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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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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0일 11시 41분 등록

 

지난 글에 ‘케이크를 두 아이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았는데 정산님께서 댓글로 지혜로운 방법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방법이 왜 지혜로운지 생각해보면서 다른 딜레마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정산님이 소개해준 방법은 이렇습니다. 두 아이 중 한 아이에게 케이크를 공평하게 반으로 나누게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아이에게 두개의 케이크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케이크를 자른 아이는 나머지 한쪽을 갖는 것입니다.

참으로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 이 방법의 절묘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이 방법과 지난 글에서 제시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가져가는 방법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차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럴 때는 전체 과정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밟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두 아이 앞에 하나의 케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이 케이크를 둘이 공평하게 나누어 먹으려고 합니다. 만약 케이크가 한 개가 아니고 두 개가 있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죠. 그래서 보통 아이가 둘이 있는 집에는 같은 물건이 두 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만 있다면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일 테니까요.

케이크처럼 값이 싼 물건이라면 물건 하나를 더 사면되겠지만 그럴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이 방법은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갈등은 이런 상황처럼 자원의 한계로부터 발생합니다. 더구나 부족한 자원이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면 갈등은 더욱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겠죠.

두 아이가 서로 많이 먹겠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가 힘이 세다면 힘이 센 아이가 강압적으로 큰 것을 갖고 작은 것은 약한 아이에게 줍니다. 이 때 싸움이 끝나면 좋겠지만 약한 아이는 울기 시작합니다. 적게 먹는 것이 아쉽고 힘에 밀리는 것이 억울해서 더 크게 울어버립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여기서 갈등은 끝납니다.

만약 옆에 부모님이 계신다면 이 결과를 지켜보고 대부분의 부모님은 개입을 합니다. 부모님이 나서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중재를 하려고 합니다. 우는 아이에게 ‘다음번에는 네가 큰 것을 먹어라’라고 하며 설득해 봅니다. 하지만 아이는 지금 당장 더 큰 것을 먹고 싶은 욕심에 양보를 하기를 꺼려합니다. 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기회가 또 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양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런 선택의 상황이 계속 반복이 되는 것이라면 서로 번갈아 가며 양보하는 방법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 양보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양보로 타협을 유도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서로 먼저 양보하라고 하는 또 다른 갈등의 양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미래의 선택을 전제로 현재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현재의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갈등을 미래로 연기하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갈등의 당사자들이 선택에 직접 참여하도록 상황을 바꾸는 것입니다. 보통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한 다음 한 사람이 케이크를 자르고 큰 것을 가지게 합니다. 사람은 둘인데 선택은 하나입니다. 한 사람이 이기면 다른 한 사람은 지게 되는 것입니다. 진 사람은 가위 바위 보에 진 것이 억울한 것보다는 선택에 자신이 참여하지 못한 점을 더욱 억울해 합니다.

여기서 현명한 방법은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는 이런 상황을 윈윈 상황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즉, 두 사람이 선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의 과정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케이크를 자르는 과정과 나누어진 두 개의 케이크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으로 분리합니다. 이 두 가지 과정을 두 사람에게 선택하게 함으로써 결정과정에 참여했다는 권리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갖게 됩니다. 여기에 지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분리라는 간단한 원리로 갈등 상황을 절묘하게 풀어버렸습니다.

분리 원리의 매력을 한번 경험해보시고 싶다면 주변에 간단하지만 쉽게 선택하기 곤란한 문제를 찾아 적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훌륭한 해결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저에게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IP *.215.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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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7.10 15:06:08 *.190.122.223
안녕하세요.
잘계시지요..
소풍때 뵌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군요.
언제 한 번 찾아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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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9.07.13 10:54:59 *.93.113.61
햇빛처럼님, 잘 지내시죠?
햇빛이 그리운 장마철이네요.

직접 뵙지는 못하지만 글로 자주 보면 되죠.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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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9.07.14 10:15:50 *.229.252.150
이어지는 글들이 좋아서 열독 중에 있습니다. 다음 주제가 벌써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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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9.07.15 09:26:30 *.93.113.61
폭우에 백오산장은 괜찮은가요?
글로 매주 뵈어서 그런지 자주 만나는 느낌이네요.
바쁘실텐데 열독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파전 막걸리가 생각나는 날씨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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