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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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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3일 23시 56분 등록
인물화를 그리다보면 어떤 때는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실제 인물이 아니라 그림속의 인물입니다. 저는 실제보다 더 길쭉하게 그리는 버릇이 있는데, 그건 제가 그리기 전에 실물(또는 원본 그림)을 제대로 재지 않고 그리기 때문입니다.

중간쯤 그리다 보면, '아 또내가 길게 그렸구나' 하고 알게됩니다.
그때에 고치면 되는데, 저는 그냥 그 비례로 그려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진행해 버립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때 비례를 제대로 맞추지 않은 것을 늘 후회하지요.  나중에 아무리 세부적인 것을 신경써도 닮아보이지 않아서 스스로 이번에는 실패했구나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여러번을 입과 눈을 고치고 코를 고치고, 명암을 세세하게 다듬어도 실제 인물과 닮아 보이지 않는 겁니다.
비례가 맞지 않는 것을 수정하려면 전체적으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새로 그리다 시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발견한 순간이 고치는 데 제일 빠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시간 동안 같은 것을 붙들고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얼굴 좌우와 상하의 비율을 맞추는 게 제일 낫겠다 싶어, 그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조금 닮아보이더군요.
화실에서 선생님이 그것을 지적해 주시기 이전부터 저는 그걸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하기에는 끔찍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곳을 붙들고 밍기적거리고 있었던 거죠.

인물화를 잘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제 버릇으로 이름붙은 것과 제가 꺼려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장벽들 앞에서 언제나 박살이 나버립니다.

어쩌면 이전과는 다른 멋진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이 수행해야 하나 하지 않고 미루고 미루어둔 무엇인가를 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에 친구랑 전화통화하다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그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단지 네가 인정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야.'

결국에는 피해가려고 했던 그것을 하고 나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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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09.09.22 13:26:40 *.75.127.160
결국에는 그것을 피해가려고 했던 것을 하고나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신 것은 증명이 안된 것은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라도
믿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그만큼 한정화씨는 확실한 분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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