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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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영광-영광뿐인 상처
미국의 잡지 <Life>가 지난 천년동안 인류사에 영향을 크게 미친 인물 100선에서 중국 명나라 영락제 때 해군 제독이었던 鄭和(Zheung He)를 14번째 주요인물로 뽑았다. 동양인으로서는 제일 앞에 놓인 인물이다.
정화 제독은 운남성 진닝에서 무슬림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1382년 운남성이 명에 점령당했을때 포로로 끌려가서 거세된 다음 노예가 되어 조정에 환관으로 들어갔다. 얼마후 군에 강제 징집되어 전장에서 무공을 세워 영락제의 신임이 두터웠다.
명대의 중국은 인쇄술 화약 나침반등 기술적인 면에서 후진적인 유럽을 훨씬 앞서 있었다. 영락제의 명에 의해 정화제독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모두 7차례의 대규모 해외원정을 다녀왔는데 그 원정대 보물선의 용적톤수가 2500톤에 이르는 규모였고 탑승인원 또한 유럽선박들의 열배에 해당했으니 당시로서는 세계최대였다. 정복이 목적이 아니고 명나라의 위업을 알리고 공물을 거둬오는 것이 교류가 목적이어서 약탈을 하지않고 많은 진귀한 보물들을 황제에게 가져왔다.
특히 1421-23년의 6차 원정은 아프리카와 호주, 남 북아메리카 ,남극과 북극을 모두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1424년 영락제의 사후 조정은 마지못해 1433년 정화에게 마지막 원정을 허락했고 그 이후에 원양 항해용 선박의 건조를 금지 했고 정화의 선원들을 세리로 일하게 했으며 마침내 선박의 돛대를 두 개 이하로 제한하는 칙령까지 내렸다. 심지어 정화 원정대의 공식적인 기록까지 폐기할 정도로 보수적이고 쇄국적인 정책으로 돌아섰다. 황제의 해군을 장악하고 있던 궁정 환관에 대한 견제가 주된 동기이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쇄국정책을 씀으로서 거대했던 해군의 힘으로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기회를 잃어 중국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2002년 개빈 멘지스(Gavin Menzies) 라는 영국 잠수함 함장 출신의 아마추어 해양사 연구가가 <1421년: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The Year China Discovered America.>라는 책을 발간하여 정화제독의 상처와 영광을 재조명하고 있다.
15세에 영국 해군에 입대해서 17년간 근무하며 위성항법이 개발되기 전에 ,자와 콤파스로 항로를 그려내던 훈련을 받았던 맨지스는 옛 항해가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항로를 재구성할 수 있었고 고지도와 해도 천체 관측등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안목으로 새로운 이론을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맨지스에 의하면 1421년에 정화함대는 이미 아메리카 신대륙에 닿았었고 희망봉을 회항했으며 마젤란 해협을 지났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지면 세계역사는 다시 씌여져야 한다. 맨지스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조사
작업을 하던중 1459년의 구형도에서 아프리카와 희망봉이 그려져 있었으며 또한 1420년 초반 희망봉을 돌아 베르데 제도까지 갔던 항해기록에 중국의 정크선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젤란 , 다가마, 콜럼버스등 서구의 탐험가들이 중국의 천체도와 항해지도를 미리 보았고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더 넓게 멀리 보듯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14년 동안이나 1차 사료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무려 140여개국에서 900군데 이상의 문서 보관소와 박물관, 과학연구소, 중세 후기의 주요항구들을 답사했으며 그가 섭렵한 옛지도 각종문헌, 동식물,유물과 유적 고대 건축물 비석 바위 그리고 전문가나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 등 고증자료의 방대함은 그 분량만으로도 독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정화 제독은 1433년 마지막 여행에서 돌아오던 길에 인도의 Calicut 항구에서 사망해 전통적인 해양선박의 장례의식에 따라 바다에 수장되었다.
오늘의 중국은 웅혼하는 힘을 몰아 정화제독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보물선을 원형복구하고 항해길을 재연 하는 등 정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에이미 추아의 방대한 자료를 보고났더니 칼럼도 웬지 이런 주제로 써야할 것 같아서 마감시간 초를 다투며 정리해 보았다.
정화제독의 상처뿐인 영광은 오늘날 영광뿐인 상처로 꼬리를 물며 순환하고 제국의 모든 상대적 관용은 우리 앞에 변화와 혁신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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