장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도리어 다른 나라의 수출을 촉진하여 세계 경제의 외형적 성장을 가져왔지만) 이제 신자유주의에 의한 방만한 경제 운영의 결과로 발생한 버블 붕괴의 대재앙 앞에서 미국은 추락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현재 미국 경제의 중심축인 시티은행(금융), GM(자동차), GE(군산복합체)가 파산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런 정도의 상황이라면 다른 나라라면 이미 국가 부도(디폴트)에 직면했을 상황이지만, 미국은 초강대국이기에, 즉, 자국의 통화가 금을 대신한 전 세계의 기축통화이며,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에 위태위태 하면서도 현재의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을 지탱했던 가장 중요한 축이었던 경제적 파워가 예전의 대공황과 대비될 정도로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에이미 추아 교수가 지적했던 새로운 도전자들(중국, 유럽연합, 인도)과의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힘들기는 이들 나라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각자 자기만의 살 길을 도모하면서도 동시에 상대적인 패권의 우위 확보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미국 단일의 초강대국 체제에서 한 세기 전과 같은 다수의 강대국 체제로 이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점점 더 전략적 관용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국수적 보호주의의 편협하고 고립적인 대외 전략을 견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세기 대공황 전후의 사례에서 충분히 관찰된 바 있다.
이러한 세계적 경제 위기로 인해 내수보다는 제조업과 물류업 기반의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하던 우리나라는 그 근본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물건을 사 주던 나라들이 경제적 위기로 인해 소비를 대폭 줄이기 시작하니 판로가 줄어들어 만들어도 팔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다 변변한 자원이 없어 모든 생산 원자재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아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국내의 정치적 리더십 마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지금 우리 나라가 처한 상황을 ‘상실의 시대’로 규정한다. 사랑이 상실되었고, 리더가 상실되었다. 그래서 희망이 상실되었고, 비전이 상실되었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노동의 결실 보다는 빌린 돈으로(개인은 은행에서, 은행은 외국) ‘자본 레버리지’를 통해 쉽게 돈 버는 풍토가 만연하게 되어 조금 더 돈 벌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공약에 쉽게 혹독한 검증 절차 없이 친 부자 보수 정권에 권력을 쥐어주고 말았다. 그들은 지난 1년간 그들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전체가 아닌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들을 하나씩 하나 씩 집행해 가고 있다.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 주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간접세는 대폭 늘려가고 있다. 외형적 경제 지표에 집착하여 국민의 미래를 담보할 연기금을 과도하게 증시에 투입하여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입히게 했다. 세계적 경제 구조의 변화 시기에 미래 지향적 산업이 아닌 건설업 중심의 구시대적 산업 중심의 정책 집행 및 필요 재정 확보를 위해 서민들의 복지 예산을 대폭 깎고 있으며,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의 충당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여 후대의 세대에게 새로운 짐을 지우려 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상당한 민심 이반으로 국가적 리더십이 상실된 채 나라 전체가 표류하고 있다.
현재 세계의 경제 위기의 여파가 아직 본격적으로 도래하지 않은 시점에서 제대로 된 효율적인 선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이는 저 멀리 쓰나미가 몰려 오는 데 경보기가 꺼진 채 바닷가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 쓰나미가 지나가고 나면 어떻게 될까? 웬지 에이미 추아 교수가 ‘불타는 세계’에서 언급했던 제 3 세계 국가의 사례, 즉 소수 집단이 시장의 과실을 독점하고,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계속 소외되고 핍박 받는 사회로 변화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나의 주장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나도 이것이 쓸데없는 기우로 판명된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기우이기를 바라는 염원만 있을 뿐 이것이 곧 다가올 현실임을 부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별로 갖고 있지 못하다. 내가 갖고 있는 많은 통계와 지표들, 상황적 근거들은 모두 우리가 기나긴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지금 반 세기 만에 이 민족을 위한 또 한 번의 시대적 암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그 동안의 교만과 상실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다. 쓰나미는 피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다가올 경제적 암흑의 시대를 견디어 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한 사회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명료한 의식’, 즉 단순히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소명 의식’과 개인적인 ‘책임 의식’을 갖추고 이에 기반해서 전체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활용하는 노력에 의해 발전한다. 다가올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개개인의 자아 성찰과 개개인의 정신적 성숙을 위한 무한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해 지는 요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미래 지향적 노력들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가족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만의 색깔과 의견을 가지고 사태의 흐름을 긴밀히 파악하여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국가적 고난의 시기에는 생존이 애국이 될 것이다. 몇 년이 될 지 모르는 고통스러운 마이너스 성장, 자산 감소, 높은 실업률 및 생활 비용 등의 현실이 펼쳐질 것인데 이를 잘 버티어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경제 환경을 점검하고 생존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생존 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국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를 위해 쓰임새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해 오늘 나를 연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많은 지식인들이 암흑과 같은 시대 상황 속에서도 미래의 자신의 쓰임새를 위해 책과 경전을 잡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돌아올 재건 및 부흥의 시대에 내가 필요 되어지는 곳에서 나를 활활 태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식, 우리의 후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대장정을 예견하고 지금 준비해야 할 때다.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댓글 달아주셔서 영광입니다.
1월 23일, 정확히 1차마감 1주일 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한명석 님도 참가하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책을 보고, 맨 뒤에 있는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완전 필 꽂혀서(저도 거기 있고 싶어서^^) 부랴부랴 연구원 제도 알아보고 1주일 만에 설연휴동안 꼬박 개인사 쓰고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 만으로도 연구원 지원은 제 인생에서 '아주 잘 한'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격려 감사드리구요 꼭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